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편에 이어 -
앞에 원효봉이 우뚝 서있다.
앞에 가던 할아버지가
"저 원효봉에 개미같아 붙었네 붙었어"
하시길래 원효봉을 보았드니
산 암릉을 타고 오르는 등산객들이 개미같이 붙어 작게 보인다.
일명 리찌하는 사람들이다.
아무 등산 장비 없이 바위를 오르는 사람들
북한산은 바위 산이라
리찌하다가 죽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한다.
자기 생명을 담보로 내놓고
등산의 모험을 즐기는 사람들
인간은 죽음으로 가까이 갈수록
쾌락을 느낀다.
그 대표적인 것이
놀이 기구이다.
다리위에서 하는 번지 점프
인간의 몸은 죽음을 느끼고 대비한다.
거기서 느끼는 짜릿함.
그런 종류이다.
리찌하는 사람들은 리찌를 하지 않으면
산에 온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죽음으로의 중독.
여하튼 안전장치 없는 모험...
90이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 한테 설문을 해 보았는데
살면서 가장 아쉬었던 점이 무엇이냐고
90% 이상이 젊어서 모험을 더 많이 즐기지 못한 것이
가장 아시웠다고.
그래 모험은 짜릿한 것이지.
의상봉 정상
앞에 백운대가 가까이 보인다.
손을 내밀면 잡힐듯이.
이제부터 능선을 타고 오르락 내리락 반복
일련의 등산객들이 앞으로 간다.
나도 뒤따라
이제부터는 지도도 필요없고
그냥 따라가면 된다.
길은 외길
중간 중간 쉴 수 있는 바위
무덥지 않은 시원한 바람소리도 상쾌하다.
서울이 매일 오늘만 같았으면 얼마나 좋을가?
초등학교 고학년인 듯한 여학생이 올라간다.
한 점의 자세도 흩으러지지 않고
또박또박
많이 올라와 본 솜씨다.
엄마랑 같이 온 듯한데 따로따로
자기 페이스에 맞추어 올라간다.
삼거리가 나온다.
갑자기 음식 냄새가 코를 찌른다.
도시락에 싸온 반찬 냄새다.
우리나라 음식도 향이 무척 강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우리는 항상 먹고 살아 잘 모르지만
무척 강한 향인 것 만은 틀림없다.
그 강향 음식 항이 나의 구미를 당긴다.
이 쯤에서 점심이나 먹고 가야지
조금 아래에 경치 좋은 자리가 있다.
내려가서 앉아 지도를 펴 놓고 보니 어딘지 잘 모르겠다.
마침 위에서 사람 소리가 들린다.
처음 온 것 같은 등산객에게 북한산을 설명해 주고 있다.
옳지 잘 되었다.
지도를 갖고 올라가 비봉능선에 대하여 물어 보았다.
일단 대충 알아 놓고
다시 따가로운 햇살 아래서 내려와 김밥을 먹고
쉬고 있으니 다른 등산객이 내려와 식사할 자리를 찾고 있다.
여기 말고는 근처에 없는데.
일어나며
"여기서 쉬시다 가세요"
"저희들 때문에 일어나시는 것 아녜요?"
"아녜요. 안 그래도 막 일어나려고 하던 참이예요"
"아 그러세요"
"쉬다 가세요"
- 4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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