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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차(1/16) : 리기산 정상에서 악대의 음악을 듣다.

아침에 잠이 깨어 시계를 보니 아침 6시다. 침대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다 7시 다되어 일어난다. 아래층 중년 여인은 벌써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고 없다. 나는 간단히 세수를 하고 짐을 챙겨 식당으로 간다. 지금 시각 7시 30분. 식당에는 이미 사람들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다. 한국말도 들린다. 여행 책자에 나와 있어 아마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 많이 들리나 보다. 식사를 하고 Reception에 가니 어제 저녁에 있던 그 애꾸눈 청년이 있다. 리기산을 어떻게 가느냐고 물어보니 친절히 가르쳐 준다. 그리고 내려 올 때는 케이블카를 타란다. 적극 추천한다.

유레일 패스 있어요? 그 애꾸눈이 물어본다.

예 있어요

여기서도 할인해서 표를 끊을 수가 있어요

얼마예요

전체 다해서 29Sfr이예요

그리고 유레일 패스로 유람선은 무료로 탈 수가 있어요

유레일 패스에 오늘 날자를 써야 되나요

어차피 오늘 기차 탈 거잖아요.

빈에가는 야간 쿠셋을 오늘 날자로 끊으면 된다. 어차피 내일은 빈을 관광하고 모레 아침에 빈을 떠날 것이니까.

돈은 없고 카드만 있는데요

카드도 돼요 어제 방값은 카드가 안 된다고 해 놓고 리기산 교통권은 카드가 된단다.

그러면 한 장 주세요. 그리고 유람선은 어디에서 타요

역 앞 선착장에서 타면 돼요

감사합니다

나는 숙소에서 나와 짐을 지고 역에 도착하여 코인라커에 짐을 넣고 선착장으로 가보니 악대가 와서 유람선을 기다리고 있다. 옆을 보니 어제 내 침대 아래칸에서 잤던 사람이 있다. 먼저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오셨어요 하니 그렇단다. 그래서 같이 오늘 여행하게 되었다. 유람선 2층이 1등석이다. 2층에 올라가니 입구에 뷔페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같이 일행은 강릉에서 선생님을 하신단다. 중학교 국어 선생님이란다. 그 선생님이 뷔페에 가서 과일을 몇 개 가져와 같이 먹다가 반대편 창가로 자리를 옮긴다. 그 뷔페가 8Sfr이란다. 한 참 뒤 직원이 와서 계산을 한다. 우리는 같이 8Sfr을 지불한다. 또 얼마를 호수를 감상하고 있는데 다 왔다는 것이다. 도착한다. 우리는 리기가는 열차로 갈아 탄다.

리기가는 두 대의 열차가 있다. 여행객에게는 앞의 열차를 타란다. 뒤 열차는 같이 온 악대에게 예약이 된 것 같다. 이상한 복장을 한 악대. 악기도 무척 많다. 악대 대원도 한 20명이 넘는 것 같다. 우리는 앞의 열차에 올라 탄다.

창가에 스위스 마을 분들이 앉아 있다. 우리가 중간에 앉고 창가에 앉으신 스위스 분들이 자리를 바꾸자고 한다. 고마우시기도 하시지 우리는 사양했지만 결국은 자리를 바꿔 우리가 창가로 가서 앉아 창 밖을 보며 리기산에 오른다. 또 얼마를 가다 보니 우리 옆자리 가운데 자리 사람이 내린다. 우리 반대편 좌석에 또 한 한국인이 있어 같이 자리 동석을 요청하여 4명이 일행이 되어 여행을 하게 된다. 새로 일행이 된 여행객은 모녀 지간이고 딸이 학교 선생님이란다. 어머님을 모시고 이렇게 먼 유럽까지 오다니 효녀임에 틀림없다. 우리 넷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행이 되었다. 마을에는 안개가 끼어 날씨가 흐리다. 날씨가 안 개이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이 많이 된다. 안개 낀 산을 한참을 올라가니 안개(구름)을 뚫고 열차가 올라간다. 순간 우리 열차 밑으로 하얀 운해가 좍 깔린다.

모두 탄성을 지른다. 환상적인 그림같은 풍경이 우리 열차 밑으로 펼쳐진다. 이루 형용 할 수 없는 운해의 아름다움 그 위에 알프스의 장엄한 산들이 병풍같이 솟아 있고 솟아 있는 산들은 흰 눈이 덮여 있다.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러한 풍경들 정말로 혜택 받은 나라 맞다. 산과 호수로 인해 벌어들이는 관광 수입. 나라 잘 만나서 편하게 사는 국민들. 시내에는 저녁 6시만 되면 문을 닫는 상점들. 음식점과 술집만이 문을 열고 영업하고. 우리는 밤 늦게 까지도 하나라도 더 팔겠다고 문을 열고 장사하는 나라. 휴일에도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나라. 우리보다도 조금 일하고 더 잘사는 나라. 더 행복한 나라. 잘사는 국민.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벌써 열차는 리기산 정상에 오른다.

리기산 정상 날씨는 너무 좋다. 춥지가 않다. 바람이 안 불고 햇볕이 나서 더 더욱 좋다. 화창한 봄 날씨다. 그러나 눈은 녹지 않고. 스위스 호수도 얼지 않는다. 1월에도 유람선이 다닌다. 간이 올라온 밴드가 음악을 연주한다. 언덕 위에 사람 둘이 춤을 춘다. 신났다. 사람들이 죽 서서 음악을 들으며 흥겨워 어깨를 들썩이고 몸을 자연스럽게 흔든다. 산상 음악회 이 화창한 겨울 한 가운데서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하는 저들 아마 루체른 시에서 관광객을 위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아는 노래들이 나온다. 진주의 난 괜찮아 노래도 나온다. 원래 디스코 음악이었고 원제는 Gloria Gaynor의 I Will Survive 우리나라 진주라는 가수가 난 괜찮아로 번안하여 부른 노래다.


난 괜찮아 - 진주 1집
니가 떠나면 남겨진 내가 눈물로 수 없이 많은 밤을 지셀거라
너는 믿고 있겠지만 네게 미안하겠지만 난 괜찮아 너를 동정하지는 마
난 괜찮아 난 괜찮아 그대가 나의 전부일 생각은 마
아무리 약해 보이고 아무리 어려보여도 난 괜찮아 나는 쓰려지지 않아
난 괜찮아 뒤돌아 가 그대의 사랑 같은 사랑 원하지 않아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꿈결 같아도 영원토록 변치 않을 수 없다면 난 괜찮아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마 너의 동정 따위는 내겐 필요 않아
나는 너는 잊을 거야 모두 잊고야 말거야 꼭 할거야 너를 지워버릴 거야
그냥 그렇게 떠나 돌아보지마 더 이상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는 마
누구나 한번쯤은 다 격는 이별뿐이야 난 괜찮아 자꾸만 돌아보지 마
난 괜찮아 난 괜찮아 그대가 나의 전부일 생각은 마
아무리 약해 보이고 아무리 어려보여도 난 괜찮아 나는 쓰려지지 않아
난 괜찮아 뒤돌아 가 그대의 사랑 같은 사랑 원하지 않아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꿈결 같아도 영원토록 변치않을 수 없다면 난 괜찮아
아무리 약해 보이고 아무리 어려보여도 난 괜찮아 나는 쓰려지지 않아
난 괜찮아 뒤돌아 가 그대의 사랑 같은 사랑 원하지 않아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꿈결 같아도 영원토록 변치 않을 수 없다면 난 괜찮아

맑은 공기, 맑은 하늘, 경쾌한 음악. 무엇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아가의 자는 모습이 평화롭다.


우리는 각 자 준비 해온 점심을 양지 바른 탁자에 남아 꺼내어 먹는다. 케밥을 가지고 오신 강릉 선생님, 퐁뒤를 가지고 오신 모녀 우리는 조금씩 나눠 먹으니 그 맛이 꿀 맛이다. 역시 식사는 여럿이 같이 하는 것이 제일이다. 그것도 해 맑은 알프스 산 정상에서 맛있는 점심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을 먹고 우리는 내려가는 길은 어머님과 같이 오신 선생님이 걸어서 내려가잖다. 기차를 타지 않고 눈길을 걸어서 내려가기로 결정을 하고 걸어서 내려간다. 옆에 산에는 눈들이 쌓여 있고 스키어들이 스키를 탄다. 나도 타고 싶은데. 다음으로 미루고 같이 내려간다. 공기 상쾌하고, 춥지도 않고, 경치 좋고 마음까지 시원하다. 중간 역 까지 걸어 내려온다. 역에서 모녀는 잘 가라는 인사와 함께 헤어져 다른 방향으로 가고 나와 다른 선생님은 호텔에서 추천한 케이블카를 타고 가기로 한다. 케이블카 타는 곳에 가보니 문이 닫혀 있어 케이블카를 타는 건물을 헤메인다. 식당 종업원의 도움으로 승차장을 찾아보니 아까 우리가 왔던 곳이다. 서서 잠깐 기다리니 케이블카가 온다. 케이블카 앞에 서서 내려간다. 무척 가파른 경사다. 내려가는 기분이 청룡열차 탄 기분이다. 케이블카로 내려와 보니 선착장이 보이지 않는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릴 따라온다. 우리가잘 못 가는지도 모르는데. 가다 보니 선착장이 보인다. 선착장에서 몇 시에 출발하는 지 물어보니 직접 배 타는 곳에 걸린 시계를 보여준다. 남은 시간 앞으로 30분. 밖에 나가 사진을 찍는다. 잘 나와야 할 텐데. 온다는 시간에 유람선 한 대가 온다. 사람들이 줄을 조금 서 있다. 타려고 물어 보니 아니란다. 다음에 오는 배에 타란다. 이어서 오는 유람선을 탔다.

안개 낀 호수, 아름다운 스위스 집들 완벽한 조화 한편의 그림이다. 루체른에 와서 카펠교를 지나 시내를 한 바퀴 돌고 빈사의 사자상을 보고 그 선생님은 인터라켄으로 가야 한다고 떠나고 이제 또 나 혼자 남았다. 혼자 국립 박물관에 들어가려 하니 10 Sfr을 내란다. 호텔에서 찍은 스탬프를 보여 줬더니 8Sfr을 내란다.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안보기로 결정을 한다. 현재시간 15:30분 다시 박물관에서 나와 역으로 들어가 짐을 찾고 쮜리히행 16:10분 열차를 탄다. 약 50분 소요이니까 17:00에 쮜리히에 도착한다. 상공업과 금융의 중심지 쮜리히 그러나 스위스의 수도는 아니란다. 쮜리히에 도착 오늘 저녁 쿠셋을 타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야 한다. 표를 예매하기 위하여 시간표를 보니 열차 시간표에서 못 찾겠다. 창구에 가서 문의하기로 하고 Express창구에서 물어보니 대기 표를 뽑아주며 안에 티케팅룸에 들어가서 기다리란다. 안에 사무실이 있고 일반적인 창구 처럼 유리로 가려져 있지 않고 오픈된 창구이다. 내 차례가 되어 빈에 간다고 하니 친절하게 표를 준다. 쮜리히 22:35 출발 빈에 08:35분 도착 표를 48Sfr을 더 주고 구입하고 나니 저녁 6시 아직 4시간이나 남았다. 아침에 비상금으로 찾았던 50Sfr을 주고 나니 2Sfr을 거슬러 준다. 지하 1층에 내려가 코인라커에 징을 보관하려고 보니 5Sfr이다. 루체른은 4Sfr이었는데 여기가 1Sfr이 더 비싸다. 그래도 일단 짐을 코인라커에 넣고 표를 받아 복대에 넣고 시내 구경을 나간다.

오픈북 책을 펴고 보니 쮜리히는 주요 볼거리는 역 중심으로 모여 있다. 한 두 시간이면 도보로 가능 할 것 같다. 일단 큰길로 나가 호수로 가기 위하여 역 직원에게 물으니 앞에 보이는 길로 똑바로 가란다. 선진국답게 거리가 깨끗하다. 전차들이 많이 다닌다. 매연이 안 생겨 좋겠다. 승용차도 많지 않고. 옆에 큰 호수도 있고 도시가 크지만 그래도 공기는 쾌적한 도시이다. 반호프 St.로 한참 동안을 걸어가니 큰 호수가 보인다. 호수에서 사진을 찍고 또 한참 가다 다리를 건넌다. 지도를 보니 나의 생각과 완전히 틀리다. 귀신에 홀린 것처럼. 전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맞게 가고 있다고 나와 있다. 그렇다고 지도를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인터넷에서 출력해 온 글을 읽어 보아도 동일하게 나와 있다. 시내를 한 바퀴 돌아 다리를 건너면 바로 역이라고 내가 역에서 걸어 나온 거리가 얼마나 되는데. 내가 방향을 잃은 것 같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천천히 구경이나 하고 시간되고 모르겠으면 물어 보아야지. 역시 이 곳도 밤 거리가 조용하다. 불 켜진 곳을 구경하고 소위 볼거리라고 하는 것들은 조명을 해 놓았다. 여기 저기 스산한 밤거리를 건다 보니 다리가 하나 나온다 다리를 건너니 바로 내가 내린 역. 시내를 호수를 끼고 강으로 해서 작게 한 바퀴 돌은 것이다.

주머니에 있는 스위스 돈을 다 털어 카페에서 맛있는 빵을 하나 사먹고 지하 상점들을 구경하고 올라오니 아는 사람이 보인다. 어제 같은 호텔에서 묵었던 그 인도인이다. 반갑게 인사하고 아까 내가 빵 사먹은 그 카페로 가서 복도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하다가 인도 전통 차가 있는데 맛있으니 먹어 보자는 것이다. 좋다고 하니 카페 매장 직원에게 뜨거운 물을 부탁한다. 그런데 뜨거운 물도 돈을 내란다. 3.5Sfr인가 그런데 우리가 갖고 있는 돈이 전부 다해서 그 돈이 안되었다. 이제 떠나는 입장에서 스위스 프랑을 다 쓰고 없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불가이니까. 한 참 실랑이를 하다 기어코 뜨거운 물 한잔을 사온다, 컵 두 개랑. 우리는 물이 너무 비싸다고 스위스를 헐뜯고 우리나라는 무료라고 종업원에 스위스 불평을 이야기고 하니 재미있다. 스위스 사람들은 자국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하다던데. 똑 같은 딸기가 슈퍼에 있고 하나는 스위스산 하나는 이태리산 스위스산이 3배가 비싸도 스위스 사람들은 스위스산 딸기를 사 먹는단다. 그 인도사람은 사진작가란다. 파노라마 사진을 주로 찍는 단다. 인도에 스튜디오에 근무하고 명함을 받고 이야기 하다 보니 또 아는 얼굴이 나타난다. 어제 같은 방에서 잤던 어린 학생이다. 물어보니 미국에서 대학 다니는 학생이란다. 뉴욕 위에 있단다. 그리고 무척 쾌활하다. 더는 안 물어 보고 우리는 같이 서로의 여행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차 시간이 가까워져 서로 잘 가라는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그리고 나는 쿠셋에 오른다. 아까 4인용 1층을 달라고 해서 내 방에 들어가 보니 아무도 없다. 침대 시트도 내 침대만 있다. 6인용 쿠셋은 사람이 많은데 여기는 좀 더 비싼가 보다. 열차가 출발할 때까지 아무도 안 와 나 혼자 4인용 쿠셋을 다 사용한다. 조금 있으니 턱에 이상하게 수염을 기른 젊은 애가 왔다 갔다 하며 서비스를 한다. 나폴리에서 베네치아 갈 때는 물, 슬리퍼, 물티슈등 많이 주었는데 여기는 물 하나 밖에 안 준다. 조금 가니 나이 지극한 승무원이 와서 유레일패스와 여권을 회수해 가며 내일 아침 식사와 커피가 제공 된단다. 무료로. 먹겠냐고 묻는다, 당연히 먹어야지. 복도에 220V 콘센트가 있다. 벌써 디지털 카메라 배터리 하나를 다 쓰고 두 번째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데 잘 되었다. 지금까지 직은 사진을 다운 받고 건전지를 충전하기 위하여 복도에 꽂아 놓았다. 갑자기 뭐가 떨어지는 소라가 났다. 큰 배낭을 짊어진 아가씨가 지나가다 걸려서 빠졌다. 나가서 다시 꽂았다. 턱 수염을 재미있게 기른 승무원이 와서 뭐냐고 묻는다. 디지털카메라 배터리라고 하니 신기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쳐다보다 간다.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충전이 안 끝났다. 빼서 짐에 넣어 놓고 잠이나 자자. 그 넒은 4인용 쿠셋에서 칸에서 혼자 잠을 잔다. 기차는 빈을 향해 씩씩하게 달려가고 있다. 은하철도 999같이.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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