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12025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9일차(1/15) : 융프라우요흐에서 사발면을 먹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 6시가 좀 지난 시간이다. 우리 룸 애들은 일어날 줄을 모른다. 일어나서 화장실을 갔다 오니 내 위층에서 잠을 잔, 어제 같이 저녁을 우아(?)하게 같이 저녁을 먹은 룸메이트가 슬리퍼가 바뀌었단다. 얼른 보니 한 쪽이 내 것이 아니다. 어두운 곳이라 미처 못보고 신고 나온 것 같다. 미안하다 하고 바꿔 바로 신고 간단히 샤워를 하고 짐을 챙기고 이불보와 침대시트, 벼게 보를 챙기어 아래 층으로 내려와 마고 일어난 이불보 등을 반납하고 식당으로 가보니 아까 그 룸메이트가 벌써 와있다. 대충 눈치로 내가 할 행동들을 생각해 보고 간단히 빵과 오렌지 주스를 갖고 나의 룸메이트 앞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키를 Reception에 반납하고 배낭을 메고 그린델발트 역으로 향하여 뚜벅 뚜벅 걸어 내려간다. 역에서 융프라우가는 티켓을 끊고 기차에 올라탄다. 스키를 타러 가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스키화를 신고 스키는 열차 중간에 마련된 장소에 놓고 자리에 앉아 간다. 자리가 모자라 서있는 사람까지 있다. 이 곳에서 스키를 타면 좋을 텐데 아쉬움만 따른다. 내려서 스키나 타고 놀다 갈까 라는 생각이 굴뚝같다. 스키는 인스부르크가서 시간 있으면 타야지 하며 그냥 융플라우에 오른다. 중간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율플라우 정상으로 가는 아래 톱니바퀴 달린 빨간 기차로 갈아타란다. 빨간 기차로 갈아타고 드디어 융플라우에 오른다. 좌우로 펼쳐지는 장관 이 곳은 신이 만들어 놓은 대자연의 신비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한국사람이 무척 많다. 한국어 안내 방송도 해준다. 한국인이 얼마나 많으면 한국어 방송까지 해 주는가? 우리 기차에도 단체로 온 한국인이 많다. 기차가 굴 속에 들어가더니 중간에 정차 했다. 한국인 관광 가이드가 빨리 나가서 사진 찍고 오라고 자기 손님들에게 말한다. 나도 그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간다. 나가서 유리로 바라보는 산은 웅장하다. 날씨가 참 좋다. 구름 한 점 없고 해도 떴다. 기차가 가고 있다 보면 가금 쿵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빙하가 금이 가는 소리란다,

드디어 융플라우 정상이다. 이렇게 쉽게 올라오다니 그리고 이렇게 따뜻하게 구경할 수 있다니 인간의 욕심이 대단하다. 한국인, 일본인 간간히 중국인 들도 보인다. 깃발을 따라 다니는 사람들. 역 입구에서는 사발면을 판다. 장사가 무척 잘된다. 전체 매상의 반이 사발면이라지 아마. 매상 1위란다. 7 Sfr 무척 비싸다. 융플라우는 밖에 나갈 수 있는 분이 두 개가 있다. 스핑크스 전망대와 그리고 밑에. 스핑크스 전망대 밖을 나갔다.


무척 춥다. 어제 잃어버린 목도리 생각이 간절하다. 간절하면 어찌하겠는가 이미 내의 소유물이 아닌 걸. 화창한 날씨 정명에 보이는 만년설이 덮여 있는 높은 산봉우리. 이 곳이 정녕 유럽에서 가장 높은 융플라우란 말인가. 내려와 또 다른 밖에 나갈 수 있는 곳을 찾아 밖에 나갔다. 발 밑에는 빙하가 계곡을 덮고 있다.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있다. 갑자기 밀려드는 적막감. 경외감. 저 눈 덮인 산속에 나 혼자 서 있으면 어떠한 생각이 들까. 이 곳에서 눈 덮인 산과 빙하만 보고 있는데도 태고의 자연을 간직한 저 산에 빠져드는 것을.

배낭을 메고 다녔더니 현기증이 난다. 아래 역으로 내려와 잠시 앉아 쉰다. 한국인들이 컵라면을 사먹는다. 종업원에게 가서 융플라우 왕복 티켓이 있으면 컵라면을 준다는데 라고 하니 내 티켓은 안된 단다. 잠시 후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다시 가서 물어 보니 무료로 컵라면 주는 티켓은 따로 있다고 그 티켓을 보여준다. 배도 출출 하여 나도 컵라면을 하나 사서 먹고 있으려니 관광객이 기차를 타러 죽 빠진다. 갑자기 조용해진다. 여기 저기 구경하다 기차 출발 기차시간을 보니 다음 기차는 12:45분 현재시간 11:50분 5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조용한 융플라우 정상에서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다. 관광객이 떠나고 난 조용한 융플라우 정상 적막감이 좋다. 간간이 독어만 들린다. 화장실을 갔다 오고 어제 아침에 피렌체 민박집에서 넣어 준 사과를 물에 씻어 먹으니 맛있다. 융플라우의 따사로운 겨울 태양 빛 아래서 글을 쓴다. 무공해 햇볕이라고나 할까. 구석에 앉아 아침에 샤워하고 닦은 수건을 배낭에 덮어 무공해 햇볕에 말린다.

융플라우 역 앞에는 일본 빨간 우체통이 서있다. 얼마나 일본인들이 많이 왔으면 우체통까지 갔다 놓았을까?


갑자기 사람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열차 시간이 가까워 진 모양이다. 한국말도 들린다. 중국말도 들린다. 일본말도 들린다. 역에서 안내방송을 한다. 출발 10분 남았다고, 현재 시간을 보니 12:45분

12:40분 열차 탑승 45분 출발 기차가 클라이네 샤이덱에 도착한다. 여기서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역에 가서 물어보니 내 표로는 그린델발트까지 못 간단다. 인터라켄까지는 못 가는 표란다. 아 나의 실수 인터라켄에서 표를 끊던가 아니면 그린델발트에서 클라이네 샤이덱까지 끊던가 했어야 했는데 그린델발트에서 그냥 무심코 왕복 티켓을 끊은 것이 잘못이다. 참고로 융플라우 왕복은 인터라켄에서 두 개의 길이 있는데 하나는 그린델발트로 해서 클라이네샤이덱 가는 길하고 하나는 라우터부르넨을 거쳐 가는 길이 있다. 올라갈 때와 내려 갈때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 두 가지를 다 볼 수 있다. 눈물을 머금고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인터라켄가는 표를 다시 끊고 기차를 탄다.

스키장에서 안전사고 또는 구조를 위하여 헬기가 기다리고 있다.


기차 안에는 스키어들이 타서 기차가 만원이다. 깡통을 흔들며 웃고 떠든다. 매우 좋아하는 모습들 이다. 내 옆자리와 앞자리에는 스위스 사람들이 앉았다. 내 옆의 스위스 할아버지가 나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 South냐고 다시 묻는다. 그리고는 North는 여행 나오기 어렵겠지 라고 말한다. 알면서 왜 묻는 거야. 자기는 타이완과 베이징은 가봤단다. 내가 서울은 1,0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라고 하니 스위스는 700만 밖에 안 된다고 서울보다 적은 인구라고 한다. 이 곳은 거의 다 스키다. 보드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 젊은이 들은 거의 보드 타는데. 스키장이 매우 환상적이다. 일정한 슬로프가 없다. 그냥 아무 곳으로나 내려오면 된다. 제일 긴 코스는 200Km나 된단다. 시속 100Km로도 2시간을 내려가는 거리이니 언제 다 내려가나. 어찌되었든 스키의 천국이다. 마을 골목까지도 스키 타고 내려온다. 스키 타고 그냥 숙소로 들어가는 것이다. 옆 할아버지께서 스키 탈 줄 아느냐고 물어본다. 조금 탄다고 하니 스키장에서 나가 스키 타는 모습을 못 봤다고 농담을 한다. 다음에 오면 꼭 타고야 말 것이라고 그 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니. 꼭 보겠단다. 언제 왔냐고 해서 어제 왔고 오늘 내려가서 루체른으로 간다고 하니 루체른을 못 알아 듣는다. 다시 루체른하니 아 루쓴한다. 이 곳은 4개 국어를 사용하다 보니 다 부르는 말이 틀린 가 보다. 하여튼 오늘 간다고 하니 무지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하루 더 묵고 가란다. 이 곳 무척 좋단다.

차표를 검사하러 검표원이 온다. 어제 나에 1등석 기차표를 끊어준 그 검표원이다. 아는 척한다. 내 표에 구멍을 내고 간다. 얄미운 검표원

인터라켄에 내려 16:08분 루체른 행 열차를 탄다. 이 번에는 유레일패스를 안쓰고 2등석 기차표를 샀다. 29 Sfr 4만원 미만은 그냥 차표를 사는 것이 유리하다. 하루에 약 4만원 정도 하니까. 루체른에는 18:04분 도착 예정이다. 루체른으로 가는 길 안개가 심하다. 저녁이 되니 호수에서 나오는 안개다. 앞에 할머니가 앉았다. 사과 하나를 다 드시더니 책과 돋보기를 꺼내 독서를 하신다. 그 연세에 기차 안에서 독서까지 하다니. 안개가 자옥하여 밖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없었으면 상당히 예쁜 풍경이었을 텐데 아쉽다. 조금 가다 보니 안개가 조금 걷히고 언덕 밑으로 조용한 마을이 보인다. 불 빛이 평화롭다. 도로에는 차들이 안전 거리를 지켜가며 질주하고 있다. 현재시간 오후5시20분 9 to 5 이니까 다섯 시 퇴근 후 집에 가는 모양이다.

산 속에 조그만 마을에 불이 들어온다. 마을 한 복판에 높은 교회가 보인다. 마을에 교회가 있어 그 모습이 더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산 속에 있는 집들. 우리나라에서도 여행을 하다 보면 시골 집에서 저녁에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나오면 그렇게 평화스러워 보였었는데 인간에게 저녁이 갖는 의미는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하루 일을 마치고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는 시간. 그런데 지금 우리의 서울은 어떤가. 잠을 자기 전까지 쉴새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아니 잠을 자고 있는 시간에도 어디엔가는 또 다른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 우리들의 휴식은 정녕 어디에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이 것이 자본주의 인가. 자본주의를 처음 만든 유럽은 왜 우리의 삶과 틀린 것인가.

기차는 Giswill역에 정차한다. 할아버자 할머니가 플랫폼에서 떠나는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손을 입술에 대었다가 다시 기차를 향해 손을 내민다. 자식이 부모에게 들렸다 가는 가보다. 이내 기차는 플랫폼을 빠져나간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언제나 애틋하다. 떠나는 자식을 지켜보는 부모님의 마음. Giswill 참 아름다운 도시 같다. 다음에 와서 시간 있으면 한 번 들려 보아야지. 꽤 큰 도시 같기도 하고.

내자리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스키화를 신고 있다. 아주 집에서 스키화를 신고 출발을 하나보다. 계속 기차 타고 해서 걸어 다니는 것이 많지 않을 테니까. 우리는 다 싸서 지고 다니는데. 하여튼 여기 사람들은 스키화를 신고 다니는 것이 별로 안 불편한 가보다. 스키화가 좋은 스키화인가?

어둠이 짙어 진다. 거의 다 왔다 보다. 시계를 보니 앞으로 약 40분 남았다. 좀 일직 출발하는 건데 융플라우에서 좀 지체 했던 것 같다. 스위스는 호수가 무척 많다. 창 밖 어두워도 호수가 보이고 저 멀리 육지 그 마을의 집에서 나오는 불 빛이 호수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다. 여섯 시가 되었는데 밖은 완전히 어두워 있다. 역시 겨울이라 밤이 일찍 오나 보다.

루체른에 도착. 빨리 숙소를 정해야 한다. 항상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첫 번째 할 일이 숙소를 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가장 힘 드는 일이다. 순간의 선택이 하루 밤을 좌우하니. 오픈북 책을 찾아 보니 Tourist Hotel in Luzern 이 있다. 나폴리에서 보았던 경찰공무원 아저씨가 여기서 묵었다는 생각이 난다. 좋아 오늘은 이 곳에서 자는 거야. 그런데 약도가 없다. 어떻게 찾아가야 하지.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어 물어 보자.

여보세요 투어리스트 호텔이죠?

예약은 안 했는데. 도미토리 방 있어요

예 있어요

어떻게 찾아가면 돼요?

어디예요?

역이예요

main street에서 호수로 나와 호수를 따라 왼쪽으로 두 번째 우든브리지를 건너 왼쪽으로 100미터만 오시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길을 못 찾으면 다시 전화 하겠습니다.

두 번째 우든브리지에서 건너 왼쪽이라. 한 번 찾아 보자. 지나가는 행인에게 main street를 물으니 앞에 보이는 것이 main street란다. 길로 나오니 바로 강이다. 왼 쪽으로 나무다리가 보인다. 다시 한 참을 가니 두 번째 나무다리가 나와 건너 왼쪽으로 보니 호텔 같은 것이 보인다. 호텔을 쉽게 찾았다. Reception에 도착하니 안대를 한 애꾸눈 청년이 반갑게 맞아 준다. 애꾸눈이 재미있다. 방값을 물으니 33Sfr이란다. 방값 33sfr을 지불하고 방 키를 받아 방에 들어간다.

오늘은 어떠한 사람들이 있을까? 10명 정도 도미토리다 방이 무척 크다. 들어가며 오른쪽 2층 침대가 있고 2층에 인도인이 앉아 있다. 꼭 인도에서 명상하는 것 같이. 아래에 유럽인이 있었는데 몸집이 무척 크다. 참 특이한 방이다. 어디에서 잘까 잠시 고민이 든다. 왼쪽으로 2층 침대 2개가 있다. 아래층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이 짐을 정리하고 있다.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듯 하다. 아무래도 2층이 안전할 것 같아 대학생이 자리를 잡은 반대편 침대 2층으로 올라간다. 출입문 왼 편으로 수도꼭지가 하나 있고 조그만 책상이 놓여 있다. 배낭에 저녁에 먹다 남은 빵이 조금 있어 그 책상에 앉아 먹는다. 버리기도 아까워 의자에 앉자 먹고 있고 있으려니 유럽청년과 인도사람이 루체른 시내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또 다른 유럽청년이 나가고 같이 이야기 하던 유럽청년도 루체른 야경을 구경한다고 나간다. 인도사람이 나에게 말을 건다. 자기는 인도에서 왔다고 그리고 나는 Korea에서 왔다고 하고 서로 이야기 하다가 그 인도 사람이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가 좋단다. 슈트트가르트도 좋고. 그 중에서 인스부르크가 무척 좋단다. 특히 유스호스텔이 무척 좋단다. 그 큰 방에 둘이 잤단다. 원래는 독일에서 자고 당일치기로 갈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인스부르크에서 1박을 하기로 일정을 수정한다. 이런 곳에서 여행객들이 하는 이야기는 거의 지금까지 여행 했던 경험담이다. 한 참을 이야기 하고 나도 야경을 보러 나간다. 밤 8시인데 길거리가 한산하다.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아 쇼윈도만 불을 켜 놓았다. 레스토랑과 술집만 문을 열어 장사하고 있다. 젊은 애들이 왔다 갔다 한다. 머리와 복장이 불량하다. 영화에서 보는 펑키 스타일의 복장. 좀 잘 산다 하는 나라 애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부모가 잘 살고 나라가 잘 살면 애들은 다른 방향으로 발달하는 것 같다.

강에는 백조 들이 많다. 꼬마 애 들이 백조한테 장난을 한다. 모이를 주며 강밖으로 유인하고 강 밖으로 나온 백조를 보며 좋아한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꼬마 애들의 개구쟁이는 노릇은 비슷한 가 보다. 언덕 위에 성이 보이는데 조명을 하여 신비롭게 보인다.


어디에 선가 악대의 연주 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가보니 빨간 옷을 입은 한 무리의 악대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골목을 행진하고 있다.


좀 시내를 구경하다 다시 숙소에 들어와 보니 내가 2층에 잠을 풀어 놓았고 내 침대 아래층에서 자는 사람이 느낌에 한국사람인 것 같다. 나는 샤워 하고 잠이 든다. 한 참을 자다 밖이 시끄러워 깨어보니 밤 12시다. 옆 방에 애들이 노는 소리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잠을 잔다. 모포가 좀 추운 것 같아 내 잠바를 더 덮고 잠이 든다. 따뜻하다.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