- 2편-
출발이다.
오늘 코스는 병사골에서 출발
장군봉
갓바위
큰배재
남매탑으로 해서
동학사로 하산이다.
아 가파르다.
헉헉
장군봉
잠시 후
서울에서 내려 온 후진 도착
선수들만 있는 지
무척 빨리 따라 왔다.
이제 다 왔다.
그럼 여기서 기념사진 하나
찍고
다시 출발
조금 더 가서 점심 먹기로 하고
이제무터는 능선이다.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듣는다.
이거 비오면 큰일인데.
다행이 비는 오지 않는다.
아 배고프다
밥이나 먹고 가자.
역시 산에서 먹는 밥이 맛있어
친구가 "갑사로 가는 길"이라는
우리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 나온
수필을 뽑아 왔다.
갑사로 가는 길
그러니까 우리가 고등학교 때이니까.
무척 오래된 시절이다.
그 내용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않을 테고
시작은 이렇게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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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토요일 오후, 동학사(東鶴寺)엔 함박눈이 소록소록 내리고 있다.
새로 단장(丹粧)한 콘크리트 사찰(寺刹)은 솜이불을 덮은 채 잠들었는데,
관광 버스도 끊인 지 오래다.
등산복 차림으로 경내(境內)에 들어선 사람은 모두 우리 넷뿐,
허전함조차 느끼게 하는 것은 어인 일일까?
우리는 이 수필은 "갑사로 가는 길"이 아니라고
그 당시에는 관광버스도 없었다고 우겼지만
이 수필이 맞다.
우리가 배운 그 "갑사로 가는 길이다"
기억의 한계이다.
아스라히 기억 저 편으로 멀어져 간다.
두 번째 나오는 구절이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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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지난 가을에 성장(盛裝)을 벗은 뒤 여윈 몸매로 찬 바람에 떨었을 나뭇가지들이,
보드라운 밍크 코트를 입은 듯이 탐스러운 자태로 되살아나서
내 마음을 다사롭게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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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나뭇가지에 내려 쌓이니 모습을 저렇게 아름답게 표현하다니
고 3이던 그 당시 입시 때문에 주입식 교육 때문에
저런 아름다운 표현이 무의미하게 그냥 지나간 것인가?
또 한 구절 우리가 배운 수필이 아니라고 반박했던 구절이다.
"마치 북국의 설산이라도 찾아간 듯이 아취(雅趣)에 흠씬 젖는다."
그 당시 "북국의 설국"을 이야기 할 사람이 정녕 있었을까?
나라 밖을 벗어나기가 어려웠을 텐데.
그래도 어렴풋이 나의 뇌리에 남아있는 구절이 있다.
"눈은 그칠 줄 모르고, 탑에 얽힌 남매의 지순한 사랑도 끝이 없어,
탑신(塔身)에 손을 얹으니 천년 뒤에 오히려 뜨거운 열기가 스며드는구나!"
오래 전의 기억들이 소록소록 계룡산에서 묻어 난다.
그 동안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하다 보니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이제 다시 출발하여야 할 시간
- 3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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