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또 고사리 분교네 -
재약산에서 수미봉가는 길에 포장마차가 두 채가 있다.
다 문을 닫았다. 휴일 날만 하는 듯하다.
사람도 없는 날 장사를 할 이유가 없지.
이 좋은 산길에 이런 것이 별로 보기가 좋지는 않다.
포장 마차를 지나 수미봉에 오른다.
수미봉
재약산이라고 팻말에 써있다.
그 옆에 수미봉이라고 매직 같은 것으로 써 놓았다.
빨리 자기 이름을 찾았으면
등산객 들에게도 혼돈을 주지 말고
이제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배내골 종점을 가야 하는데 어떻게 가지.
일단 내려가 보자 내려가는 길 밖에 없으니
내려가다 보니 한 청년이 올라온다.
아침 새벽 4시부터 배내고개로부터 종주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나 : “식사는 하였어요?”
청년: “아니요 그냥 행동식으로 하고 있어요. 늪을 지나오는 건데
그런데 고사리 분교 보았어요”
나 : “아니요”
청년: “고사리 분교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지나오는 길에 아무리 찾아 보아도 없더라구요”
나: “아 그래요”
청년 : “샘물상회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나: “글쎄요 한 두 시간이면 될 겁니다”
조금 내려가니
큰길이 나온다.
큰길을 따라 내려가니
고사리 마을 분교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산길로 내려가면 고사리 분교
큰길로 계속 가면 죽전 마을
그러니까 배내골이 죽전마을 방향이니
빨리 고사리 분교에 내려 갔다 다시 올라와서 죽전 마을 방향으로 가야지.
빨리 내려 갔다 와야지
한 참을 내려가니 고사리 분교 터인지 너른 터가 보인다.
집들은 없다.
예전에 여기에 하늘아래 가장 가까운 분교가 있었다고
화전민들이 살았으리라.
지금은 흔적도 없지만
샘이 있다. 샘물이 나오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언덕 위로
헉헉 거리며 올라가
큰길로 나서니 등산객들이 고사리 분교를 물어본다.
방금 갔다 왔으니 자신 있게
“아래로 내려 가세요”
나는 큰길을 따라 죽전마을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고
두리번 거리며 가도 다른 길이 없다.
한참을 내려가니
아니 고사리 분교가 아닌가
아까 나에게 길을 물은 등산객들이 보인다.
등산객 : “아까 갈켜켜 준 길이 지름길이 아니네요”
나 : "그러게요. 그런데 저는 다른 길로 가야 하는데"
“다시 이 길이 또 나오네요"
"아너무 황당하네요”
“아까 여기 욌다 다시 올라 갔는데 다시 여기네요”
진짜 황당하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지도를 보아도 잘 안 나와 있다.
마침 다른 등산객이 와 물어 보아도 잘 모른다.
내려가는 길은 표충사
표충사로 내려가면 안 된다.
이제 도대체 어디로 가야 된단 말인가?
그냥 표충사로 내려가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여야 하나?
아까 그 청년이 늪을 지나 왔다고 했는데.
- 13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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