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편 -
참 오래간 만이다.
아니 무척 오래간 만이다.
예전에 혼자 여기와 야영을 한 적이 있었는데.
11월 초인가 되었었는데
하여간 무척 추웠었다.
저녁에 밥을 해먹고
텐트 지고 자는데
계곡에서 부는 바람이 꼭
한 겨울 바람 소리가 나고
추워 밤새워 떨고 일어나
아침에 추워 밥 하기 싫어
저녁에 밥 해 먹은
코펠에 숭늉으로 아침을
대충하고
하산했던 생각이 난다.
그 때 참 좋았었는데.
요즈음은 야영이 금지되어
대피소에서 자든 비박을 하든
아침 먹고 가자.
밖이 바람이 불고 춥다.
역시 높은 산에 올라 오긴 왔나보다.
아 춥다 취사장으로 들어가자.
취사장
춥지는 않은데
냄새가 좀.
다시 나가자.
다시 배낭에 주섬주섬 넣고 밖으로
바로 밖에는 그래도 바람을 막아 그런대로 춥지는 않다.
떠온 물을 끓이고
집에서 가져온 김밥을 꺼내고
준비 완료
조금 지나니 물이 끓는다.
컵라면에 끓는 물을 넣어 컵라면을 익힌 후
따뜻한 국물과 같이 김밥을 먹고
따끈한 커피 한 잔.
배도 부르고
이렇게 좋은 곳에 와 있으니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다.
이제 슬슬 천왕봉에 올라보자.
천왕봉 가는 길
구름으로 앞이 자욱하다.
오늘도 역시 나에게 지리산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렇게 안개가 자욱한 경치가 더 좋다.
그 뭐랄까
일종의 신비감
안개속의 안개 저 너머를 맘대로 상상할 수 있으니
나의 상상력 대 실제 산의 모습의 대결이라고나 할까
구름 끼고 구름이 안개가 되어
보이지 않으면 답답함이 아니라
나의 상상력이 날개를 편다.
보이지 않기에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것
하여튼
중간 중간에 서 있는 고사목들
나를 반긴다.
역시 큰 산에서 느끼는 것은
뭔지 모르게 다르다.
나를 압도한다고 할까.
안개가 끼어 앞이 안보여도
큰 산은 큰 산 그 자체로 나에게 다가 온다.
얼마를 걸었을까
앞에 봉우리 하나에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 5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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