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일요일
아침에 비가 온다.
마눌님이 이 비가 오는데 어딜 가려고 하느냐고 한다.
창문을 열어보니 그렇게 많은 비는 오지 않는다.
아들을 깨워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집을 떠난다.
다행히 서울은 도로가 막히지 않는다.
막히지 않으면 이렇게 빨리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는데
평상시에는 왜 그리도 막히는 지.
경부선을 따라 달리는 차창으로는 이슬비가 내린다.
와이퍼로 앞 유리창을 닦으며 아래로 아래로 내려간다.
어제 아팠던 다리가 자꾸 걱정이 된다.
괜찮을까?
오늘은 어제보다 많이 나은 편이다.
어제 같았으면 도저히 못 올라 갔을 것이다.
올라가도 될 것도 같다.
청주에 도착하니 친구의 전화가 걸려온다.
친구 : "어디야"
나 : "응 청주야"
친구 : "그러면 공사앞으로 와"
나 :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비나 많이 와 등산을 못하게 되었으면 바램이다.
그런데 비가 거의 멎은 것 같다.
아들: "저기 공사 하는데 있는데 어디로 가는 거야"
아들이 공사를 건물짓는 공사판인 줄 알았나보다.
나 : "아니 그 공사가 아니고 공군사관학교야"
공사 앞에 가니 친구가 기다리고 있다.
친구를 앞세우고 뒤를 따라
한참을 가니 절이 하나 나온다.
산이 좋으면 절이 있다.
산에는 운무로 정상이 보이지 않는다.
차에서 내리니 배가 고프다.
아침일찍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내려 왔으니
그동안 소화가 다 되었겠지.
친구가 준비해 온 김밥을 먹으니
이제 살 것 같다.
무릎 통증도 많이 나았다.
이제 그런대로 올라 갈 수 있을 것 같다.
스틱이 있으니 한 번 천천히 올라가 보자.
아들도 처음으로 산에 데리고 왔으니
여기까지 와서 못 올라 가서야 ...
올 친구들은 다 왔다.
그래 자 이제 출발이다.
비가 온 후라 안개가 무척 많다.
나는 안개 낀 산이 더 좋다.
안개가 끼면 안개가 낀 대로의 멋이 있다.
산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첩첩 산 중에 들어온 기분
속세와 완전히 격리된 그러한
또다른 신비감을 느낀다.
등산을 하는 사람중에는 산에 올라가
아래에 마을이 보이는 것이 더 좋다는 사람과
산에 올라가 산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사람으로 구분된다.
나는 후자다.
산에 들어가 산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좋다.
그래서 지리산을 좋아 하는지도 모른다.
지리산에 가면
오직 보이는 것이 산 밖에 없다.
올라가는 길은 그런대로 평탄하다.
능선가까이 가서 약간 오르막이 있고
어린 아들 놈도 그런대로 잘 올라간다.
무슨 궁금한 것은 그리도 많은지
한 시도 조용하지 않다.
산 능선이다.
오른쪽 가는길,
직직으로 내려가는길
왼쪽으로 가는 길
정상으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가야 한단다.
오른쪽으로 조금 올라가니 정상이다.
684m
낙양산 정상이다.
- 제 3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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