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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차 (1/8) 로마 병정에게 삥 뜯기다.

낯선 타향 이국 멀리 와서 긴장한 탓인지 아침 일찍 눈이 떠진다. 시계를 보니 아침 6시 너무 이르다 엎치락뒤치락 하다가 아침 7가 넘어 대충 씻고 준비하고 8시쯤 호텔을 나선다. 아침을 제공하는지 안 하는 지 몰라 그냥 나간다. 다시 로마의 테르미니역이다.


터미널의 어원이 테르미니가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스펠링이 비슷하다. TERMINI 와 TERMINAL. 이 쪽 환경에 적응 하기 위하여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을 왔다 갔다 한다. 아침 일찍 기차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사람들이 분주히 발걸음을 재촉한다.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역에 있는 빵집에서 빵을 사가지고 커피와 같이 맛있게 먹는다. 나도 그네들 사이에서 같이 빵과 오렌지 주스를 시켜 조그만 탁자에 앉아 먹는다. 생각보다 빵이 부드럽고 맛이 있다. 빵을 먹고 로마 지도를 얻기 위하여 인포메이션 센터에 가보니 아직 문을 안 열었다. 인터넷에서 본 기억으로는 맥도날드에 좋은 지도가 있다는 정보를 알고 맥도날드를 기웃거려 보지만 원하는 지도는 없다.

인포메이션 문 열 때까지 역을 구경하다 보니 시간이 다 되었다. 2시간이나 기다리어 인포메이션에 가서 지도 같은 것을 하나 갖고 역 직원에게 콜로세움가는 길을 물으니 역 직원이 이 지도가 아니란다. 그리고는 자기가 들어가서 로마 여행을 위한 자세한 지도를 가지고 나와서 설명한다. 여기서 가깝단다. 10분이면 간단다. 당신이야 여기 사니 잘 알겠지만 나는 처음이라 잘 모른다. 말로 설명한다. 잘 모르겠다고 다시 물으니 볼펜으로 죽 가는 길을 표시해 준다. 지도를 들고 역을 나왔다. 배낭을 메고 평소에 체력은 자신이 있어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고 역을 나와 보니 거리 이름도 안보이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길거리에 서서 한참을 서성거리니 거리 이름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벽에 거리 이름이 붙어 있다.

지도에 있는 길을 따라 가다 보니 흰 건물이 나온다. 이름이 비또리오 에마뉴엘레 2세 기념관을 지나 가다 보니 고대 로마병정 옷을 입은 사람이 있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으니 찍으란다. 친절한 것이 맘에 걸렸으나 사진을 촬영하니 돈을 내란다. 아니 무슨 돈 모델 값이라고 5유로를 보여주며 내란다.


잘 못 걸렸다. 기분은 안 좋았으나 그냥 주고 다음에는 절대로 그런 사람은 안 찍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고 지하에 발굴 중인 옛날 로마의 모습이 있어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일본인이 와서 아는 척을 한다. 사진을 찍어 달란다. 사진을 찍어주고 나도 한 장 찍어 달라고 해서 나도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을 한 장 찍고 앞에 보이는 콜로세움으로 향한다. 그림으로만 보던 콜로세움이 나의 눈앞에 서 있으니 그 감회 또한 새롭다. 내가 진정 로마에 와 있는 것이 맞긴 맞는 것인가? 콜로세움에 들어 가려 하니 입장료를 내란다. 표지판에 10유로라고 쓰여있다.

신용카드 됩니까?

현금만 됩니다

, 한 장 주세요

10유로를 주고 사서 콜로세움에 들어간다. 그 크기가 대단하다. 아래 운동장이었던 곳은 지금은 운동장 아래 방들이 돌출되어 보인다. 한쪽은 운동장 같이 조금 막아 놓았다. 지하에는 옛날에 검투사들이 대기하고 맹수들이 검투를 위하여 대기하는 장소란다.

이 경기장은 로마시대 가장 위대하고 웅장한 사적으로 손꼽을 수 있는 곳으로 검투사들의 격투시험장으로 또한 맹수들의 사냥 시합장으로 사용되었다. 로마 제정기 때에는 로마 시민의 오락시설로서, 장내에 물을 채워 넣고 전투를 하는 모의 해전, 생명을 내건 검투사들의 싸움인 검투사의 격투, 맹수와 인간과의 사투와 맹수들끼리의 싸움 등이 시행된 처참하고 잔혹한 게임이 벌어지곤 했다고 한다. 그 후 300년 이상이나 처참한 사투가 되풀이되다가 405년 오노리우스 황제가 격투기를 폐지함으로써 피비린내 나는 역사가 막을 내렸다고 한다. 현재는 통로와 방의 칸막이가 노출되어 있다

그리고 나와 팔란티노에 들어간다. 아침에 로마병정에게 속은 것이 분해 표 받는 직원이 없는 틈을 타서 몰래 입장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팔란티노는 콜로세움 입장표에 같이 포함되어 있단다. 괜히 그것도 모르고 어차피 다 포함되어 있는데 복수한다고. 복수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사함도 별로 없고 조용한 팔란티노. 로마시대 황제와 귀족의 거주지역이었던 만큼 조용하고 쾌적하다. 시간이 멈춰진 것 같다.

깜삐똘리오 광장으로 간다. 영어의 수도 Capital의 어원이 여기란다.

깜삐똘리오 광장에 결혼식을 끝내고 나온 사람들이 서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토요일이라 결혼을 하나보다. 결혼식을 못 본 것이 아쉽다.


깜삐똘리아 광장에는 청동상이 하나 세워져 있다. 이 청동상이 오현제의 마지막을 장식한 황제이고 철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란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던 바로 그 명상록이라는 책을 남긴 황제이다. 이 황제의 기마상이 가장 훌륭한 기마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기마상이 깜삐똘리아 광장에 있는 데는 그 사연이 있다. 원래는 로마에 그 당시에 22점의 기마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4세기경 기독교가 로마에서 종교로 인정되고 기독교가 국교로 자리잡고 나서 기독교는 단일신이므로 기독교 이외의 것들은 모두 파괴하였다고 한다. 그 때 로마에 있던 22점의 기마상들도 모두 파괴되었는데 그 중에서 유독 이 한 점의 기마상만 파괴되지 않고 후 대에 우리가 볼 수 있는 유일한 기마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파괴하지 않은 이유가 기마상을 파괴하던 기독교인 중 하나가 이 기마상이 기독교를 공인한 최초의 황제인 콘스탄티누스로 잘 못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기 자신의 위대함이 자기 청동 기마상을 살린 것이 아니고 다른 황제의 기독교와의 관계에 의하여 위대한 한 동상이 사라지지 않고 보존된 것이다. 그 당시 기독교들만 아니었으면 지금 우리는 더 많은 작품들은 감상 할 수 있었는데 아쉬운 점이 많다.


그리고 이 깜삐똘리아광장은 미켈란젤로가 설계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동상도 미켈란젤로가 이 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예전에 89년 처음 미국에 갔을 때 호텔에서 TV를 보는데 마이클엔젤로라고 나와 누구냐고 했더니 미켈란젤로라고 해서 아 미켈란젤로가 영어로는 마이클엔젤로 구나 했던 기억이 난다.

여하튼 팔란티노와 베니치아 광장까지 갔다가 다시 콜로세움으로 나오니 배가 무척 고프다. 어디 멀리 가서 먹기도 뭐하고 가까운 음식점을 찾으니 없다. 대충 이태리 포장마차에서 먹자고 생각하고 포장마차로 간다. 이 네 들 포장마차는 허가를 받고 하는지 그 형태가 다 똑같다. 아마 체인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하고 보내는 것 같다. 그 곳에 가서 보니 피자가 보였다. 피자 반 쪽과 물 한 병을 산다. 피자 4유로, 물 2유로 너무 비싸다. 다 먹고 나니 다시 힘이 난다. 역시 사람은 배가 불러야 해. 다 먹고 서성거리다가 다른 포장마차에 가격을 보니 물 1.5, 피자 3.5 앗 바가지다.

관광객이라고 바가지까지 오늘은 첫날이고 이태리에 대한 인상도 별로이다. 진실의 입에 갔다. 사람들이 사진 찍기 위하여 줄을 좍 서있다. 역시 영화의 힘은 위대하다. 로마의 휴일이라는 영화의 힘이라고 할까. 1953년 작 흑백영화 이태리에서 로마를 홍보하기 위하여 만들었다고 하지. 그게 히트가 되어 진실의 입에서 손을 입에 넣어야 하고, 스페인 광장에서는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어야 해. 그 로마의 휴일이란 영화에서 오드리햅번이 예쁘기는 예뻤지. 여행 첫날 관광을 마감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 테르미니 역에 도착한다. 옛날의 체력만 믿고 배낭을 메고 시내에 나갔던 것이 잘못 되었다. 어제 로마에서 숙소를 제대로 잡았으면 숙소에 보관하고 둘러보았을 텐데 숙소에 방도 없었고 가격도 만만치 않아 그냥 나온 것이다. 그래도 역에 짐을 보관하였으면 되었을 텐데 그것 마저 도 무시하고 무리하게 짐을 지고 다녔으니 다리에 근육이 뭉쳤다. 몸도 피곤하고 한인 민박에 가면 심적으로 그래도 좀 편할 테니 민박에 가서 일단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올 때 준비해 온 민박집에 전화를 한다. 그런데 구입한 공중전화 카드가 말을 안 듣는다. 새로 산 건데. 옆에 있는 다른 공중전화에 다시 가 넣어도 또 똑같다. 내가 잘못 샀나. 하고 있으려니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다 와서 공중전화 카드의 모서리를 잘라준다. 이태리는 공중전화 카드를 사면 옆을 부러뜨려 잘라내고 사용하여야 한다. 그 카드를 다시 공중전화에 넣으니 전화가 걸린다. 여보세요. 상대편에서 한국어로 여보세요 한다. 하루가 지났지만 그래도 반갑다. 아줌마 목소리 27번 플랫폼 앞에서 기다리란다. 한참을 기다려도 보이지가 않는다. 터미널 밖을 나갔다 들어왔다 몇 번을 왔다 갔다. 한 참을 기다리니 어떤 아줌마가 온다. 한 참을 기다렸냐고 물어온다. 2군데가 있단다. 다행히 만나서 민박집에 도착.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걸어서 5분 약 3블럭 정도 떨어진 가까운 거리다.

이탈리아 집들은 일단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집안에 정원이 있고 그리고 위층에 가정집이 있다. 우리나라 같이 담으로 정원이 둘러 있는 형태가 아니고 완전히 외부와는 폐쇄된 그들만의 공간이다. 큰 대문을 들어서 2층에 올라가니 민박집이 나타난다. 침대 2층을 사용하란다. 일단 짐을 풀고 침대에 올라가 좀 쉰다. 오늘 쓴 돈을 계산하니 어제 호텔 40 + 아침 2.4 + 점심 6 + 콜로세움 10 = 58.4 이대로 가다간 가져온 300유로 1주일도 안되어 거덜난다. 큰일이다. 카드로 현금서비스가 안되면 어떡하지 걱정이 태산 같다. 현금 서비스 안되면 완전 국제 미아 신세가 된다. 현금을 더 가져 올 걸 하는 후회가 앞선다.

조금 있으니 저녁을 먹으라고 한다. 주방에 가서 저녁을 먹고 야경을 구경하러 가기 위하여 밖으로 나간다. 일단 역에 들려 기차표가 신용카드가 되는지 확인하니 신용카드가 된단다. 지하에 ATM 있어 국내 은행카드 (비자나 마스터 아님)현금카드를 넣으니 작동을 안하고 에러 메시지를 내놓는다. 그래서 현금 카드 대신 마스터카드로 하니 작동을 한다. 급한 대로 200 유로를 더 찾아 지갑에 충전을 한다. 그래서 현금 500유로가 된다. 낮에 보았던 콜로세움에 다시 가보았다. 야경이 멋있다고 했었는데 불이 많이 꺼져 있어서 그리 멋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다리가 무척 힘 든다. 역시 여행은 체력이다. 다음 여행시에는 헬스라도 하여 체력을 키우고 와야겠다. 체력이 국력이고 체력이 여행의 필수 조건이다.

더 이상 걷기가 힘들어 민박집으로 들어오고 있는데 건널목에서 어떤 유럽인이 말을 건다. 지도를 펴 놓고 자기 숙소에 어떻게 가냐고 난들 뭐 알겠냐 만은 그래도 낮에 조금 돌아다녔다고 같이 지도를 보고 찾아 주었다. 그런데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 것이 아닌가. Korea에서 왔다고 하니 저는 포르투갈에서 출장 왔단다. 목적이 길 찾는 것이 아니었다. 리스본은 공기가 좋은데 여기는 매연이 심하단다. 리스본에 꼭 한 번 놀러 오란다. 무척 좋단다. 한국이라고 하니까 남이냐 북이냐를 물어본다. 외국인들은 KOREA에 대하여 남 북으로 갈려 있는 것이 제일 먼저 생각나나 보다. 외국인들에게는 남보다 북이 더 유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남이라고 하니 자기가 알고 있는 북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폐쇄적이고 고립되고 등등. 우리는 통일이 우리의 소원이라고 말하고 한참을 길에서 서로 이야기를 한다. 자기는 음악을 무척 좋아한단다. 학교시절에 그룹사운드에도 있었단다. First 기타를 쳤다나. 하여튼 통신 업무로 이태리에 출장을 왔는데 휴일이라 잠시 로마에서 관광을 하고 내일 피렌체로 간단다. 그리고 자기 호텔에 가서 맥주 한 잔을 하자고 한다. 처음에는 하려고 생각하고 같이 가다가 오늘 낮에 있었던 일도 생각나고 민박집에 일찍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정중히 사양하고 혼자 보낸다. 같이 가서 맥주 한 잔하고 이야기도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마지막에 내가 내 숙소로 돌아가야겠다고 하니 허탈해 하는 모습이다. 30분 동안 같이 술 한잔 하려고 정성을 들였는데. 하도 이태리에는 좋지 않은 사람이 많다고 해서 겁도 났고. 그런데 그 포르투갈 사람은 진짜 출장 온 사람일까? 맞겠지 설마 거짓말을 했을라고, 그런데 왜 동양인인 나에게 접근했을까? 같이 가서 맥주나 한 잔 해보는 건데. 여하튼 그 포르투갈 사람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왔다.

숙소에서는 여행자들을 위한 맥주 파티가 벌어져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다. 과반수를 차지하는 대학생들, 수능 끝나고 누나랑 같이 온 학생, 그리고 직장에 사표 내고 놀러 온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다. 다 저마다의 개성을 갖고 있다. 여럿이 모여 밤 12시까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다 잠을 잔다. 저녁 먹고 바로 출발한 사람이 있었다. 이 곳이 너무 좋아 1주일을 있었단다. 그 사람의 여행은 특이했다. 일단 목적지를 확인하는 작업의 반복, 로마를 하루에 다 돌았단다. 예를 들어 콜로세움이 거기 있고 있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외는 아무것도 없다. 그 사람의 독특한 여행 방식이겠지. 아직 다리는 근육은 안 풀렸다. 다리가 아프다. 내일의 여행이 걱정이 된다.

여기서 잠깐 오드리햅번의 로마의 휴일 당시 모습과 할머니 오드리 모습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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