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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석산장의 밤은 깊어만 가고

무사히 도착했다.

먼저 온 젊은이가 반갑게 맞아 준다.
지금까지 오는 도중 앞서 거니 뒤 서거니 하며 온 젊은이다.
"숙소는 2층이고요, 취사장은 오른 쪽이예요.
예약 확인은 6시 부터 한다고 하네요"

피곤하다. 그냥 올라가 보자. 2층에 올라 가니 미리 온 등산객들이 누워 있다.
나도 자리 한 자리를 차지 하고 누우니 세상이 이렇게 편 할 수가 없다.
움직이기가 싫다. 추운 빗길을 뚫고 여기가지 온 것이 까마득하다.

조금 누워 있으니 안내에 등산객들이 모여 든다.
나도 지친 몸을 일으켜 서서 안내에 가니 앞에 단체로 온 듯한 등산객들이
숙소 배정을 받고 있다.

내 침상은 3호실 175번 요금 7,000원
담요는 8시에 지급한다고 한 장에 1,000씩
3층으로 올라가 내 번호를 찾으니 없다.
다시 나와 보니 4층도 있다.


4층으로 올라가 문을 보니 3호실이라고 씌여있다.
들어가니 왼 쪽으로 내 번호가 보인다.
침상인데 한칸에 5명이 배정된다.
내가 벽에서 2번째.
벽에서 첫 번째 장소는 벌써 누군가 와 배낭을 놓고 어디론가 가고 없다.
식사하러 갔겠지.
상당히 좁아 보인다.



[사진 : 숙소]


몸이 천근 만근이다. 일단 누워 숨 좀 돌리자.
옆 방에는 초등학교 어린이가 아빠하고 왔는지 같이 누워 있다.
누워서 조금 쉬고 빨리 밥이나 해먹고 자야지 하고
배낭을 풀어 취사도구를 꺼내고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저녁 8시 30분에 소등한다고 한다.

역시 취사장에는 등산객들로 꽉차 있다.
할 수 없이 1층에서 해곃하는 수 밖에
비가 들이쳐서 의자가 더 젖어있다.

마침 앞에 사람이 일어나 그 곳에 앉을 수가 있다.
그 곳에 내 영역을 알리기 위해 취사도구를 꺼내 놓고
식수를 찾아 본다. 식수는 내려 가라고 이정표에 표시되어 있다.
비는 내리고 한 참을 내려가도 식수가 보이지 않는다.
잘 못 왔나하고 올라오는 사람에게 물으니 자기는 거림에서
지금 올라오고 있는 중이라 모른단다.

조금더 내려가니 좌 측에 흰것이 보인다. 물이 보인다.
코펠에 적당히 물을 떠서 다시 올라 와 햇반을 끓이고 있는데
의자 옆에 있던 합판위에 아저씨들 3명이 자리를 잡는다.
준비해 온 음식물이 장난이 아니다.
오리고기에 쥰비 해 온 찌게 + 당면 + 찌게 육수까지
완전 진수성찬 먹으러 온 듯한 느낌이다.




[사진 : 나의 진수성찬]

나는 간단히 식사를 하고 나니 나보고 술 한 잔 권한다.
"아니요 저 술 못해요"
간단히 정리하고
햇반을 먹었으니 정리라고 할 것도 없다.
젓가락은 햇반 데운 물에 간단히 씻고,
나머지는 쓰레기 봉지에 넣어 배냥에 넣어 가져가면 그만.

다시 숙소에 들어 오니 내 옆으로 두 명의 등산객이 더 와 짐을 정리하고 있다.
내려가서 담요 2장을 받아와 한 장은 깔고 한 장은 덮고 잠을 청한다.
좁은 줄 알았는데 그렇게 좁지만은 않다.
그냥 잘만하다. 피곤해서 그런지 호텔보다 더 편하도 좋다.
누울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할 줄이야.

오늘 하루가 주마등 처럼 뇌리를 스쳐간다.
아무 사고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음에 감사하며.

오늘 하루가 끝난다.

- 계속 -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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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령을 향해 출발



[사진 : 이정표]


13:25 벽소령 도착




[사진 : 벽소령]

좌측 하단에 뚜껑 열고 홀로 있는 배낭이 내 배낭


세석에 라면등 부식이 없으니 여기서 사가지고 가라고 방송을 한다.
내 배낭에는 충분한 먹거리가 있으니 패스
사과를 하나 까먹고
점심 먹고 사과까지 먹었으니 배낭의 무게가 좀 줄었겠지
구름은 여전히 앞을 가린다.
-




[사진 : 내가 온 길]

기온이 뚝 떨어진 것 같다.
좀 쉬니
추워 죽겠다.

새로 산카메라는 꽁꽁 싸서 배낭 깊숙히 넣고


배낭에서 바람막이 옷을 꺼내 입고 다시 출발




[사진 : 갈 길]


한 참 걸었더니 피곤하다.
잠시 쉬었다 가자.
잠시 쉬었다 일어나 걸으려는 순간
중심이 흔들인다.

아뿔사

배낭을 질머 진 채로 앞으로 넘어진다.
큰일이다.
가까스로 길위에 있는 돌을 잡고 중심을 잡는다.
다행이다.
왼 속 새끼 손가락에 작은 상처로 피가 조금 나고는
다른 곳은 이상 없다.

휴.


십년 감수 했네.

14:00 후두둑 소리가 난다.
빗소린가 하고 보니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다.
제발 세석 도착 할 때 까지 비가 오지 말아야 할 텐데.

조금 가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아까 후두둑 소리가 빗 소리였구나 하는 생각이 난다.
배낭에서 비옷을 꺼내 입고 어제 산 배냥 커버를 배낭에 씌운다.
배낭커버를 사기를 잘했지.

좀 걷다 보니 발 가운데 발가락 중앙 부분에서 쥐가 난다.
또 큰 일이다.
어쩌지.
신발을 벗고 발을 손으로 풀었다.
조금 지나니 발이 풀린다.


또 한 번 놀란 가슴을 쓸어 담고 일어나
길을 재촉한다.
천천히 가자.
어차피 6시까지 세석에만 도착 하면 되니까.


빗속을 걸어 앞으로 앞으로 걸어간다.
빗속을 혼자서
이제 체력도 점점 떨어진다.


쵸코렛을 먹어 보지만 별 효과가 없다.
오르막길에서는 여지 없이 몇 번을 쉬었다가 가야 한다.

맥박이 빨라진다.
온 몸에 산소가 부족하여 산소를 공급하느라고 폐하고 심장이 고생한다.
온몸에 피가 빠른 속도로 돌고 있는 기분이다.




[사진 : 칠선봉]


칠선봉 1558m
16:00 도착
세석 2.1 Km 이제 조금만 가면 된다.
아 힘든다. 조금 쉬었다 가자.


안개는 비는 부슬부슬 오고

비구름으로 앞은 잘 안보이고
칠선봉에서 등산객에게 사진 한 장 부탁


쉬었으니 또 출발하자.



내리막길 계단

이어 나타나는


오르막 계단이 나온다.
아 계단 싫다.


앞에 가는 등산 객들이

거의 다왔다고 조금만 더 올라 가면 계단이 끝이라고
자기들 일행에게 용기를 북돋운다.



[사진 : 계단]


그들이 올라가고 난 계단 끝에서 밝은 빛이 보인다.
Stairs to Heaven.


저 곳이 천국일 지라도 여기에 숙소가 있다면 올라가지 않을 것이다,
그냥 여기서 누워 자고 싶다.

여기 잠자리가 없어 그래서 간다.
조금나 가면 쉴 보금자리가 있다.

조금만 참자.



[사진 : 영신봉]


영신봉 도착
1651.9m
현재 시간 17:00

이정표가 있다.
세석 0.6 km

이제 조금만 가면 된다.


힘을 내자.

비가 오니 배낭을 벗어 놓고 제대로 쉴 수도 없고
그냥 하염없이 걷고또 걷는다.


걷다 힘들면 그냥 선 채로 좀 쉬고.

고개를 하나 넘으니 세석에 다 온 듯 하다.


휴 이제 다 왔구나.
그런데 600m 가 왜 이리도 먼가.


세석이라는 평전의 느낌이 온다.
그냥 주 능성과는 그 느낌이 틀리다.
세석이 가까이 왔나 보다.



[사진 : 앞에 가는 사람들]


앞에 빨간 비옷을 입고 가고 있다.

평평한 평지 같은 세석 평전
그 평전이 주는 느낌은 독특함이다.


아무리 비가 오고 안개가 끼어 있어도 등산길과 길옆을 보면 확연히 느낄 수 있다.

세석산장이 보인다.
이렇게 반가울 수가
이번 등산에서 가징 반가운 느낌이다.

17:30분 세석 도착
무사히 도착했다.


나보다 더 늦게 오는 사람들도 많다.
스스로 위안하며.

- 계속 -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



[사진 : 계단]

계단이다.
내려가는 계단이라 그나마 다행이다.
이 계단을 거슬러 올라오는 사람을 생각하니 끔찍하다.



[사진 : 토끼봉]

해발 1,533m

현재 시간 09:10
잠시 쉬었다가 가자.
토끼같이 빨리 걸어 왔으니



[사진 : 등산객]

자 이제 또 출발이다.
앞에 한 무리의 등산객이 앞서 간다.

한 번 따라가 보자.


조금 가다보니 나이 많이 먹은 아저씨와 젊은 사람 세명이 쉬고 있다.
잠시 쉬었다가 가자고 한다.
힘든데 잠간 쉬었다 가자.


앉으니 귤을 준다. 하나를 먹으니 시원하고 맛있다.
그 나이 먹은 아저씨 (할아버지?)
나이가 60이 다되었다고. 배낭무게가 20Kg이 넘는다고
젊은이는 40Kg이라고 한다.
나는 8Kg인데. 대단하다.
나도 20대 때는 무거운 텐트에 버너에 넣을 것 다 넣고
지리산에서 평지에서는 뛰어 다녔었는데.

다 옛날 이야기다

흑흑


그 나이 먹은 아저씨 지리산을 20번이나 올라 왔다고 한다.
나이를 먹으니 안되는 것이 빨리 가는 것과 무거운 것 지고 가는 거란다.

그래서 배낭 무게를 옛날에는 40Kg이었는데 20Kg으로 줄였다 한다.
그리고 젊은이 둘 하나는 캐논 DSLR 카메라를 메고 있다.
사진을 좋아 하나 본데. 오늘 날씨는 영 아니다.


나이 든 아저씨가 술 한잔 하겠냐고 묻는다.
"아니요 저 술 못 마셔요"
그 아저씨는 벌써 술을 마셔서 술 냄새가 난다.

술기운에 산에 올라가나 보다?
나는 술 마시면 몸을 움직이기도 싫은데.



[사진 : 계단2]


이제 올라가는 계단이다

앞에 할어버지가 힘겹게 오르고 있다.
나도 헉헉
숨이 가빠진다.
가슴이 두근 두근 터질 것 같다.


갑자기 하는 운동이라 안 쓰던 근육이 갑자기 운동을 시작하여
산소를 공급하기 위해 심장이 열심히 펌프질을 하고 있다.
그동안 이 정도의 강도가 없었는데 심장이 놀랄만도 하다.


조금 걷다보니

안개가 더욱 심해진다.
안개가 아니고 구름 이겠지.
남쪽에서 북쪽으로 계속 날라 간다.
어디를 그리 급하게 가는지 모르겠다.

도저히 사진 찍을 엄두도 안난다.
일단 목에 걸려 있는 카메라는 배낭안에 넣고
그냥 묵묵히 앞만 보고 걷는다.
옆이 하나도 안보이니 할 수 없지.

한참을 걷다 보니 앞에 갔던 등산객들을 만나고 쉬고 있으면 내가 먼저 출발하고
또 나를 추월해서 가고 오르막 길에서는 여지없이 추월 당한다.
그래도 좀 가다 보면 또 만난다.

떨어져서 가던 아까 그 나이 든 아저씨가 보인다.
뒤에서 같이 일행이 되어 간다.



한참을 걸으니 연하천 산장이 나온다.


[사진 : 연하천 표지판]


연하천 1440 M

현재 시간 10:40
안개가 무척 많다.
사람들이 뿌옇게 보인다.



[사진 : 연하천 산장]

몽환적인 분위기


그 아저씨가 혼자 왔으면 점심 같이 하자고 하며 취사장으로 들어 간다.
따라 들어가니 발 디딜 틈이 없다.
나는 다시 나와 두리번 거려 보니 구석에 좋은 자리가 하나 있다.

자리를 잡고 버너와 코펠과 취사도구들을 꺼내 놓고
바로 앞에 식수가 있어 식수를 받아 버너에 오려 놓이니 니애 물을 끓는다.
그리고 끓는 물에 햇반을 넣어 다시 뚜껑을 닫고 기다린다.


햇반이라 무척 편하다.
쌀을 씻을 필요가 없다. 밥이 탈 염려도 없다.
그리고 설겆이도 필요없다.
그냥 끓는 물에 넣어 10분을 끓인 뒤 먹기만 하면 된다.

등산화를 벗어 자리 옆에 놓고 자리에 올라 앉으니 발이 편해 살 것 같다.

옆에 혼자 온 아저씨가 또 취사 준비를 한다.
햇반을 꺼내 물에 넣고 끓인다.
"햇반이 참 편하지요?"라고 말을 하니
"예"하고 빙긋이 웃는다.


내 앞에 앉은 아저씨도 혼자인 듯 참치찌개에다 밥을 해 참 맛있게 혼자 먹고 있다.
혼자 등산하는 사람도 제법 많다.



[사진 : 안개]

밥을 먹어 배가 부르니 힘이 난다.
이제 또 출발이다.


시계를 보니 벌써 한 시간이 지났다.

11:40분 또 출발이다.


아직은 구름은 많지만 비는 오지 않는다.

하늘아 조금만 더 버텨다오.

내가 세석에 도착할 때 가지만 제발.



[사진: 안개 2]

등산길에 안개가 자욱하다.

귀신 나오면 어떡하지?

- 계속 -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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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법 앞이 보인다.
나무도 보이고 하늘도 보이고, 하늘에 구름만 가득.

한 20분 쯤 걸으니
구름이 조금 없어지며 아침 해가 비춘다. 일출이다.
그래도 일출은 보는 구나
이 태양이 오늘 계속 지리산을 비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진 : 일출]

이제 날이 밝았다.
혼자 터벅 터벅 걷다 보니 어떤 아저씨가 바위에 쓰러져 있다.


배낭을 맨채로
가만히 보니 정신은 있는 것 같다.

힘들어 그냥 누워 있는 것 같다.


나도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내 걱정이 앞선다.


[사진 : 피아골 삼거리]

파이골 삼거리 06:50 도착
피아골 내려가는 길이다.
피아골 계곡 무척 멋있는데.

피아골의 단풍

거의 핓빛으로 물들었다는 표현을 쓴다.

그 옛날 빨치산의 죽음으로

그 놈의 이념이 뭔지



[사진 : 임걸령 샘터]

임걸령 샘터 07:00 도착
이제 날이 제법 많이 훤해졌다.


[사진 : 무덤]

임걸령 샘터에서 삼도봉 거의 다 가서 무덤이 하나 있다.
누구의 무덤인지 는 몰라도
그리고 왜 이 곳에 묻혀있는지도 몰라도
이 높은 곳에 홀로 묻혀있다.


과연 누구일까?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우리나라 최고의 명당자리가 아닐까?

지리산 꼭대기에 자리잡고 누워있으니


[사진 : 삼도봉]


08:00 삼도봉 도착
아직까지는 그런대로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삼도봉에서 잠깐 쉬고

옆에 반야봉이 보인다.
지리산 오 때 마다 항상 그냥 지나치는 반야봉

반야봉에는 언제쯤 올라 갈 수 있을까?
반야봉이 구름에 덮여 점점 안보인다.



[사진 : 반야봉]

반야봉이 구름으로 덮여간다.


내가 사진을 찍는 것을 보더니.
단체사진을 찍어 달란다.
단체는 무슨 단체 달랑 2명이서.

나 아마츄어인데

내가 혼자 사진을 찍고 있으니까

내가 사진 작가로 착각 했는 지

어찌 되었든 한 장 찍어주면 되지

못 찍는 사진이지만 구도를 잡아

한 장 찰칵


한 장을 찍어 주니 고맙다고 오이를 하나 준다,

자 이제 많이 쉬었으니 다시 출발



저 능선을 따라 가야 한다.

앞으로 갈길이 멀다.

무사히 갈 수 있을까?


구름이다.

자욱하다.

저 구름을 뚫고 가야한다.

험난한 등반길이 예상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걸을 만 하다.

어제까지 만해도 숨막히는 서울 한 복판에 있었는데

지하철에 시달리고, 만원 버스에 시달리고.

가는 곳 마다 사람에 치고

오늘 이 곳에 있다니

다른세상에 온 것 같은느낌

내가 왜 이곳에 있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꼭 4차원 세계에 온 기분이다.


-계속 -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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