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약산(얼음물 있어요?)-
억새를 따라가니 어느새 천황산 정상
햇볕이 따사롭다.
서울 하늘아래서 햇볕과 이렇게 틀릴 수가
그리고 덥지도 않다.
상쾌하다.
이런 햇볕을 본 것이 언제인지 생각이 안 난다.
맑고 높은 하늘 공기. 그리고 평탄한 고지
이 높은 곳에 아무도 없다.
오직 나만 있다.
그런데
이 산의 정식 이름은 재약산이란다.
일제시대에 천황산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 이름이 아직까지 남아서
남의 이름까지 지들 맘대로 바꾸고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좋다고 천황산이라고 붙여 놓고 있으니
산 이름을 이제 바꾼다고 한다.
빨리 빨리 바꾸면 안되나?
밥 먹을 장소 물색
조금 내려가니 좋은 자리가 있다.
아래에는 등산객들이 쌓아 놓은 돌들이 있다.
돌 정원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큰 대자로 누우니 부러울 것이 없다.
여기서 영원히 있었으면
간단히 점심을 먹고 있으려니
아저씨 부부가 정상에서 이리로 내려온다.
아저씨 : “어디서 오셨어요?”
나 : “서울에서 왔어요.
어제 운문산, 가지산 등산하고
오늘 천황산하고 수미봉을 등산하고
그리고 내일은 신불산 쪽을 가려고요”
무척 부러워 한다.
표충사 방면으로 내려 간단다.
지도를 갖고 갈 길을 물으니
자세히 가르쳐 준다.
그리고는 올라가 점심식사를 하더니
나에게 “혹시 얼음물 있으세요” 라고 물어본다.
“아니요 없는 데요”
“그러면 이 물 가져 가세요.
등산이 취소되어
오늘은 이만 내려가려고요”
“감사합니다”
집에서 끓인 차를 냉장고에 얼려 온 물이다.
감사히 받고
“담고 물 병은 드릴께요”
“아니요 되었어요 일정이 바뀌어서 내려가려고요”
나머지 식사를 하고 있으려니
“맛 없겠지만 커피나 한 잔 하시지요?”
“예 감사합니다”
“맛이 없지요?”
“아니요. 꿀맛인데요”
진짜 맛있다.
다음에는 봉지 커피를 갖고 와야지.
“그럼 먼저 내려 갈게요. 조심해 내려 가세요”
- 12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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