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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
비오는 산행
그 나름 맛이 있다.
요즈음 비오는 산행에 빠진다.



운두령 고개
휴게소가 있는 줄 알았는데
없다.
무엇인 지는 모르지만 조그만 건물을 하나 짖고 있다.
-
비는 오고 공사하고 있는 곳으로 들어가 등산복을 갈아 입는다.
등산복 하고 우의를 입고 나오니





관관안내도 앞에 한 청년이 자전거를 옆에 놓고 지도를 보고 있다.
나를 보더니 부른다.
길을 묻는다.
가 보니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다.
일본인이다.
어제 서울에 도착하여 동해를 거쳐
부산으로 내려가 일본으로 돌아갈 예정이라 한다.
-
이 비오는 날에 혼자
자전거로 우리나라를 종단한다.
나도 함 해보고 싶다.
나는 일본을 종단
나도 국도는 잘 몰라
아는 대로 설명해 주고
비오는 산길을 오른다.
-
다행히 비는 많이 오지 않는다.
올라가며 몇 컷 사진을 찍고
빗방울이 떨어진다.
-
다시 산을 오른다.
아무도 없다.
산과 비와 그리고 나
그렇게 셋이 있다.
지금 이 시각에 여기 있을 사람은 없겠지.
-
간간이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리고
비가 후두둑 떨어진다.
-
빗방울이 나뭇잎에 떨어지는 소리
이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의 정신이 맑아지는 듯하다.
나의 몸이 맑아지는 듯하다.
-
이래서 우중 산행이 좋다.
하늘은 하늘에 있는 으므이 기운을 모아 땅으로 내려 보낸다
땅은 그 기운을 받아 나무도 크고 풀도 무럭무럭 자란다.
-
하늘과 땅과 사람을 천지인이라고 했던가
비오는 날 하늘과 땅과 비와 나
천지우인이다.
-
빗소리가 커진다.
산에서 맞는 비는 상쾌하다.
산에서 듣는 빗소리는 지상 최대의 오케스트라다.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들으면 들을수록 더 듣고 싶어지는
산속의 빗소리
-
계방산이 높긴 높은 산이나 보다
1082m 부터 높은 곳에서 시작했는데도
정상이 나롱 것 같으면서도 나오지 않는다.



두 시간을 걸어 드디어 계방산 정산에 도착
비는 오지 않고
구름에 바람이 많이 분다.
구름이 흘러간다.
서에서 동으로
우산으로 대충 구름을 가리고
계방산 인증 샷 한장

구름으로 주위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좋다.
나 혼자 만의 계방산 정상


이제 내려가자
빗줄기가 거세진다.
이제는 카메라 꺼낼 틈을 주지 않는다.

비가 와서 중간에 쉬기도 쉽지 않다.
그냥 하염없이 걷는다,
산이 높다 보니
산 밑에서 번개 천둥이 친다.
높기는 높은 산



우리의 가장 간단한 생각으로
이 세상은 하늘과 땅으로 분류가 된다.
그러면 그 하늘과 땅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비다.
하늘에서 땅으로 이어주는 그 비를 맞으며 산길을 걷는다.

빗소리를 들으며 걷는다.
무념 무상
아무 생각도
아무 잡념도 없다.
그냥 산과 나 그리고 비만 있을 뿐이다.

산에서 내리는 비가 주는 그 특별함.
나는 그 특별함이 좋다,

다시 올라갈 때 그 자리
장소도 그대로 나도 그대로
다만 시간만 세시간 이상 네시간 가까이 흐른 상태다.




이까 그 일본 청년은 지금 쯤 어디까지 가고 있을까?
많이 한국을 배우고 돌아갔으면

비에 젖고 흙묻은 옷을 갈아 입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다시 자동차 엑셀을 밟는다.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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