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시간 16:30
오후 4시 반
아직은 해가 넘어가지 않아 날은 밝다.
날씨는 구름도 끼고
안개도 약간 끼고
그리 좋지 않다.
북두봉까지 약 2시간
대충 6시에만 해가 져도 일몰을 몰 수 있을 것 같은데
하늘이 안좋아 힘들 것도 같고
그래도 일단 올라가 보자
날씨가 흐리다.
카메라를 꺼낼까?
시계도 안 좋은 데 무슨 카메라
그냥 산길을 오르자.
오늘은 카메라를 꺼두는 거야
하루쯤 카메라 없이 산행을 하는 것도 좋다.
카메라로 부터의 해방
이제 모든 것과 해방이다.
임도를 따라 오른다.
잘 닦여진 차 길이 계속 된다.
언제 까지 올라가야 하나?
분명히 산 정상가는 길은
이런 임도가 아니라
산길일 텐데.
한 두시간을 올라갔나
어찌된 일인지 아직도 임도다.
해가 넘어갔는 지 밤이 어둑어둑해 진다.
손전등을 켜까?
길이 좋으니 그냥 올라가자.
길에 그림자가 희미하게 보인다.
왠 그림자
하늘을 보니 하늘에는 달이 떠있다.
달 빛이 내 그림자를 만들고 있다.
희미하게 나마
그림자를 따라 간다.
아무도 없다
산을 처음 오를 때 만났던 두 등산객 이후로는
아무도 없다.
그냥 나와 산과 길과 달과 그리고 내 그림자
이것이 나와 같이 등산하는 전부다.
아무도 없는 산길
이제 해는 넘어간 듯
어둑어둑 해지고
석양을 보리라는 기대는 이미 접고
그냥 글을 따라
길이 있으니
그 길을 따라 간다.
한참을 올라가니
이정표가 보인다.
임도는 계속되고
바람소리
계곡의 물소리
그리고 가끔 숲속에서 나는 정체모를 소리
모두 잠든 숲이지만
북두봉으로 가는 산길이 나온다.
북두봉
이제부터는 임도가 아니고 좁은 산길이다.
이 산에는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
여기 까지 왔으니
북두봉 600 m
그래 잠간 갔다 오자.
북두봉을 향해 산길을 오른다.
이미 해는 서산에 지고 어둠이 이 산에 내려 앉았다.
달빛이 비추어
산길이 잘 보인다.
손전등을 켜지 않아도 충분히 볼수 있는 길이다.
나무사이로 난 길을 따라 산을 오른다.
가파르지 않다.
바위를 타고 오르는 길도 없고
그냥 일반적인 흙길이다.
나무에 달 빛이 가려지기도 하고
초 겨울의 바람이 나의 몸으 스쳐가기도 하고
스쳐가는 바람이 기분이 좋다.
커다란 바위가 나온다.
이제 거의 온 듯하다.
바위를 올라가니
북두봉 정상이다.
전후좌우로 희미하게 산들이 보인다.
모두다 잠들은 산들이
한 줄기 찬 바람이 훅하고 불어 나의 옷깃을 스쳐지나간다.
아무도 없는 이 산 정상
아무 간섭도 없다.
휘황찬란한 서울의 밤 조명도 없다.
저 멀리 아래 작은 불빛이 보인다.
그 불빛이 평화로와 보인다.
조금 서서 사방을 둘러보고 있으니
한기를 느낀다.
아래에 벤치를 만들어 놓았다.
정상에서 내려가
벤치에 앉아 가져온 빵을 먹는다.
맛잇다.
아 내려가고 싶지 않다.
침난만 있으면 여기서 이벤치에서 그냥 자고 싶다.
이 산과 같이
벤치에 누워 하늘을 본다.
하늘에는 반달보다 큰 달이 떠있다.
별들도 보이고
아 이 행복감
아무도 없는 산 정상에 내가 혼자 있다.
시간이 흐른다.
11월 말 아무리 겨울이 따뜻하다 해도 그래도 겨울초라
바람이 차다.
몸이 조금씩 추워지고
이제 하산하자.
기어올라왔던 바위
내려가려하니 어느곳인지 잘 모르겠다.
올라올때는 쉬웠는데
내려가려하니
내려가지 말까 ?
길을 찾아 하산한다.
아까 왔던 길로
달빛에 길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산길을 다 내려오니 다시 임도
그럼
운장산 가는 길을 찾아보자
반대편에 운장산 가는 기링 보인다.
저 길로 가고 싶다.
밤 새워 저 산길을 걷고 싶다.
오늘은 그냥 내려가자.
다시 왔던 길로 발길을 되돌린다.
아쉬움을 남기고
이렇게 나의 북두봉 산행은 끝이 난다.
그날해 지는 시간 17:15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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