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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어디로 가지, 막막하다 -



오른쪽은 어디인지

또 왼쪽은 어디인지

다만 내려가는 길이 죽전마을이라는 표시만

배내골로 가야 하는데

오른쪽 길인 것 같은데

길이 좀 수상하다.

사람이 잘 안 다닌 듯한

그러나 길은 보인다.

잠깐 망설인다.

어디로 갈까.

현재 시간 16:30

여유 시간이 좀 남았다.

조금 가다 보면 내려가는 길이 있겠지

그래 오른쪽으로 가자.

가다가 시간이 많이 되면 내려가면 되지.

오른 쪽으로 방향을 튼다.

그런데 길이 장난이 아니다.

이상한 것은 리본들이 땅에 떨어져 있다.

왜 땅에 떨어져 있지?

사람 다닌 흔적이 너무 없다.

풀이 무성하고

나뭇가지가 길에 까지 나 있다.

다리를 스친다.

거미줄도 얼굴에 붙는다.

한 참을 간 것 같은 데

계속 이런 상태라면 도저히 못 가겠다.

한참을 서서 다시 생각

결정을 하여야 한다.

그냥 갈 것인가

아니면 오던 길로 다시 가서 죽전 마을로 갈 것인가.

에라 모르겠다.

여기까지 온 것 계속 가보자.

길이 아니고 길옆에 있는 풀과 나무가 너무 험하다.

길이 안 보인다.

그냥 감으로 간다.



헤치면 길은 보이기는 보인다.

밀림을 헤치며 나아간다.

풀과 잡목은 다리를 사정없이 때린다.

그런데 긴장해서인지 아픈 것도 모르겠다.

극한 상황에서는 초인적인 힘이 나오는가?

나뭇가지가 얼굴을 때린다.

스틱으로 앞 나무를 헤치며 나아간다.

한참을 갔나 키 높이의 억새가 보인다.

길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앞으로 전진하다 아닌 것 같아 다시 후퇴

후퇴와 전진을 몇 번을 해도 도저히 길을 찾을 수 없다.

심호흡 한 번 하고 길인 곳 같은 곳을 헤치고 간다.

길인지 아닌 지도 모르겠다.

억새를 밭 중간에 산짐승인 듯한 큰 물체가 후다닥 하고 뛴다.

갑자기 무서워 진다.

핸드폰도 없는데

무슨 일이 생기면 연락도 못하고

여기는 사람이 다닐 만한 곳도 아니고

조난을 당하면 큰일이다.

가만히 있으니 조용하다.

다시 전진

- 15편에 계속 -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

- 늪을 건너 억새를 헤치고 -



그럼 다시 올라가 보자.

천천히 오른 쪽을 살피며 올라 간다.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길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을

조금 올라가니 저기 멀리 나무에 걸린 리본이 보인다.

아 저 거구나.

일단 들어가는 길 입구는 찾았다.

그래 저 길로 가보자.

들어 가니 차가 다닐 정도의 길이 있다.

조금 가다보니



[사진 삼거리]

삼거리가 나오는 데 길 중간에 리본을 매어 놓았다.

도대체 길 중간에 리본을 매어 놓으면 어디로 가란 말인가?

답답하다.

좌측 길이 더 넓다.

좌측 길로 가자.

인생의 갈림길은 많다.

어느 길로 가야 하는가?

아무도 도와 주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길이 더 나은 길 인지 아무도 모른다.

가 봐야 안다.

미리 가 본 사람이 알려 주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이 것을 인생의 멘토라고 부른다.

주로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그 역할을 한다.

그리고 커가며 스승님이

사회에 나오면 선배가 그 역할을 한다.

그러나 그들은 조언이지 꼭 그렇게 하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 방향으로 한 사람들이 더 위대하게 된다.

개혁적이고 창조적인

청개구리 정신

사회를 개혁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그건 그렇고

지금 나는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한다.

좌측 길로 간다.



길을 따라 물을 건너

20분쯤 갔나

리본이 보이지 않는다.

이거 수상하다.

일단 앉아 생각해 보자

이 길이 아닌 것 같다.

그러면 이 길은 어디로 가는 길인가?

다시 후퇴

리본이 있던 자리로

이제는 오른쪽 길로 가 보자.

조금 가니 리본이 보인다.

아!!!! 안심.

이제 저 리본을 따라 가자.

별로 사람이 간 흔적이 없는 길

늪이 나온다.

등산화가 늪에 조금 빠진다.

흙이 조금 묻고

늪을 건너 직진

다시 오르막이 나온다.

길을 가다 보면 내가 예상했던 길도 나오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길도 나온다.

다시 오르막이다.

이 오르막을 오르면 무엇인가가 나오겠지

막연한 생각

올라간다.

아 다 온 듯하다.

고개다.

그런데 이정표가 없다.

이젠 또 어디로 가야 하나.

갑갑하다.

오후의 가을을 재촉하는 둥근 해는

저녁을 향하야 달려간다.

- 14편에 계속 -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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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또 고사리 분교네 -



재약산에서 수미봉가는 길에 포장마차가 두 채가 있다.

다 문을 닫았다. 휴일 날만 하는 듯하다.

사람도 없는 날 장사를 할 이유가 없지.

이 좋은 산길에 이런 것이 별로 보기가 좋지는 않다.



포장 마차를 지나 수미봉에 오른다.

수미봉

재약산이라고 팻말에 써있다.

그 옆에 수미봉이라고 매직 같은 것으로 써 놓았다.



빨리 자기 이름을 찾았으면

등산객 들에게도 혼돈을 주지 말고

이제 본격적인 하산길이다.

배내골 종점을 가야 하는데 어떻게 가지.

일단 내려가 보자 내려가는 길 밖에 없으니

내려가다 보니 한 청년이 올라온다.

아침 새벽 4시부터 배내고개로부터 종주를 하고 있다고 한다.

나 : “식사는 하였어요?

청년: “아니요 그냥 행동식으로 하고 있어요. 늪을 지나오는 건데

그런데 고사리 분교 보았어요

나 : “아니요

청년: “고사리 분교가 있다고 알고 있는데 지나오는 길에 아무리 찾아 보아도 없더라구요

나: “아 그래요

청년 : “샘물상회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나: “글쎄요 한 두 시간이면 될 겁니다

조금 내려가니

큰길이 나온다.

큰길을 따라 내려가니

고사리 마을 분교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산길로 내려가면 고사리 분교

큰길로 계속 가면 죽전 마을

그러니까 배내골이 죽전마을 방향이니

빨리 고사리 분교에 내려 갔다 다시 올라와서 죽전 마을 방향으로 가야지.

빨리 내려 갔다 와야지

한 참을 내려가니 고사리 분교 터인지 너른 터가 보인다.



집들은 없다.

예전에 여기에 하늘아래 가장 가까운 분교가 있었다고

화전민들이 살았으리라.

지금은 흔적도 없지만

샘이 있다. 샘물이 나오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언덕 위로

헉헉 거리며 올라가

큰길로 나서니 등산객들이 고사리 분교를 물어본다.

방금 갔다 왔으니 자신 있게

아래로 내려 가세요

나는 큰길을 따라 죽전마을 방향으로 발길을 옮기고

두리번 거리며 가도 다른 길이 없다.

한참을 내려가니

아니 고사리 분교가 아닌가



아까 나에게 길을 물은 등산객들이 보인다.

등산객 : “아까 갈켜켜 준 길이 지름길이 아니네요

: "그러게요. 그런데 저는 다른 길로 가야 하는데"

“다시 이 길이 또 나오네요"

"아너무 황당하네요

아까 여기 욌다 다시 올라 갔는데 다시 여기네요

진짜 황당하다.

어디로 가야 하는가?

지도를 보아도 잘 안 나와 있다.

마침 다른 등산객이 와 물어 보아도 잘 모른다.

내려가는 길은 표충사

표충사로 내려가면 안 된다.

이제 도대체 어디로 가야 된단 말인가?

그냥 표충사로 내려가 다음 목적지로

이동하여야 하나?

아까 그 청년이 늪을 지나 왔다고 했는데.

- 13편에 계속 -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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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약산(얼음물 있어요?)-



억새를 따라가니 어느새 천황산 정상

햇볕이 따사롭다.

서울 하늘아래서 햇볕과 이렇게 틀릴 수가

그리고 덥지도 않다.

상쾌하다.

이런 햇볕을 본 것이 언제인지 생각이 안 난다.

맑고 높은 하늘 공기. 그리고 평탄한 고지

이 높은 곳에 아무도 없다.

오직 나만 있다.

그런데

이 산의 정식 이름은 재약산이란다.

일제시대에 천황산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고 한다.

그 이름이 아직까지 남아서

남의 이름까지 지들 맘대로 바꾸고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좋다고 천황산이라고 붙여 놓고 있으니

산 이름을 이제 바꾼다고 한다.

빨리 빨리 바꾸면 안되나?

밥 먹을 장소 물색

조금 내려가니 좋은 자리가 있다.

아래에는 등산객들이 쌓아 놓은 돌들이 있다.

돌 정원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큰 대자로 누우니 부러울 것이 없다.

여기서 영원히 있었으면

간단히 점심을 먹고 있으려니

아저씨 부부가 정상에서 이리로 내려온다.

아저씨 : 어디서 오셨어요?

: 서울에서 왔어요.

어제 운문산, 가지산 등산하고

오늘 천황산하고 수미봉을 등산하고

그리고 내일은 신불산 쪽을 가려고요

무척 부러워 한다.

표충사 방면으로 내려 간단다.

지도를 갖고 갈 길을 물으니

자세히 가르쳐 준다.

그리고는 올라가 점심식사를 하더니

나에게 혹시 얼음물 있으세요 라고 물어본다.

아니요 없는 데요

그러면 이 물 가져 가세요.

등산이 취소되어

오늘은 이만 내려가려고요

감사합니다

집에서 끓인 차를 냉장고에 얼려 온 물이다.

감사히 받고

담고 물 병은 드릴께요

아니요 되었어요 일정이 바뀌어서 내려가려고요



나머지 식사를 하고 있으려니

맛 없겠지만 커피나 한 잔 하시지요?

예 감사합니다

맛이 없지요?

아니요. 꿀맛인데요

진짜 맛있다.

다음에는 봉지 커피를 갖고 와야지.

그럼 먼저 내려 갈게요. 조심해 내려 가세요

- 12편에 계속 -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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