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룡 탄생 65주년,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들 |
‘오늘, 지금!’의 자기실현으로 빚은 마키아벨리안 무예 철학 |
그러나 정의감과 분노로 가득 찬 이소룡의 얼굴과 몸짓만큼은 지금 보아도 전율이 일 만큼 생생하고 아름다우며 관객을 삽시간에 영화 속으로 몰입시킨다. 그것은 무술수련으로 단련된 이소룡의 강철 같은 육체와 철저하게 계산된 몸동작도 그렇거니와 캐릭터에 무서울 정도로 몰두한, 연기에 대한 그의 열정 때문일 것이다. 그가 연기에 대해 남긴 글들을 읽어보면 또다시 전율이 느껴진다. “20년이 넘는 배우 생활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배우는 죽도록 힘들게 일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것을. 이 사실을 이해하는 정도에 따라 육체와 영혼을 사로잡는 자기표현의 예술가가 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나에게 배우란 ‘그 사람이게 하는 모든 것의 합’이다. 인생에 대한 높은 수준의 이해력, 특유의 취향, 행복과 고난의 경험, 집중력, 교육배경 등 그 사람이게 하는 모든 것이 합쳐져 나오는 것이 바로 연기다.” 용의 기운과 같은 자기실현 욕구 ‘당산대형’(1971)으로부터 ‘정무문’(1972), 그가 직접 감독까지 맡은 ‘맹룡과강’(1972), ‘용쟁호투’(1973), 그리고 미완성작 ‘사망유희’(1973)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소룡은 수많은 극중의 적과 실제로 사투를 벌였는지도 모른다. 죽음에 이르기 3년 전부터 잠시도 쉬지 않고 무섭게 타올랐던 자기표현에 대한 욕구가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한 가장 정확한 답이 아닐까. 승천하려는 용의 기운을 인간의 몸은 버티어내지 못했고 그는 1973년 ‘용쟁호투’ 녹음 작업 직후 여배우 정패의 집에서 쓰러져서는 영영 일어나지 못했다. 그의 사망원인은 특정 약물에 대한 과민증으로 인한 뇌수종으로 밝혀졌지만 정패의 집에서 죽은 것을 두고 복상사했다느니, 아들 브랜든 리까지 이어진 죽음의 고리를 두고 집안에 씐 저주 때문이었다느니 소문이 많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마지막 숨쉬는 순간까지 자기실현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던 한 순수한 영혼에 대해 산 자들이 덧붙인 군더더기일 뿐이다. 이처럼 강렬한 불꽃처럼 살다간 이소룡의 생애에서 가장 경이로운 점은 32세의 청년이 남기고 갔다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광범위한 사유의 흔적이다. 이 점은 그의 액션스타 이미지에 가려 잘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기도 하다. 이소룡은 스스로 철학으로 계몽됐다고 말할 만큼 다양한 철학사상을 열성적으로 탐구했다. 그의 서재에는 동서양, 고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철학서가 빼곡했으며 바쁜 촬영일정 속에서도 틈이 날 때마다 열성적으로 책을 읽거나 순간순간 떠오르는 철학적 영감을 메모로 남겨뒀다. 특히 탐독했던 책들을 살펴보면 그가 지향한 철학적 이상향을 대략 짐작할 수 있는데, 노자(老子)의 도덕경,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와 제임스 앨런의 명상 서적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설파한 지혜와 실제 삶이 별반 다르지 않던 사람들로, 노자는 나중에 신선이 됐다고 할 만큼 은둔과 무위자연의 삶을 살았으며,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와 제임스 앨런 역시 세속의 형식이나 체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아를 깨닫기 위한 명상적인 삶의 모범을 보여줬다. 마찬가지로 이소룡의 육체와 생애는 그가 사유한 철학적 영역을 대변하고 있기에 우리는 여타의 아카데믹한 철학자에게서 얻을 수 있는 깨달음보다 훨씬 더 강렬한 깨달음을 이소룡에게서 얻을 수 있다. 그가 남긴 노트들과 소장 도서 곳곳에 적어놓은 메모, 정신적인 교감을 나누던 지인들과의 편지, 인터뷰,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집결되어 탄생한 절권도 등을 통해 살펴볼 때 이소룡이 깨달은 가장 중요한 철학적 가치는 ‘자기실현’이다. 관습적인 형식과 방법, 복잡한 체계와 거대 시스템에 매몰되지 않고 자기 자신을 파악하는 데 좀더 많은 힘을, 그리고 기존의 질서가 강요하는 이미지가 아닌 실제 자기 자신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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