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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일 영화 평론 중에서 - 대부 속편

1878에 신문에 실렸던 영화평

그 당시 영화평하면 정영일이었죠.

주말영화 영화평으로 우리에게 얼굴이 잘 알려 졌던 영화평론가.

[縮小의 保身] 밖에 없는 젊은 보스의 悲劇 <續 代父>

1878년3월 마흔 두살의 한 남자가 세상을 떠났다.암으로 숨진 이 사나이는 존 카잘이다.

여러 영화에서 알 파치노의 파트너 역으로 호평을 보엿던 남우이다.

42세의 한창 나이에 그는 갔다.

대부에서 마음 약한 형, 마이클의 형으로 나와 인상적인 개성을 보여 주었던 후레드 역을 맡은사람이다.

색채대형 오리지널 러닝타임2시간 58분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영되고 있는 프란트는 2시간 30분이다.

수입영화사가 자진 자의로 줄이고 자를것 같지는 않다.

하여간 안타까운 일이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대부]에 이은속편을 발표 함으로써 그의 재능과 역량을 새삼 증명한 것인데

[파트 투]는 제 47회 (올해(1878) 4월 3일의 시상식은 제 50회였다.) 아카데미 상에서 모두 여섯개의

오스카 상을 차지 했었다. - 3년 뒤에 국내 개봉

대부 PartTwo에 흐르는 것은 고독과 슬픔이다.

종국을 향하여 나갈 수 밖에 없는 슬픔이다. 위세가 당당하며명쾌한 리든이 넘쳐흐르는 전작 [대부]에

비하여 이 제2부는 음울하고 템포도 느리다.

초점은 죽은 대부(M 브란도)의 뒤를 이은 이른바 프린스 알 파치노에게 맞추어져 있다.

<일으키는 자>가 아니라 <이어받을 수 밖에 없었던 자>의숙명. 즉 분명한 시대의 움직임 속에서

스스로의 제국의 붕괴를 실감하며, 그러나 이를 수습해 나가지 않을 수 없는 젊은 제왕의 고립과 비극이

이 영화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알 파치노가 연기하는마이클 콜레오레는 전편 끝에서 보야준 바와 같이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가스로

옮겨 아를 주름잡고 있다.

그는 카스트로등장직전의 쿠바로 미국관광자원을 대표하여 한 몫 끼여들려고하다 실패하기도 했으며

쿠바 상륙을 위하여 위원을 협박한 끝에 스캔들 속으로 끌어들이는 등 차갑고 더러운 온갖 수단을 다 부려온

사나이다. 섭섭하게 필른이 다 카트되었지만 말이다.

그가 또 손을 쓰기만 하면 의원사문의원회라 할 지라도 상처없이 일를 빠져 나올 수 있을 정도의

무서운 냉혈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나이 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명령한 살인의 몇개가 늘 외부로 부터의 방해때문에 미수로 그치듯이 시대의 결정적으로 마피아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세상을 깔본 마피아 단의 대환란의 시대는 아니고 그래서 결국 이 젊은 60대의 두목이 할수있는 일 이란 자기 숙소의 보신밖애는없었던 것이다.

설마 설마 참으며 어지간히 남편을 따라온 가정들을 사랑하고 그를 의지해 왔던 아내케이 (다이안 키튼. 이 여우는 에니홀로 올해 아카데미 주연상을 탔다.) 라든가 형 (존 카잘) 을 잘라 버리고 말살해 나가는 숙소의 보신밖에 없는 것이다.

패밀리의 확보를 위하여 거꾸로 육친을 하나씩없에버려야 한다는 이 차가운 모순에서 영화는 정치나 권력과 밀착 하여야만 겨우 살아갈수 있는 마피아 제국의 처량함을 보여준다.

마피아의 최대의 <갚음> 은 무엇인가?

이 정감적인 드라마 속에서 우리는 냉냉한 비판력을 볼수있다.

음악의 니노로타등 주요 스태프들은 전작과 같으나 속편이라긴 보다는 코르 레오네 일가3대의 가게사라는 편이 좋겠다. 그런점으로 볼때 순 오락 작품으로 질량공히 압도적인 박력을 지녔던 대부보다는 덜 화려하다고 여겨 지기도 한다.

예술성을 지양한 예술양념으로 간을친 마피아 영화라고나 할까?

사족 - 남우조연상을 받은 비토 코르네오네역의 로버트 드 니로의 회상장면 드라마를 비롯한 몇군데가 가위질 당했기 떄문에 관객중에는 설명부족을 느끼는 이도 있다. 영화 평자가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강조하고 싶은것은

F F 코플라 감독에게 있어서 2시간 58분은 예술가의 생명을 걸고 절대 지켜져야할 런닝타임이라는 것이다.

명보극장에서 상영중.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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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여자 (1977) * *

감독
김호선

주연
장미희....이화
신성일....허민
김추련....석기









(스포일러가 있지만 신경쓰실 필요없답니다.)

이화와 석기
[겨울여자]의 원작은 조해일이 중앙일보에 연재했던 동명의 신문소설이죠. 당시엔 정말 굉장한 인기를 끌었고 단행본으로 출간된 뒤에는 10만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였답니다. 하지만 지금 과연 이 책을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군요. 20여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다들 제목만 기억하고 잊어버린 수많은 책들 중 한 권이 된 듯 해요. 절판되었는지 서점에서도 찾기 힘들고요.

영화도 개봉당시 원작만큼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었습니다. [장군의 아들]이 기록을 깨기 전까지만 해도 단성사 단관 개봉 56만이라는 건 한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이었어요. 이 영화로 장미희는 10여년 동안 한국을 대표하는 여자 배우로 영화계를 군림하게 되었고요.

그렇다면 영화는 그 동안 어떻게 나이를 먹었을까요? 얼마 전에 이 영화를 극장에서 다시 봤는데, 결코 나이를 잘 먹었다고 할 수는 없겠더군요. 일부는 어쩔 수 없는 영화 수준의 한계 때문이고 일부는 그 동안 관객들도 많이 자랐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이화라는 여자의 삶을 따라갑니다.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제1부에서 고등학생인 이화는 스토커처럼 뒤를 따라다니며 연애편지를 보내는 정체불명의 남자에게 구애를 받는데, 그 사람은 근처에 사는 부잣집 아들 요섭이었죠. 둘은 사귀지만 가족과 아버지에 대한 컴플렉스를 견뎌내지 못한 요섭은 이화가 자신을 뿌리치자 그만 자살해버립니다. 제2부에서 대학생이 된 이화는 운동권 학생인 석기를 만나 사랑에 빠집니다. 석기를 통해 이화는 자신의 삶의 영역을 조금 넓혀가지만 석기 역시 군대에 간 뒤 교통사고(!)로 죽고 말아요. 제3부에서 이화는 옛날 고등학교 선생님이었고 지금은 대학에 있는 허민을 만나 덜컹거리며 사귀게 됩니다. 둘의 관계가 깊어지자 허민은 결혼을 바라지만 청혼을 거절한 이화는 허민에게 전처와 재회하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그의 곁을 떠납니다. 여기까지가 영화의 줄거리인데, 김승옥의 각색은 원작의 마지막 단계를 빼먹은 모양입니다. 영화화되지 않은 4부에서 이화는 괜찮은 성격의 자활원 소장을 하나 만나는 모양인데 끝에 가선 이 남자의 곁도 떠난다는군요.

영화는 성장물처럼 보입니다. 주인공이 각기 다른 성격의 남자들을 한 명씩 거쳐가며 정신적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려는 의도겠지요. 적어도 이야기의 논리는 그렇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에는 그런 논리가 통하지 않습니다. 명목상 주인공은 장미희가 연기하는 이화지만 우린 이 캐릭터에 대해 어떤 친밀감도 느낄 수 없습니다. 내면 묘사가 거의 되어있지 않고 그것도 헐겁기 짝이 없으니 말이에요. 정상적인 영화에서는 이화가 세 남자들과 상호 작용을 거쳐 정신적인 성숙을 이루는 이야기들이 나와야 할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엔 그런 게 없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화는 정말 텅 빈 캐릭터거든요. 이 한심한 친구는 자기 생각도 없고, 자기 취향도 없고, 그 흔해빠진 여자 친구 하나 없으며, 각 스테이지마다 사귀는 남자 이외에 자기 생활도 없습니다. 다음 스테이지로 건너 뛸 때마다 뭔가 얻은 것 같긴 한데, 그 역시 내면화되어 있지 않아 설득력이 없고요. 특히 3부에서 허선생에게 프리섹스에 대한 설교를 늘어놓을 때는 그 어설픔 때문에 짜증이 팍팍 날 지경이랍니다. 괜찮은 남자를 만났는데도 떠난다는 4부가 있었다면 자기 논리라도 설텐데, 영화에 그런 게 있는 것도 아니고요.

오히려 영화가 신경쓰는 것은 각 단계에서 이화를 만나는 세 남자의 고민과 심리묘사입니다. 이들은 모두 70년대를 대표하는 전형적인 스테레오타입들이고 아주 고약스러운 방식으로 자기합리화가 되어 있지만 관객들은 비교적 쉽게 그들 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영화를 보고나면 주인공이 이화가 아니라 이화를 만나 어리벙벙해진 세 남자들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답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제목을 [겨울여자]라고 달아놓은 이 영화가 철저하게 남성중심적인 시점에 맞추어져 있다는 증거일 겁니다. 생각해보면 이화는 젖살붙은 20살 여자 모습을 한 편리한 장난감입니다. 가짜 엄마에서부터 섹스 토이에 이르기까지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원하는 것들만 뽑아 조립한 인조인간이에요. 이화는 당시 그 시대의 성처녀라는 소리를 들었는데, 뭐 팔딱팔딱 뛰어야 할 캐릭터가 '성처녀'란 말을 들었다면 그 한계는 명명백백하죠. 이 간도 쓸개도 없는 캐릭터는 만나는 남자마다 그냥 '줍니다'. 프리섹스의 개념을 어디서 주워들은 뒤로 주는 건 섹스고요. 그렇다고 자기가 섹스 자체를 즐기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아낌없이 주는 거죠, 젠장.

영화는 그냥 낡아보입니다. 김호선의 스타일은 70년대 당시 관객들에게 상당히 자유분방하고 신선해보였을 겁니다. 하지만 요샌 그냥 서툴러 보이기만 하는군요. 그렇다고 그 낡음을 보완하거나 거기에 새로운 무언가를 더할 바탕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장미희를 비롯한 주연 배우들은 모두 그냥 둥둥 떠다닙니다. 이들은 모두 전문 성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대신하고 있는데, 극단적인 성우 스타일과 이런 영화들의 가식적인 대사들이 결합되면 어떤 코미디가 연출되는지는 여러분도 아실 겁니다. 네, 이번 상영 때에도 "선생님은 바보!"라는 대사가 나오자마자 제 주변에 앉아 있던 관객들은 자지러지더군요! :-)

전 읽지도 않은 소설에 대해 뭐라고 말할 자격이 없습니다. 조해일이 원작에서 이 성처녀적 캐릭터에 어떤 깊이를 담아냈는데 영화에선 그걸 살리지 못했을 수도 있죠. 하지만 영화에 대해서는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5년전의 인기가 지금까지 제대로 유지될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는 거죠. 세상엔 나이가 들면서 고전이 되는 영화가 있고 고물로 끝나는 영화가 있는데, [겨울여자]는 어쩔 수 없는 후자입니다. 현대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70년대 한국 영화 여자 주인공들이 얼마나 흉악스럽게 내숭을 떨었는지 보여주는 자료 이상은 아닌 듯 합니다. (04/01/05)

DJU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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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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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조와 메신저스
어제 내린 비(OST)

신세계(S 가 8014), 1978

최지선 fust@dreamwiz.com | editor

오비스 캐빈의 왕자, 영화음악 접수하다

이장호 감독의 [어제 내린 비](1975)는 성공적 데뷔작 [별들의 고향](1974)의 후속작이다. 사실 흥행성으로 보나 작품성으로 보나 [별들의 고향]에는 못 미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당시의 청춘 영화가 어떤 것으로 이해되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원작은 단짝 친구 최인호의 세 편의 소설 [정원사], [내 마음의 풍차], [침묵의 소리] 등의 혼합물이며, 1970년대 대표적 모더니스트 작가로 잘 알려진 김승옥의 각색과 조응한다. 적극적이고 분방한 영후(김희라 분)와 내성적이고 소심한 영욱(이영호 분), 이 판이한 성격의 이복 형제가 민정(안인숙 분)을 동시에 사랑하면서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다는 줄거리인데, 실상은 멜로 드라마의 양상을 띄지만, 청년들의 막연한 방황과 반항의 페이소스와, 비극적 감수성으로 충만한 센티멘털리즘과 조우하게 된다(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 이장호 본인은 사소하게는 동생 이영호의 출연 같은 사적 개입부터, [별들의 고향] 이후 몇 달 만에 급박하게 제작된 연유 등을 들고 있다).

특히 이런 부분은 영화에서 음악과 이미지를 조합시키는 전개 방식을 통해 일어난다. 보통 주제가를 부른 윤형주나 박인희가 잘 알려져 있지만 영화음악의 실제 주인공은 정성조와 메신저스일 것이다([별들의 고향]에서는 이장호-최인호-이장희로, [어제 내린 비]에서는 이장희 대신 정성조로 서울고 인맥이 이어진다는 것은 사족일 듯하다). 한마디로 '재즈에 영향을 받은 록 음악', 다시 말해 재즈에 근간을 두면서 시카고나 블러드 스웨트 앤 티어스 같은 당시 성행한 브라스 록과 접속했다고 하면 단순화된 설명일까. 어쨌거나 이들이 오비스 캐빈과 로얄 호텔에서 활발한 실연으로, [어제 내린 비], [겨울 여자] 등의 영화음악 등으로 기념할 만한 족적을 남겼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이 영화의 3대 대표곡은 "어제 내린 비" "사랑의 찬가" "달려서 가네"이다. 특히 윤형주가 부른 "어제 내린 비"와 박인희 윤형주의 듀엣곡 "사랑의 찬가"가 '히트곡'이다. 최인호가 이 세 곡들은 작사했(으므로 어느 정도 영화 내용과 일치하는 가사 내용을 가진)다. 영화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어제 내린 비"와 "사랑의 찬가"는 비극적인 사랑에 대한 애가이며 "달려서 가네"는 질주하는 청년들의 송가에 다름 아니다. 예를 들어 윤형주가 부른 "달려서 가네"는 오프닝 크레딧과 결말에서 거리를 달리는 영후의 이미지 등을 보여준다. "사랑의 찬가"는 윤형주의 목소리를 빌어 영화 속에서 이영호가 부르는 '사랑가'처럼 꾸몄는데 목소리와 입 모양이 불일치하는, 지금으로서는 어이 없는 일도 지나칠 만한 실수로 넘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 앨범의 백미는 사실 이 대중적인 대표곡 이외에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대표곡들은 두 세 가지 버전으로 변주되는데, 예를 들어 "어제 내린 비"는 모든 악기로 연주되는 경음악 버전, 플루트 버전, 플루트+기타 버전으로, "달려서 가네"는 봉고 버전, 무그 버전 등으로 주도하는 악기가 변하면서 연주된다. 이런 연주 버전에서 대개 주 선율을 연주하는 악기는 (많은 그룹에서처럼 기타가 아닌) 정성조의 플루트다. 물론 음과 악구들 사이를 자유스럽고 흐드러지게 오가며 수식하는 악기이기도 하다. 반면 트럼펫 같은 관악기는 대개 음과 악구 등의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호방지게 취주되는 악기가 된다. 다시 말해 트럼펫은 힘 있는 사운드를, 플루트는 부드럽고 우아한 사운드를, 무그는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때때로 무그나 봉고 등이 그 빈 틈을 채워넣는 역할을 한다. 또 한 가지. 영화에서는 삽입되었지만 본 음반에서는 삽입되지 않은 곡이 약간 있다. 예를 들어 형 영후와 민정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된 영욱이 괴로워하며 담장을 넘어 형의 방으로 가는 장면에서 흐르는 불길한 음형의 사운드가 그것인데, 이런 '불편한' 곡을 음반에 애써 넣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사실 노래의 악곡은 대개 지극히 간단한 구조가 반복되는 형식을 취한다. "어제 내린 비"의 한 절은 단순한 AA'(동요로 치면 "학교 종이 땡땡땡"과 비슷한) 구조인데, 보컬 버전이 3절로 이루어져 있다면 경음악 버전은 그 두 배로 반복되는 구조를 가진다. 경음악 버전에서 단순한 구조의 반복에서 오는 지루함은 변주에 의해 상쇄된다. 처음에는 기타 아르페지오와 영롱한 건반 악기의 선율이 주도하다가, 다음 절에서는 드럼과 베이스가, 그 다음에는 무그와 관악이 차례로 삽입되는데, 이러한 악기 변화는 눈에 확 띄는 역동적인 무드 체인지가 아니라, 은근한 변환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간단한 구조는 영화의 이미지에 집중하게 하기 위한 어법이었을 듯하다.

그렇다면 보컬의 운용은 어떠한가. 대개의 경우 윤형주나 박인희는 투명하고 청아한 음색을 투영한다. 그에 더해 양념 같은 하모니가 추가되는데 예를 들어 "달려서 가네"의 보컬 곡은 윤형주의 메인 보컬과 빠라빠빠빠-하는 배킹 보컬이 교대되며 흥취를 자아내기도 한다. 반면에 최병걸과 조경수는 보다 음영이 드리워진 음색을 발산한다(최병걸의 경우 당시 수많은 레퍼터리를 소화해내었던 명가수로 손꼽히고, 조경수도 훗날 "아니야" 등으로 솔로 가수로 인기를 얻게 된다). 영화에서 영후가 민정에게 호감을 가지며 적극적으로 접근하여 다방에서 만나던 날 그곳에서 시끌벅적하게 흐르는 "어두운 골목길"과, 영후가 막다른 인생을 사는 생모를 방문하고 나온 후 거리에서 헤매는 장면에서 흐르는 "오후"는 최병걸이 부른 곡들로 최병걸과 메신저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 아닐까. 그루브하게 부상하는 베이스 기타와 더불어 관악기나 기타가 간간히 솔로를 연주하면서 충일한 리듬감을 발산한다. 이런 곡들의 가사에는 시적 서정이 드리워져 있는데 "오후"의 경우 "차가운 분노와 뜨거운 눈물이 나를 조그맣게 만들어"라는 가사를 탄식과도 같이 조분조분 곱씹는 보컬은 회한과 슬픔의 정서로 인도한다.

이처럼 매력적인 보컬들과 호흡하며 출중한 기량의 연주가 조율된 이 영화음악 음반은, 정규 음반을 대신해 1970년대에 활발한 활동을 펼친 중요한 뮤지션인 메신저스의 음악적 행적을 추적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임에는 틀림없다. 20021108

* 영화 크레딧
원작: 최인호
감독: 이장호
제작: 황영실
각본: 김승옥
촬영: 장석준
음악: 정성조
주제가 : 윤형주 / 박인희
캬스트: 안인숙 김희라 이영호 최불암 도금봉 박미영
연주 : 정성조와 메신저스

* The Messengers
최선배: 트럼펫
장석웅: 기타 보컬
변성용: 오르간
조경수: 베이스
유영수: 드럼
최병걸: 싱어
정성조: 색소폰 플루트


수록곡
Side A
1. 어제 내린 비 - 윤형주
2. 사랑의 찬가 - 박인희 윤형주
3. 달려서 가네 - 윤형주
4. 웃어야 할텐데 - 조경수
5. 달려서 가네 - 정성조와 Messengers (봉고)
6. 어제 내린 비 - 정성조와 Messengers (경음악)

Side B
1. 어두운 골목길 - 최병걸
2. 오후 - 최병걸
3. 사랑의 찬가 - 윤형주
4. 어두운 골목길 - 정성조와 Messengers
5. 어제 내린 비 - 정성조와 Messengers (플룻)
6. 달려서 가네 - 정성조와 Messengers (무그)
7. 사랑의 찬가 - 정성조와 Messengers (플룻 기타)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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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review
vol.4/no.22 [20021116]


영화음악
별들의 고향

성음(SEL 20 0029), 1974

최지선 fust@nownuri.net | editor

대중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사운드트랙음반의 정수

검열이라는 정치적 억압 장치와 석유파동이라는 경제적 불황이 중첩된 암흑기에도 불구하고(아니, 그 덕에. 이것이 영화의 흥행 법칙 아니던가) 1970년대 중반은 흥행 영화들이 속속 태동된 시기였다. 이는 관객동원 차원 이상의 신조류를 배태한 결과물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장호 감독의 [별들의 고향](1974)과 [어제 내린 비](1975), 김호선의 [영자의 전성시대](1975), [겨울여자](1977)는 1970년대 한국 영화계에서 새로운 조류를 만들어낸 영화일 것이다. 신파적 멜로 드라마의 한 전형(혹은 변형)이 일명 '호스티스 영화'를 통해 만들어졌고, 당시 청년들의 막연한 좌절감, 패배감이 은유적으로 혹은 굴절적으로 재현된 '청년 영화'가 탄생한다(물론 '청년 영화'의 대표작으로는 [바보들의 행진]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이장호의 성공적 데뷔작인 [별들의 고향]은 바로 이런 영화들의 신호탄이 된다. 경아(안인숙 분)라는 비련의 여성을 통해 드러난 것이, 가학적인 남성이 지배하는 가부장적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말하든, 비정상적으로 급속하게 전개된 도시화, 산업화의 산물이라고 말하든 간에... 영화의 흥행이 작품성을 논하는 지표가 될 수는 없지만 당시 46만이라는 관객 동원은 무시할 수 없는 지표가 된다(이 기록은 후일 [겨울 여자]에 의해 갱신되지만).

이런 분위기는 영화 속에서 '화면 속의 화면(frame in frame)'을 통해 잘 드러난다. 이 장치는 거울이나 유리창에 쓸쓸하고 초라한 모습을 비추는 효과(특히 첫 남자(하용수 분)와의 비극 끝에 결혼한 남자(윤일봉)와의 침실은 거울로 가득하다)와 더불어, 창틀, 가구, 벽을 통한 (특히 베드씬) 엿보기 효과를 복류시킨다.

또 하나의 영화적 장치는 음악이다.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를 대변하는 기능을 하는데 비애의 분위기와 음울한 분위기가 음악을 통해 부가된다. 이런 덕분에 영화뿐 아니라 음반도 베스트셀링을 기록한다(정확한 수치는 알 수 없지만 1974년 당시 한 신문의 보도에 의하면 10만장이라는 수치도 언급된 바 있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음악은 슬로 템포의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다.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와, 여러 번 입힌 흔적이 역력한, 영롱하게 정제된 기타 사운드가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아련한 로즈 일렉트릭 피아노가 간간이 섞이면서 영화 속의 슬픔이 반향한다. 이런 애조는 연주곡 버전에서 황천수(강근식의 회고에 의하면 나이트클럽의 연주자)가 연주하는 색소폰의 구슬픈 선율에 의해 증가된다. 문호(신성일 분)와 경아가 만날 때 술집에서 흐르던 곡이다. 서정적인 클린 톤 기타와 다소 다듬어지지 않는 보컬이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듯한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런 스타일은 강근식을 비롯한 동방의 빛 편곡의 어법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외에 이장희의 보컬이 들어간 곡으로 "한잔의 추억"이 있다. 퐁퐁거리는 가볍고 부유하는 느낌을 로즈 일렉트릭 피아노가 냈고 보컬과 같은 선율을 신시사이저가 따라간다. 특히 후렴부에서 기타는 보컬과는 다른 식으로 기타 자신만의 고유한 간단한 선율이 생성하는데 이 역시 강근식의 전매특허라고 말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외에 서정적인 트랙 "이젠 잊기로 해요"와, 3박자 월츠풍 배경음악에 "오랜만에 누워보는군"이라는 유명한 대사가 '살떨리는' 목소리에 실린 다이얼로그 트랙(아마 당시에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었을까) "나는 열아홉 살이에요"까지가 '목소리'가 들어간 곡이다.

그러나 이 앨범의 백미는 연주곡들에 있다. 우선 "별들의 고향"이라는 대제목 아래 A, B, C 연작으로 구성된 3부작이 눈에 띈다. 첫부분인 "별들의 고향 A - Prologue"는 바람(과 비슷한) 소리로 시작해 황량하고 스산한 분위기를 조성하더니, 곧 질주하는 듯한 드럼이 깔리며 두 코드로 이루어진 피아노가 입혀지는데, 거칠고 굵은 선의 퍼즈 톤 기타 리프(C 파트인 "한 소녀가 울고 있네"의 선율)와 연결된다. 이후 계속 변주되던 이 곡은 중반부 이후 빠른 템포로 변하며 신경질적인 기타와 플루트(크레딧에는 없지만 조원익이 연주)가 조우한다. "별들의 고향 B - 사랑의 테마"는, 오프닝 씬에서 문호가 죽은 경아를 애도하며 회고할 때 깔리는데, 말 그대로 쓸쓸하고 애잔한 애가다. "별들의 고향 C - 한 소녀가 울고 있네"는 연주곡이 아닌 이장희가 노래하는 곡인데 전주부터 의미심장하다. 일그러지듯 몰아치며 시작하는 무그가 사뭇 불길하다. 이장희의 '우우'하는 스캣과 함께 조원익 연주의 플루트 소리가 이곡에서도 들리는데, 몽환적이고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를 주려 했다면 다소 미진한 게 아닐까.

이런 "별들의 고향" 연주곡 연작은 "별들의 고향"이라는 이름을 단 다른 이본(異本)들로 이어진다. 알파벳 이름이 같은 앞서 설명한 곡들과 서로 대응하는 변주곡들이 아닐까 싶지만 서로 다른 이형(異形)의 곡들이다. "별들의 고향(D)"는 네 음을 반복하는 집요한 베이스 기타, 비명과도 같이 순간순간 기괴하게 피어오르는 음향들이, 예쁜 소리와 불협화음을 오가는 피아노와 함께 영화의 분위기와 주인공의 심정을 담아 낸다. 주인공들의 행복한 꿈과 불행한 현실을 대비라도 하려는 의도였을까.

무엇보다도 이런 연주곡에서 두드러지게 다가오는 것은 은연 중에, 혹은 공공연히 깔리는 재즈적 어프로치일 것이다. "별들의 고향(B)에서, 리프와 같은 역할을 하는 끊어치는 듯 둔탁한 베이스 기타가 하층부를 구성한다면, 유연하고 영롱한 클린 톤 기타나 뮤트론이 입혀진 기타의, 블루스와 재즈적 화성에 입각한 연주가 상층부를 구성한다. 다소 빠른 템포의 "별들의 고향(C)"는 뮤트론을 사용해 스트러밍하는 기타의 코드 진행에 따라 각기 다른 톤의 기타와 뿅뿅거리는 무그 신시사이저가 주 선율을 주고 받는(만나고 헤어지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기타 톤의 체인지 등에 의한 이러한 대조적인 전개, 각 악기의 인터플레이는 재즈와 록이 결합한 형식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재즈적 기반은 짧은 소품 "Wedding March"에서도 극명히 드러난다.

이처럼 캐치하고 서정적인 대중적 트랙들과 더불어, 다소 과소평가되었지만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트랙이 공존하기 때문에, 영화와는 독자적으로 감상 가능한, 음반 자체만으로도 손색이 없는 작품이 아닐까. 20021208

* 사족 : 이 영화음악 음반의 작품성과 흥행성의 양대 성과에 힘입어 후일에도 커버만 바뀌거나 수록곡이 뒤바뀌기도 하는 등 몇 차례 재발매되었다.

* 연주

동방의 빛: 강근식(기타), 이호준(오르간), 유영수(베이스), 조원익(드럼)

* 영화 크레딧

원작: 최인호
안인숙 신성일 윤일봉 하용수 백일섭
각색: 이희우
촬영: 장석준
녹음: 한양 스튜디오
주제가 작곡 노래: 이장희
음악: 강근식
개봉: 1974년 04월 26일

수록곡
Side A
1.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2. 별들의 고향 A. Prologue
3. 별들의 고향 B. 사랑의 테마
4. 별들의 고향 C. 한 소녀가 울고 있네
5. 이젠 잊기로 해요

Side B
1. 한 잔의 추억
2.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쌕스펀 독주)
3. 별들의 고향(B)
4. Wedding March
5. 별들의 고향(C)
6. 나는 열아홉살이에요
7. 별들의 고향(D)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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