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의 적막에 쌓인 산
이른 새벽 먼동이 트기 전에 오르는 산과
산행을 마치고 여유롭게 내려오는 산
같은 밤이지만 그 느낌은 완전히 다르다.
하루 산행이 끝나가는 느낌
산의 밤이 마음을 바쁘게 하기보다는
맘을 편하게 한다.
이제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는 여유
구지 시간을 정할 필요도 없다.
이미 대중교통은 끊긴 다음이니
그냥 설악의 깊은 산속의 밤을 느끼며 가면 된다.
내 몸이 밤에 젖어 든다.
밤이 주는 의미
밤이 주는 편안함
하루의 일이 끝나가는 기분
설악의 깊은 밤과 더불어 하산을 한다.
밤과 하나가 되어
여유롭게
계곡으로 내려간다.
아무도 없는 설악의 계곡
물소리가 들려온다.
모두 잠들지만 계곡의 물 만은 잠들지 않는다.
한계령에서 오르고 처음 만난 물
그래서인 지 더 반갑다.
잠시 쉬었다 가자.
마침 컵라면이 두 개가 남았다.
컵라면이나 먹고
물이 무척 차다.
다리에서 내려와 계곡에 발을 담그니
온몸에 한기가 퍼진다.
배낭에서 긴팔을 꺼내 입고
다시 계곡물 에 발을 담근다.
너무 차가워 발이 아프다.
뜨거운 컵라면을 먹으니
한기가 사라진다.
아 이런 곳이 신산이 노니는 곳이 아닐까
하는 생각
우리가 신선이 된 듯
세상 천지 부러울 것이 없다.
신선이 컵라면을 먹다.
컵라면을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비우고
영원히 이곳에 내려가고 싶지 않은
발길을 내 딛는다.
조금 가니 계단이 시작된다.
엄청난 급경사다.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대승폭포
폭포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악초를 캐던 중
어머니가 불러 올라가 보니
대승이의 밧줄을 지네가 끊으러고 하는 것이 었다.
그 대승이가어미니의 목소리에 살아나
마을 사람들이 이 폭포를 대승폭포라고 하였다고 한다.
금강산의 구룡폭포 와 개성 천마산의 박연폭포를
우리나라 3대 폭포라고 한다고 한다.
대승폭포는 보지 못하고
대승폭포의 떨어지는 물소리만 듣고 내려간다.
엄청난 경사
이제 거의 다 내려온 듯
저 아래 불빛이 보인다.
차다니는 소리도 들리고
장수대다.
장수대 입구는 불이 꺼지고
아무도 없다.
가끔 지나가는 차들만 휙휙 지나가고
프린트해 온 지도를 꺼내
콜택시 회사에 전화를 한다.
"여기 장수대인데요 요금이 얼마나 돼요?"
"어디 가시는데요?"
"원통 나가려고요"
"15,000 원입니다."
"예 장수대인데요 택시 보내 주세요"
"예 기다리세요"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 빼 먹고 기다리니
택시가 온다.
택시를 타고 원통으로
원통은 군인들이 ?은 지역이라
주말에는 숙박비가 50,000 이고
주중에는 30,000 한다고 한다.
늦은 밤 야식집에서
김치찌게에 밥 한 그릇시키고
먹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친절하시게도
밥이 하나 가득들은 양푼을 식탁에 놓고는
적으면 더 덜어 먹으라 하다.
기나긴 산행으로 배가 고팠던 지
한 그릇 뚝딱하고
밥을 더 덜어 맛있게 먹고
맛있는 저녁과 더불어
서북능선의 이야기도 끝나간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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