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람쥐야 재미있니 ? -
일단 좀 쉬고 하산하려고 앉아 있으니
내 앞에 다람쥐가 도망가지도 않고 왔다 갔다 한다.
카메라를 들고 다람쥐와 한 참을 놀다 보니 다람쥐는 어디론가 가고 없다.
도토리라도 있으면 모델료로 주고 싶은데
나는 지금 도토리가 없구나 미안하다.
바로 발 밑에 까지 왔다어디론가 간다.
다람쥐도 가고
다람쥐때문에 많이 쉬었고
아 나도 이제 하산.
지루한 하산 길은 계속된다.
인터넷에서 읽은 것으로는
사다리도 있고
계단도 있다고 들었는데
계속 흙길이다.
아 그 길은 시살등으로 해서 내려가는 길인 가보다.
이 쪽이 통도사라고 했으니 내려가 보는 수 밖에.
내려가다 흙에 미끄러져 꽈당
다친 데는 없고 일어나 흙을 털고 다시 하산
아래에서 공사현장에서 나는 그라인드 소리가 들린다.
아 이제 다 내려왔구나. 하는 안도감.
이제 이번 여행도 끝이 나가는 구나 하는 또 다른 생각.
내려가니 공사를 하는 사찰이 하나 있다.
사람 둘이 보인다.
“여기가 어디예요” 하고 물어보니
“반야암이라고 써 있는 것 같은데요”
“여기서 통도사까지 멀어요”
“여기가 다 통도사예요.”
“차 타는 곳 까지는 먼가요”
“한 참을 가셔야 할 겁니다. 걸어 오셨어요”
“아니요 산에서 내려오는 길입니다.”
“아 그냥 걸어가기는 너무 멀 텐데요”
“예 잘 알겠습니다”
반야암에 연꽃이 곱게 피어있다.
이제 내려가야 한다.
할 수 없지 일단 가다가 택시라도 있으면 타고 가야지.
걸어가다 보니 삼거리가 나온다.
할머니가 무언가를 팔고 있다.
“할머니 시내 가려면 이 쪽으로 가야 해요?”
“이 쪽으로 가면 되는데 묵이라도 묵고 가이소”
“아 예. 묵 얼마요”
“한 모에 5,000”
“비싸네요 조금은 안 되요?”
“비싸기는 뭐가 비싸?”
배도 출출 하던 차에 잘 되었다
“한 모만 주세요. 그런데 여기서 장사 하신지 오래 되셨어요”
“한 몇 년 되었수. 그런데 혼자 산에 다니는 겨?”
“아 예. 여럿이 다닐 때도 있고 혼자 다닐 때도 있어요”
“얄굿데이. 얄굿어. 앞으로 혼자 다니지 마소.
최소 둘은 되어야지 그 험한 산에서 무슨 일이 생길 줄 아오
요전에 누가 산에서 죽어 한 달을 찾았다 안 캄니까?”
지금까지 산행하며 어려웠던 순간들이 뇌리를 스쳐간다.
“앞으로는 둘이 같이 다니소”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할머니 하루에 얼마나 파세요”
“네 모도 팔고 두 모도 팔고 한 모도 팔고 한 모도 못 팔 때도 있지요”
“할머니 많이 파셔야지요”
“가슬(가을)되면 사람들도 많아 지고 많이 팔겠지요
가슬되면 여기 묵 파는 할머니들 많이 나와요”
자가용이 지나가면 차에 대고
“묵 드시고 가이소. 묵 드시고 가이소” 하고 소리 치신다.
서는 자가용은 없고.
한 모 다 먹고 가려고 하니 다른 할머니가 방금 택시가 들어 갔으니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 한다.
조금 있으니 택시가 내려온다.
“신평까지 얼마요”
“2,000원만 주이소”
“할머니 묵 잘 먹고 갑니다”
한참을 돌고 돌아 나간다.
“여기가 다 통도사예요”
“예 무척 넓지요. 이 곳이 통도사 큰 절이고
이 위로 조그만 암자가
14개나 된답니다.”
"아 그렇게 많아요?"
아까 내가 내려왔던 반야암 위로 암자가 하나 더 있다고 한다.
걸어올 생각을 하니 아찔하다.
이 먼 길은 걸어갈 생각을 했다니.
통도사를 나오니 인간이 사는인간의 속세가 나온다.
통도사 앞 버스 타는 곳에 나를 떨궈 놓고 택시는 어디론가 가고
내려 두리번 거리고 있으니 반대편에 부산 노포동 가는 버스가 보인다.
얼른 길을 건너가 표를 사고 맨 마지막으로 버스를 타고 노포동으로
노포동 버스터미널에 하차 서울가는 고속버스가 바로 있다.
서울 도착 저녁 9시가 안 되었다.
시련과 역경과 고난의 길 그리고 환상의 길을 걷고 이제 집이다.
지나간 2박 3일간의 일정이 머릿속을 아련히 맴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