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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차 1/12일 쏠렌토의 할머님들

이제 다리도 많이 나아졌다. 오늘따라 일찍 깬다. 시계를 보니 06:00이다.

07:40 아침 먹고

08:11 분 전철을 타고 쏘렌토로 출발한다.

09:10 쏘렌토에 도착 쏘렌토를 간단히 한 바퀴 돌아 구경하니 상당히 깨끗하다. 더운 지중해 기후로 열대 식물들이 심어져 있고 날씨도 상당히 따뜻하다.


멀리 떠난 벗이여, 나는 홀로 사모하여 잊지 못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노라. <돌아오라, 소렌토로>는 이탈리아 작곡가인 E.데쿠르티스의 작품

돌아오라 소렌토로

아름다운 저 바다와 그리운 그 빛난 햇빛

내 맘속에 잠시라도 떠날 때가 없도다

향기로운 꽃 만발한 아름다운 동산에서

내게 준 그 귀한 언약 어이하여 잊을까

멀리 떠나간 그대를 나는 홀로 사모하여

잊지못할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노라

-아오라 이곳을 잊지말고

돌아오라 소렌토로 돌아오라

한 바퀴 구경하고 오니 포시타노가는 버스가 출발하고 없다. 아말피 가려면 포시타노까지 가서 갈아타고 가야 한단다. 그 곳에 서 있는 운전기사에게 문의하니 뒤 차란다. 뒤 차에 가서 물어보니 자기 차가 아니란다. 이렇게 황당할 수가 있을까? 여기 저기 물어보아도 아무도 답을 못한다. 현지 할머니들 다섯 분이 운전사에게 이태리어로 뭐라 한다. 뒤에 포시타노라는 단어가 들리는 것으로 봐서 포시타노 가는 버스를 기다리는 것 같다. 현지 할머니들도 버스를 못 찾고 왔다 갔다 한다. 내가 포시타노 가는 것을 눈치 챘는지 나에게 와서 뭐라 한다. 나는 알아 들을 수가 없으나 대충 뜻은 알겠다. 포시타노 가는 냐고 하는 것 같다. 대충 나도 포시타노 간다고 하고 그 할머니들만 따라 다닌다. 할머니들만 따라다니면 나도 포시타노 갈 수 있겠지 여기에 사시는 분들도 이렇게 버스를 못 찾는데 어떻게 내가 찾을 수가 있을까? 할머니들이 서로 이야기하며 웃고 떠든다. 재미있는가 보다. 무려 1시간을 기다린 끝에 10:10분 할머님들이 차에 올라타며 나에게도 빨리 타라고 한다. 할머니들은 어디 할머니나 다 똑같은가 보다 푸근함이 느껴진다. 인생을 그만큼 많이 살아 인생에 대한 달관이라고 할까. 그 동안 살아온 역경. 할머님들 덕분에 무사히 버스에 탈 수 있었다. 버스에는 몇 명 없다. 아마 평일이라 그런 것 같다. 나와 할머니 5분, 외국인 2명 운전기사 포함 모두 9명이다. 운전기사와 할머니와 뭐가 그리 즐거운지 큰소리로 이야기 하고 웃곤 한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지만 보고만 있어도 재미있다. 아말피로 가는 길은 무척 꼬불꼬불하다. 마치 우리나라 강원도 고개를 넘는 것 같다. 운전기사는 연신 크락숀을 빵빵하고 눌러댄다. 앞에서 오는 차에게 하는 신호이다. 차가 가니 비켜달라는 주의하라는 신호이다. 지중해 바다가의 깎아지른 절벽이다. 그 절벽에 집을 짓고 산다. 그것도 아주 예쁜 집들을 짓고 산다. 절벽을 깎아 밭도 만들었다. 포시타노에 도착한다. 여기서 차를 갈아 타야 한다. 포시타노에 왔으니 포시타노를 함 보고 가야지. 저 아래 한 참 아래 지중해 해변이 보인다. 터벅 터벅 걸어 내려간다. 아 제법 멀다. InterPositano 버스가 지나간다. 아 저 차를 탔어야 하는 건데. 얼마 안 되는 것 같아 걸었더니 무척 멀다. 동네는 한가롭다. 사람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 동네 사람들은 무엇을 해서 먹고 살까? 거의 한 시간은 걸어 내려온 것 같다. 길 가에 있는 가끔씩 있는 상점들을 구경하며 아래로 아래로 계속 내려간다.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다. 크고 유명한 관광지 보다는 이렇게 조그만 마을의 사는 모습을 보는 것이 훨씬 아기자기 하고 재미있다. 한 참을 내려가니 포시타노 동네 버스 종점이 보인다. 버스 타는 곳을 확인하고 마을 아래로 내려가 지중해 푸른 물에 손을 담과 본다. 깎아 지른듯한 절벽 그 절벽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위대함이 같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푸르디 푸른 지중해. 여름을 이런 곳에서 보내면 얼마나 좋을까? 돈만 많다면. 다시 버스 정류장에 올라와 버스를 기다린다. InterPositano 버스 아침에 산 버스표가 180분 유효한 버스표다.

기사 아저씨 이 버스표 돼요?

그 버스표 안돼요

그럼 버스표 어디서 사요

나한테 사면 돼요

하나 주세요

버스에 타니 운전기사 아저씨가 직접 판다. 12:00 버스표를 사서 버스를 탄다. 좁디 좁은 골목길 차가 다닌 다는 것이 신기하다. 두 대가 간신히 비켜갈 수 있는 길 뱅글 뱅글 돌아 아까 차에서 내렸던 곳에 도착한다. 약 10분이 걸린다. 12:10분 도착. 다시 아말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여행이 계속된다. 이 곳은 일반 버스를 타고 절벽을 보는 것 자체가 바로 관광이다. 지중해와 어우러져 있는 절벽들 그리고 지중해 구름이 끼어 있고 그 구름 사이로 햇볕이 비추이고 왜 똑같은 바다인데 느끼는 감정이 이렇게 다를까?


옛날 캘리포니아 에서도 차 끌고 나가 보던 태평양도 우리나라 동해에서 보는 것과 그 느낌이 달랐었다. 똑 같은 태평양 바닷물인데. 바다는 그 보는 위치에 따라서도 다르다. 언덕 위에서 보는 바닷가에서 보는 바다. 내가 가장 아름답게 본 바다는 군대에서 저녁 해가 지고 보름달이 바다에서 떠오를 때이었다. 언덕에 앉아 본 바다 큰 바다가 호수같이 작게 느껴지며 바다가 금빛으로 물들며 보름달이 바닷물 위에 있을 때 그 보름달과 바다의 조화는 신비롭기만 했다. 여기서 이렇게 절벽에서 버스를 타고 가며 바다를 보는 것과 이 곳에서 며칠을 기거하며 체험하며 보는 바다는 다를 것이다. 밤에 보는 아말피의 언덕은 어떨까? 이 곳에서 며칠 머물다 갈 수 있었으면.

절벽에 지어 놓은 집들을 다 어떻게 지었을까 하는 생각. 절벽에 자재를 운반하는 길도 신통치 않은 것 같은데. 하여튼 내가 보기에는 이상한 애들이다. 절벽에 집을 짓고 사는 모습을 보니. 아말피에 도착한다. 그리 크지 않은 아담한 동네이다. 인포메이션에 들어가 무료지도가 있는가 물러보았다. 무료는 없고 2.5유로 짜리 유료가 있단다. 너무 비싸 안 산다. 마을을 조금 올라가니 학생들이 학교 끝나고 나온다. 방학일 텐데 학교에 갔다 오나 날씨가 따뜻하니 다른 특별 활동이 있을 줄도 모르지. 마을은 깨끗하다.

나폴리와는 정반대다. 나폴리는 상당히 지저분했는데. 이 곳 아말피는 깨끗하다. 정류장에서 해변의 방파제 쪽으로 조금 가다 보니 해안에서 과일을 판다. 과일 도매상인가 보다. 과일을 실은 트럭도 몇 대가 있다. 외국인 나의 눈에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 곳에서 바나나를 하나 산다. 나도 그 사람이 가고 난 후 바나나를 하나 달랬더니 이태리어로 뭐라 한다. 도저히 못 알아 듣겠다. 동전을 꺼내 보여주니 알아서 가져가고 바나나를 준다. 그렇게 바나나를 하나 사서 방파제에서 바다를 보며 앉아 바나나를 까 먹고 있으니 바나나가 맛있다. 한가롭게 바닷가 벤치에 앉아 바다를 보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도 별로 없고 여유롭다. 모처럼 가져보는 여유다. 해변에는 사람들이 간간이 보이고 바닷가에는 모래사장도 있어 모래사장도 걸어보고 겨울이라 바닷가의 배들은 묶여있다. 여름이면 모두 여행객들을 태우고 바다로 나가 여름을 만끽하고 있겠지. 우리나라 해변에는 고기 잡는 그물들이 있는데 이 곳에는 그물을 볼 수가 없다. 순수 관광용 인가? 이 여유로움을 조금 더 누려보자. 방파제로 올라가니 방파제 옆에는 마차에서 물건을 파는 난전이 있다. 사람들이 물건을 팔고 있다. 그런데 짐을 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시계를 보니 오후 2시다. 아니 두 시에 영업을 마치다니 그러고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나. 아니면 집에 갔다 저녁에 다시 올까? 이태리 남부 사람들은 참 게으른 것 같다.


이렇게 아말피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시 나폴리로 오는 버스를 탄다. 전철로 갈아 타지 않고 직접 나폴리까지 오는 버스를 탄다. 고속도로로 해서 한 참을 달리고 있다. 달리는 버스에서 잠시 눈을 붙인다. 일어나보니 나폴리로 들어간다. 나폴리 역이 종점인지 알았는데 그렇지 않은가 보다. 나폴리 가리발디역을 지나쳐 한참을 가는 것 같아 물어 보니 벌써 지나쳤단다. 아이구 하고 내려보니 나폴리 항구다. 그 유명하다는 나폴리 항구 미항하면 나오는 나폴리 항구. 저녁 어스름이라 잘 보이지 않는다. 아주 밤이면 야경이라도 멋있는데. 이 때가 가장 어정쩡하다. 기왕 항구까지 온 것 항구 구경이나 하고 가자. 한국인 가족이 보인다. 배낭을 앞으로 맸다. 소매치기 조심하기 위하여 그렇게 매고 다닌다. 항구에 들어가니 배는 모두 떠나고 쓸쓸하기만 하다. 쓸쓸한 항구에서 여기 저기 기웃거린다. 사람도 없다. 다시 버스를 타고 나폴리역으로 돌아가자. 역에서 내려 숙소로 와서 저녁을 먹고 저녁 밤차 시간을 기다린다. 민박집에 새로 새 식구가 6명이 들어온다. 어제는 2명이 잤는데. 오늘 온 여행객은 경찰공무원이란다. 휴직을 하고 학생들 5명과 같이 유럽여행 중이란다. 왜 휴직을 했고 학생들은 또 누구인지 시간이 없어 물어보지 못했다.

어제 밤 같이 얘기를 했던 주인 아저씨가 PC에서 고스톱을 하고 있다. 고스톱이 한국 사람정서에 맞는 지 재미있는가 보다. 한국에서는 공사현장에서 잠깐 살아본 경험 밖에 없지만. 두 민박집을 보았다. 모두 조선족이다. 나폴리 아저씨가 어릴 때 같이 학교 다녔단다. 그런데 두 집 다 여자가 생활력이 더 강하다. 원래 유목민이 여자가 더 활동적이라고 한다. 우리 민족은 옛날에 몽고 지방 유목민의 후예들이니까. 그러니 그 피가 섞여 있을 수 밖에.아저씨가 고스톱이 안 된다고 하니 주인집 아줌마는 그 딴 것 한다고 핀잔을 준다. 저녁식사를 하고 나서 벽을 보니 식사를 한 끼 더하면 식사 값을 내야 한다고 적혀 있어 주인 아저씨에게 돈을 주려고 물어 보니 그냥 가란다.

밤 차 시간이 되어 역으로 나간다. 처음 타는 쿠셋이다. 침대를 설치해 놓은 열차다 처음 타보는 것이라 궁금하기도 하다. 시간이 되어 기차에 오른다. 정식 침대 칸은 아니고 6인용 1 등석 좌석에 2층 침대 2개를 설치하여 타고 가는 것이다 물론 안에서 문도 잠글 수 있게 해 놓았다. 내 방을 찾아 가보니 이태리 노부부가 벌써 와서 자리를 잡고 있다. 내 자리는 2층이란다. 2층으로 짐을 갖고 올라 가자. 1층에 노부부가 탑승하고 그리고 나 또 반대편에 나이 먹은 아저씨 이렇게 4명이 다 찼다. 이태리 할머니를 할머니라고 하기에는 젊고 아줌마라고 하기는 늙었고 하여튼 동양인 나와 같은 칸에 탄 것이 상당히 재미 있나 보다. 나에게 뭐라고 말을 건다. 도통 이태리어는 알아 들을 수가 없어 대답을 못하나 그래도 그 할머니는 즐거운가 보다. 상당히 우호적이고 매우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기차는 출발하고 얼마 있다가 승무원이 와서 물, 티슈, 슬리퍼 등 한 보따리 주고는 내 열차표를 회수해 간다. 분실 및 도난 우려가 있어 쿠셋은 열차표를 회수해 가서 내리기 30분전에 다시 갔다 준다고 책에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침대에 올라가 짐을 정리하고 있으려니 나에게 이태리 과자를 하나 먹으라고 권한다. 세계 어느 곳에서나 먹는 것을 권하는 인심은 동일 한가 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서 먹어보니 매우 짜다. 왜 이리 짜게 먹는지 모르겠다. 승무원이 나눠준 물과 같이 먹으니 먹을 만 하다. 어디를 가는 지는 모르지만 참 즐거워한다. 부부가 한 참을 웃고 떠든다. 무슨 말은 모르지만 그 들을 보고 있는 나도 즐겁다. 이 사람들과 같이 오늘 밤을 보내야 한다. 3명의 이태리 사람들 그리고 동양인 나 그렇게 4명. 할아버지 할머니 들과 같이 이 밤을 보내야 한다. 즐거워하는 그들을 보고 즐겁게 잠을 청한다. 이태리 사람들 하고 같이 있는데 아무 일도 없겠지 하는 안심이 든다. 이제 피곤하다 잠이나 자자. 나를 실은 열차는 베네치아를 향해 힘차게 달린다. 밖은 어둡다.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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