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약봉이다. 아무도 오지 않은 것 같은 -
억새밭을 건너니 조그만 길이 보이는 것 같다.
다시 밀림을 헤치며 전진
한참을 가니 정상인지 좀 평평한 곳이 나온다.
가만히 보니
리본에 재약봉 정산(954m)이라고 써있다.
이 곳이 재약봉 정상
다시는 여기 안 온다.
아무것도 몰랐으니 이 길을 택했지
조금만 알았어도 이 길로 들어서지 않았으리라.
그러나 여기까지 온 것 어떡하랴.
18:05 출발
20분쯤 걸으니 내려가는 길이 나온다
직진은 이제 죽어도 못 간다.
무조건 하산이다.
그런데 어디로 내려가야 하지
오른쪽 또는 왼쪽
여기도 이정표가 없다.
막막하다.
지도를 펴 놓고 생각하나
왼쪽이 맞는 것 같다.
내려가자
좀 있으면 해가 넘어간다.
아직은 훤하다.
산을 내려간다.
왜 이리도 하산 길은 멀까.?
한 참을 내려 왔나
해는 서산에 저물고
이제 이 산도 잠잘 준비를 하는 듯 하다.
사방이 고요하다.
부엉이 소리도 들리고.
앞에서 인기척이 난다.
깜짝 놀랜다.
“이 밤에 어디가세요”
“아 산에 올라가요”
“무척 험하던데요”
“험하지 않아요”
“재약봉 가는 길은 잡목이 무성하던데요”
“아 그 길은 마을에서 등산길 정리를 안 해요.
아마 다니는 등산객이 없을 거예요.
그렇지만 고개까지 등산길은 마을에서 정리를 해서
길이 좋습니다”
“그러네요. 그런데 이쪽으로 내려가면 어디로 가요”
“원동면이예요”
“그러면 배내골은 어디인가요”
“여기가 배내골이예요”
제대로 왔구나
“곧 어두워 질 거예요. 후레쉬 준비 하셔야 할 텐데요”
“예 배낭 안에 있습니다”
날씨가 어둑어둑 해진다
길 옆에는 반딧불이가 보인다.
참 오랜만에 보는 반딧불이다.
- 마을이다. 휴 살았다. -
거의 다 온 듯하다.
마을이다.
역시 시골 마을답게 조용하다.
큰 내가 있다.
어디로 가야 하나.
초 저녁인데도 지나가는 사람이 없다.
차도 다니지 않고
서울에 있다 이런 시골에 내려오면
마음이 평안해 진다.
비록 지금은 서울에서 살고 있지만
우리들의 고향은 시골 마을이다.
여름이면 냇가에서 멱 감고
겨울이면 썰매 타고 하던 그 시절
개울 건너 민박집이 있는 듯하다.
더 헤매지 말고
가장 가까운 곳으로
음식점 같은데 민박까지 같이 하는 것 같다.
마당으로 가서
“민박해요?”
“예 들어 오세요”
거실 옆 방이다.
일단 피곤하니 짐을 풀고
밖에 나가 야외 침상에서 간단히 저녁을 해 먹고 있으려니
옆에서 매운탕에 소주한 잔 하며 식사를 하고 있던
아저씨가 나를 부른다.
같이 식사하자고
먹던 햇반을 가지고 가서
나 : “어디서 오셨어요?”
아저씨: “부산에서요”
나 : “무슨 일하고 계세요”
아저씨: “도로 공사 하고 있어요”
나 : “아 그러세요. 여기 물 좋고 좋지요”
아저씨: “예 추워서 여기서는 문닫고 자야 해요”
같이 이런 저런 얘기 하면서
소주 한 잔하고
식사를 한다.
식사 마치고
인사하고
정리하고 다시 방으로
오늘 일 정리하고
오늘이 마지막 밤이다.
내일은 무리하지 말고
빨리 부산으로 내려가
서울로
내일 일정은 신불사와 영축산
두 산을 마지막으로 정복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우고
일단 취침.
- 16편에 계속 -
사자평으로 코끼리봉으로 재약봉으로 조금 더 가서
원동면으로 하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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