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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일 영화 평론 중에서 - 대부 속편

1878에 신문에 실렸던 영화평

그 당시 영화평하면 정영일이었죠.

주말영화 영화평으로 우리에게 얼굴이 잘 알려 졌던 영화평론가.

[縮小의 保身] 밖에 없는 젊은 보스의 悲劇 <續 代父>

1878년3월 마흔 두살의 한 남자가 세상을 떠났다.암으로 숨진 이 사나이는 존 카잘이다.

여러 영화에서 알 파치노의 파트너 역으로 호평을 보엿던 남우이다.

42세의 한창 나이에 그는 갔다.

대부에서 마음 약한 형, 마이클의 형으로 나와 인상적인 개성을 보여 주었던 후레드 역을 맡은사람이다.

색채대형 오리지널 러닝타임2시간 58분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상영되고 있는 프란트는 2시간 30분이다.

수입영화사가 자진 자의로 줄이고 자를것 같지는 않다.

하여간 안타까운 일이다.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은 [대부]에 이은속편을 발표 함으로써 그의 재능과 역량을 새삼 증명한 것인데

[파트 투]는 제 47회 (올해(1878) 4월 3일의 시상식은 제 50회였다.) 아카데미 상에서 모두 여섯개의

오스카 상을 차지 했었다. - 3년 뒤에 국내 개봉

대부 PartTwo에 흐르는 것은 고독과 슬픔이다.

종국을 향하여 나갈 수 밖에 없는 슬픔이다. 위세가 당당하며명쾌한 리든이 넘쳐흐르는 전작 [대부]에

비하여 이 제2부는 음울하고 템포도 느리다.

초점은 죽은 대부(M 브란도)의 뒤를 이은 이른바 프린스 알 파치노에게 맞추어져 있다.

<일으키는 자>가 아니라 <이어받을 수 밖에 없었던 자>의숙명. 즉 분명한 시대의 움직임 속에서

스스로의 제국의 붕괴를 실감하며, 그러나 이를 수습해 나가지 않을 수 없는 젊은 제왕의 고립과 비극이

이 영화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알 파치노가 연기하는마이클 콜레오레는 전편 끝에서 보야준 바와 같이 환락의 도시 라스베이가스로

옮겨 아를 주름잡고 있다.

그는 카스트로등장직전의 쿠바로 미국관광자원을 대표하여 한 몫 끼여들려고하다 실패하기도 했으며

쿠바 상륙을 위하여 위원을 협박한 끝에 스캔들 속으로 끌어들이는 등 차갑고 더러운 온갖 수단을 다 부려온

사나이다. 섭섭하게 필른이 다 카트되었지만 말이다.

그가 또 손을 쓰기만 하면 의원사문의원회라 할 지라도 상처없이 일를 빠져 나올 수 있을 정도의

무서운 냉혈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나이 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명령한 살인의 몇개가 늘 외부로 부터의 방해때문에 미수로 그치듯이 시대의 결정적으로 마피아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바야흐로 세상을 깔본 마피아 단의 대환란의 시대는 아니고 그래서 결국 이 젊은 60대의 두목이 할수있는 일 이란 자기 숙소의 보신밖애는없었던 것이다.

설마 설마 참으며 어지간히 남편을 따라온 가정들을 사랑하고 그를 의지해 왔던 아내케이 (다이안 키튼. 이 여우는 에니홀로 올해 아카데미 주연상을 탔다.) 라든가 형 (존 카잘) 을 잘라 버리고 말살해 나가는 숙소의 보신밖에 없는 것이다.

패밀리의 확보를 위하여 거꾸로 육친을 하나씩없에버려야 한다는 이 차가운 모순에서 영화는 정치나 권력과 밀착 하여야만 겨우 살아갈수 있는 마피아 제국의 처량함을 보여준다.

마피아의 최대의 <갚음> 은 무엇인가?

이 정감적인 드라마 속에서 우리는 냉냉한 비판력을 볼수있다.

음악의 니노로타등 주요 스태프들은 전작과 같으나 속편이라긴 보다는 코르 레오네 일가3대의 가게사라는 편이 좋겠다. 그런점으로 볼때 순 오락 작품으로 질량공히 압도적인 박력을 지녔던 대부보다는 덜 화려하다고 여겨 지기도 한다.

예술성을 지양한 예술양념으로 간을친 마피아 영화라고나 할까?

사족 - 남우조연상을 받은 비토 코르네오네역의 로버트 드 니로의 회상장면 드라마를 비롯한 몇군데가 가위질 당했기 떄문에 관객중에는 설명부족을 느끼는 이도 있다. 영화 평자가 강조하고 또 강조하고 강조하고 싶은것은

F F 코플라 감독에게 있어서 2시간 58분은 예술가의 생명을 걸고 절대 지켜져야할 런닝타임이라는 것이다.

명보극장에서 상영중.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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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조와 메신저스
어제 내린 비(OST)

신세계(S 가 8014), 1978

최지선 fust@dreamwiz.com | editor

오비스 캐빈의 왕자, 영화음악 접수하다

이장호 감독의 [어제 내린 비](1975)는 성공적 데뷔작 [별들의 고향](1974)의 후속작이다. 사실 흥행성으로 보나 작품성으로 보나 [별들의 고향]에는 못 미치는 영화임에는 틀림없지만 당시의 청춘 영화가 어떤 것으로 이해되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원작은 단짝 친구 최인호의 세 편의 소설 [정원사], [내 마음의 풍차], [침묵의 소리] 등의 혼합물이며, 1970년대 대표적 모더니스트 작가로 잘 알려진 김승옥의 각색과 조응한다. 적극적이고 분방한 영후(김희라 분)와 내성적이고 소심한 영욱(이영호 분), 이 판이한 성격의 이복 형제가 민정(안인숙 분)을 동시에 사랑하면서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다는 줄거리인데, 실상은 멜로 드라마의 양상을 띄지만, 청년들의 막연한 방황과 반항의 페이소스와, 비극적 감수성으로 충만한 센티멘털리즘과 조우하게 된다(완성도가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 이장호 본인은 사소하게는 동생 이영호의 출연 같은 사적 개입부터, [별들의 고향] 이후 몇 달 만에 급박하게 제작된 연유 등을 들고 있다).

특히 이런 부분은 영화에서 음악과 이미지를 조합시키는 전개 방식을 통해 일어난다. 보통 주제가를 부른 윤형주나 박인희가 잘 알려져 있지만 영화음악의 실제 주인공은 정성조와 메신저스일 것이다([별들의 고향]에서는 이장호-최인호-이장희로, [어제 내린 비]에서는 이장희 대신 정성조로 서울고 인맥이 이어진다는 것은 사족일 듯하다). 한마디로 '재즈에 영향을 받은 록 음악', 다시 말해 재즈에 근간을 두면서 시카고나 블러드 스웨트 앤 티어스 같은 당시 성행한 브라스 록과 접속했다고 하면 단순화된 설명일까. 어쨌거나 이들이 오비스 캐빈과 로얄 호텔에서 활발한 실연으로, [어제 내린 비], [겨울 여자] 등의 영화음악 등으로 기념할 만한 족적을 남겼다는 것을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이 영화의 3대 대표곡은 "어제 내린 비" "사랑의 찬가" "달려서 가네"이다. 특히 윤형주가 부른 "어제 내린 비"와 박인희 윤형주의 듀엣곡 "사랑의 찬가"가 '히트곡'이다. 최인호가 이 세 곡들은 작사했(으므로 어느 정도 영화 내용과 일치하는 가사 내용을 가진)다. 영화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어제 내린 비"와 "사랑의 찬가"는 비극적인 사랑에 대한 애가이며 "달려서 가네"는 질주하는 청년들의 송가에 다름 아니다. 예를 들어 윤형주가 부른 "달려서 가네"는 오프닝 크레딧과 결말에서 거리를 달리는 영후의 이미지 등을 보여준다. "사랑의 찬가"는 윤형주의 목소리를 빌어 영화 속에서 이영호가 부르는 '사랑가'처럼 꾸몄는데 목소리와 입 모양이 불일치하는, 지금으로서는 어이 없는 일도 지나칠 만한 실수로 넘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 앨범의 백미는 사실 이 대중적인 대표곡 이외에 존재한다. 앞서 언급한 대표곡들은 두 세 가지 버전으로 변주되는데, 예를 들어 "어제 내린 비"는 모든 악기로 연주되는 경음악 버전, 플루트 버전, 플루트+기타 버전으로, "달려서 가네"는 봉고 버전, 무그 버전 등으로 주도하는 악기가 변하면서 연주된다. 이런 연주 버전에서 대개 주 선율을 연주하는 악기는 (많은 그룹에서처럼 기타가 아닌) 정성조의 플루트다. 물론 음과 악구들 사이를 자유스럽고 흐드러지게 오가며 수식하는 악기이기도 하다. 반면 트럼펫 같은 관악기는 대개 음과 악구 등의 사이에서 순간적으로 호방지게 취주되는 악기가 된다. 다시 말해 트럼펫은 힘 있는 사운드를, 플루트는 부드럽고 우아한 사운드를, 무그는 기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때때로 무그나 봉고 등이 그 빈 틈을 채워넣는 역할을 한다. 또 한 가지. 영화에서는 삽입되었지만 본 음반에서는 삽입되지 않은 곡이 약간 있다. 예를 들어 형 영후와 민정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게된 영욱이 괴로워하며 담장을 넘어 형의 방으로 가는 장면에서 흐르는 불길한 음형의 사운드가 그것인데, 이런 '불편한' 곡을 음반에 애써 넣을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사실 노래의 악곡은 대개 지극히 간단한 구조가 반복되는 형식을 취한다. "어제 내린 비"의 한 절은 단순한 AA'(동요로 치면 "학교 종이 땡땡땡"과 비슷한) 구조인데, 보컬 버전이 3절로 이루어져 있다면 경음악 버전은 그 두 배로 반복되는 구조를 가진다. 경음악 버전에서 단순한 구조의 반복에서 오는 지루함은 변주에 의해 상쇄된다. 처음에는 기타 아르페지오와 영롱한 건반 악기의 선율이 주도하다가, 다음 절에서는 드럼과 베이스가, 그 다음에는 무그와 관악이 차례로 삽입되는데, 이러한 악기 변화는 눈에 확 띄는 역동적인 무드 체인지가 아니라, 은근한 변환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간단한 구조는 영화의 이미지에 집중하게 하기 위한 어법이었을 듯하다.

그렇다면 보컬의 운용은 어떠한가. 대개의 경우 윤형주나 박인희는 투명하고 청아한 음색을 투영한다. 그에 더해 양념 같은 하모니가 추가되는데 예를 들어 "달려서 가네"의 보컬 곡은 윤형주의 메인 보컬과 빠라빠빠빠-하는 배킹 보컬이 교대되며 흥취를 자아내기도 한다. 반면에 최병걸과 조경수는 보다 음영이 드리워진 음색을 발산한다(최병걸의 경우 당시 수많은 레퍼터리를 소화해내었던 명가수로 손꼽히고, 조경수도 훗날 "아니야" 등으로 솔로 가수로 인기를 얻게 된다). 영화에서 영후가 민정에게 호감을 가지며 적극적으로 접근하여 다방에서 만나던 날 그곳에서 시끌벅적하게 흐르는 "어두운 골목길"과, 영후가 막다른 인생을 사는 생모를 방문하고 나온 후 거리에서 헤매는 장면에서 흐르는 "오후"는 최병걸이 부른 곡들로 최병걸과 메신저스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곡들이 아닐까. 그루브하게 부상하는 베이스 기타와 더불어 관악기나 기타가 간간히 솔로를 연주하면서 충일한 리듬감을 발산한다. 이런 곡들의 가사에는 시적 서정이 드리워져 있는데 "오후"의 경우 "차가운 분노와 뜨거운 눈물이 나를 조그맣게 만들어"라는 가사를 탄식과도 같이 조분조분 곱씹는 보컬은 회한과 슬픔의 정서로 인도한다.

이처럼 매력적인 보컬들과 호흡하며 출중한 기량의 연주가 조율된 이 영화음악 음반은, 정규 음반을 대신해 1970년대에 활발한 활동을 펼친 중요한 뮤지션인 메신저스의 음악적 행적을 추적할 수 있는 중요한 사료임에는 틀림없다. 20021108

* 영화 크레딧
원작: 최인호
감독: 이장호
제작: 황영실
각본: 김승옥
촬영: 장석준
음악: 정성조
주제가 : 윤형주 / 박인희
캬스트: 안인숙 김희라 이영호 최불암 도금봉 박미영
연주 : 정성조와 메신저스

* The Messengers
최선배: 트럼펫
장석웅: 기타 보컬
변성용: 오르간
조경수: 베이스
유영수: 드럼
최병걸: 싱어
정성조: 색소폰 플루트


수록곡
Side A
1. 어제 내린 비 - 윤형주
2. 사랑의 찬가 - 박인희 윤형주
3. 달려서 가네 - 윤형주
4. 웃어야 할텐데 - 조경수
5. 달려서 가네 - 정성조와 Messengers (봉고)
6. 어제 내린 비 - 정성조와 Messengers (경음악)

Side B
1. 어두운 골목길 - 최병걸
2. 오후 - 최병걸
3. 사랑의 찬가 - 윤형주
4. 어두운 골목길 - 정성조와 Messengers
5. 어제 내린 비 - 정성조와 Messengers (플룻)
6. 달려서 가네 - 정성조와 Messengers (무그)
7. 사랑의 찬가 - 정성조와 Messengers (플룻 기타)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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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니언스
작은 새/초저녁별(안건마 편곡집)

애플/유니버살(K APPLE 785), 1974.3

김필호 antioedipe@hanmail.net | contributor
대중 매체로 파고든 청년 문화의 기수

어니언스를 가리켜 '한국의 사이먼 앤 가펑클'이라고 한다면 무례한, 혹은 무리한 비유일까. 팝/가요적인 호소력을 강하게 띤 포크 음악으로 커다란 대중적 인기를 누린 남성 듀오라는 면에서 이 둘은 각기 자기 나라의 음악사에서 비슷하게 자리매김한다. 사이먼 앤 가펑클의 영향은 어니언스가 후속 음반에서 "Sound of Silence"을 커버하지 않았더라도 알고도 남을 만한 일이다. 물론 그런 영향을 받은 남성 듀오로는 트윈 폴리오와 쉐그린이 어니언스를 앞선다는 점, 그리고 어니언스가 실은 혼성 트리오로 시작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다소 정밀함이 결여된 비유이긴 하지만.

그렇게 운을 떼고 보니, 한국의 포크 및 대중음악계에서 사이먼 앤 가펑클의 영향은 다른 어떤 미국 포크 음악인들보다도 컸던 게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 그 까닭은 한국에서 유독 남성 포크/팝 듀오가 번성했다는 데 있는데, 앞서 말한 세 듀오 이외에도 동시대의 투 코리언스, 금과 은(투 에이스), 4월과 5월, 하사와 병장, 좀 더 나아가자면 따로또같이, 해바라기(이주호, 유익종), 유심초, 수와 진 등등 숫자로만 따져도 무시 못할 정도다. 미국에서 남성 듀오의 전통이 컨트리로부터 시작해서 에벌리 브라더스(The Everly Brothers)를 거쳐 사이먼 앤 가펑클에 이른 뒤 차츰 퇴조해가는 모습을 보인 데 비하면 괄목할 만한 사실이다. 여담이지만 고운 하모니를 선보이는 남성 듀오가 오늘날 미국에 등장한다면 동성애 커플이 아니냐는 구설수에 끊임없이 시달리게 되리라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어니언스를 다시 들으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이들이 1970년대 후반 이래로 MBC 대학가요제를 통해 등장한 '아마추어 대학생 사운드'를 많은 부분 예시한다는 점인데, "사랑의 진실"에서 현악과 기타에 이어 '파파파파, 파파파파'하는 스캣이 드럼에 실려 들어가는 전주부가 전형적으로 그렇다. 그룹 사운드를 제외한 참가곡 대부분이 MBC 오케스트라에 의해 편곡 및 연주된 대학 가요제의 포맷을 고려한다면, '경음악' 악단장으로 잔뼈가 굵은 안건마가 손댄 어니언스의 음악이 대학가요제 사운드의 효시처럼 들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편곡도 편곡이지만 민요적인 선율과 감성을 포크에 도입함으로써 외래 음악인 포크를 문자 그대로 민속(folk) 음악에 접근시킨 김정호의 작곡은, "작은 새"와 "외기러기"의 히트로 대중적 호소력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이후 아마추어 대학생 가수들의 적극적인 민요 수용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정작 어니언스 본인들, 즉 이수영과 임창제는 별로 한 일이 없는 것처럼 들린다. 김정호의 곡들이 버젓이 임창제의 이름을 달고 나온 게 뒤늦게 폭로된 '사건' 또한 그런 인상을 더 강하게 했지만, 그렇다고 어니언스가 가짜 싱어-송라이터 듀오였던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이들을 대표하는 불후의 히트곡 "편지"는 임창제의 작품이고, 이수영이 만든 "초저녁 별"과 "며느리" 같은 곡은 김정호-안건마 사운드가 지배하는 앨범의 전반적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특히 제주 지방 민요를 현대화한 "며느리"는 일상의 정서를 담은 가사가 I-IV-I-V의 주요 3 화음을 오가는 단순소박한 패턴을 반복하는 통기타 스트로크와 결합해서 일종의 '새로운 토속성'을 만들어낸다. 노래하기에 관해서라면, 약간 가냘픈 듯한 목소리로 떨기(vibration)나 '꺾기' 등 대중 가요식 창법에 능한 임창제와, 노래의 풍에 따라 때론 구수하게, 때론 감미롭게 들리는 배음(倍音)의 소유자인 이수영의 균형과 조화는 왜 어니언스가 그토록 대중에게 사랑받았던가를 설명해주는 주요한 요인이다.

그러나 특히 청소년층의 열광은 미남형인 이수영에게만 집중적으로 쏟아져, 임창제는 그 와중에 얼마간 소외된 듯한 느낌마저 준다. 인기의 여세를 몰아 영화에까지 출연한 이수영은 이후 청소년 아이돌 가수들이 잇달아 영화계로 진출해 청춘/멜로물을 만드는 선례를 남기게 되었고, 어니언스의 균형이 깨질까봐 두려워한 주위 사람들의 권유로 인해 원래 대본에는 없던 역을 만들어서 임창제를 같이 출연시켰다는 후문도 전해진다. 하지만 임창제는 음악적 재능 외에도 능수능란한 재담으로 공연과 방송출연을 통해 나름대로의 입지를 쌓았고, 이수영이 대중음악계를 떠난 뒤에도 남아서 주변적으로나마 활동을 지속해왔는데, 이러한 이들의 행적 또한 송골매의 구창모-배철수 짝에 의해 다시금 반복된 선례가 된 셈이다.

지금은 사라진 동양방송 TBC의 간판 쇼 프로그램 [쇼쇼쇼]를 통해 1972년 데뷔한 이래, 어니언스는 막 꽃피기 시작한 청년 문화가 TV, 라디오, 영화 등의 대중 매체로 유입되는 데 첨병 노릇을 단단히 한 듯하다. 비록 1집의 성공이 2집으로까지 이어지지 못했고, 임창제가 대마초 파동에 연루됨으로 말미암아 어니언스의 폭발적 인기도 단명하고 말았지만, 아직껏 노래방의 애창곡으로 꼽히는 '편지'를 빼놓는다 하더라도 이들의 보이는 혹은 보이지 않는 유산은 대학가요제를 비롯하여 대중 매체에 의해 어느 정도 정형화된 이후의 대학생-청년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021127


수록곡
Side A
1. 작은 새
2. 사랑의 진실
3. 저별과 달을
4. 편지
5. 외기러기

Side B
1. 초저녁 별
2. 뭐나고 쓰나
3. 외길
4. 어떤 일
5. 내 친구여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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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um review
vol.4/no.20 [20021016]


양희은
양희은 고운노래 모음 2집

유니버어살(KLS 40), 1972

김필호 antioedipe@hanmail.net | contributor
서정성과 민중성의 아름다운 공존

난장이의 딸은 팬지꽃이 피어 있는 두어 뼘 꽃밭가에서 줄 끊어진 기타를 쳤다 -- 조세희,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낙원구 행복동이란 반어적인 이름이 붙은 무허가 철거촌 뒷마당에서 줄 끊긴 기타를 치던 그녀의 소설 속 이름은 영희였지만, 그 어렴풋한 가상의 풍경에 늘 겹쳐 떠올리게 되는 건 나무 등걸에 걸터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젊은 양희은의 모습이다. '고운 노래 모음'이라는 제목을 달고 양희은의 첫 두 음반이 나온 뒤로부터 정확히 인구학적 의미에서의 한 세대가 지나갔다. 즉, 당시 그녀의 노래를 즐겨 들었던 이들은 이제 노년의 문턱을 바라보는 처지가 되었고, 그 무렵 비로소 태어난 이들은 이제 청년기의 끄트머리에 붙어서 있다. 먼 옛날 같은 이야기지만, 그 시기를 '경제 기적의 신화' 따위의 이름으로 미화하며 죽은 독재자의 망령을 불러내려는 굿거리가 판치는 현실은 과거에 대한 기억을 새삼 절실한 것으로 만든다.

일천구백칠십년대. 조세희는 소설에서 사이먼과 가펑클의 '침묵은 암세포처럼 번진다'("Sound of Silence")는 가사가 불온하게 들리던 상황을 이야기한다. 그런 분위기에서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아침 이슬")나 '지금은 더러운 물만 고이고 아무 것도 살지 않죠'("작은 연못") 같은 은유와 우의(寓意)는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해석되었고, 따라서 김민기가 만들고 양희은이 불렀던 고운 노래들은 본의든 아니든 1970년대 저항 가요의 대명사가 되었다. 곱고 아름다운 것들이 빈곤과 억압으로부터 동떨어져 있지 않았던 '그 시절'의 미학은, 다분히 도회적이고 엘리트적인 형식과 민중적인 내용이 어울리는 것을 가능하게 했다. 문학에서 조세희의 '난장이' 연작이 파격적인 서사구조와 문체 실험을 통해 자본주의 산업화의 어두운 면에 대한 사실주의적 고발을 혁신했다면, 이미 그보다 몇 년 앞서 대중음악에서는 미국 모던 포크의 영향을 받은 일단의 통기타 가수들이 현실의 문제들에 눈을 돌리고 있었다.

"아침 이슬"을 포함한 세 곡 외에 나머지는 모두 번안곡으로 채워진 양희은의 1971년 첫 음반이 보여주듯, 이들 대학가 출신 포크 가수들은 적어도 초창기에는 '외국 문물'의 수입과 모방으로부터 시작한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채 1년도 못되어 내놓은 '고운 노래 모음 2집'에서는 거꾸로 창작이 아닌 곡이 "아름다운 것들"과 "저 부는 바람", 그리고 고전 동요 "등대지기"의 셋에 그친 걸 보면, 모방에서 창작으로의 진화는 꽤나 신속하게 이루어진 편이다. 그 과정은 또한 느슨한 의미에서 일종의 집단 창작이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김민기-양희은의 파트너쉽을 보완해 온 '얼굴없는' 작곡가 김광희의 기여는 꾸준하고, 조영남, 이수만, 그리고 이후 코미디언으로 더 잘 알려지게 된 고영수의 우정출연("인형")은 당시 청년문화의 생기어린 단면을 보여준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재즈 음악인들의 역할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학 재학 중이던 1960년대 후반부터 재즈 악단을 이끌었던 정성조는 플룻, 피아노, 베이스, 드럼의 4인조 편성으로 이 음반과 그보다 약간 앞선 김민기의 데뷔 음반에 반주를 제공했다. "그 사이"와 같은 곡에서 전형적으로 드러나는 이들의 기여는 '바람'의 심상을 통해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를 표현하고자 했던 포크의 감수성을 쿨(cool) 재즈의 어법과 절묘하게 결합시킨 데 있다. '호롱불'이나 '오두막' 등의 시골 풍경을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그 사이"는 다른 아무런 보탬 없이 통기타 반주만으로 부른다면 흔한 캠프 송에 지나지 않을 것 같지만, 플룻의 유려한 선율이 끼여들기 시작할 무렵이면 음악은 이미 갈댓잎을 떠난 바람처럼 머물지 않고 그저 '열릴 듯 비껴가는' 사이에 있을 따름이다.

김민기의 노래극 [공장의 불빛](1977)의 전편에 해당할 법한 "서울로 가는 길"은, 병든 노부모를 시골에 버려두고 돈 벌러 서울로 떠나는 딸의 심경을 그린 가사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차라리 한(恨)어린 민요풍의 접근이 적절할 것 같지만, 양희은의 청아한 목소리는 정성조 쿼텟의 부유하는 사운드에 기대어 C-G-C-F-G 진행이 내포하는 막연한 희망과 Dm-G-E-Am의 애상 사이를 오간다. 한편 '허무'나 '번민' 따위의 말들과는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3박자의 왈츠 리듬을 적절히 활용하는 "아무도 아무데도"는, 당시의 대학생-청년 영화들에서 자주 형상화된 '고뇌하는 젊은 지성'의 속내를 드러낸다.

이 음반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사랑받는 "작은 연못"과 "백구"는 정성조 쿼텟의 도움 없이 두 대의 어쿠스틱 기타 합주에 주로 의존하는데, 오른편 스피커를 통해 나오는 것이 김민기의 사운드이고, 왼편은 강근식의 것이다. 정성조와 마찬가지로 재즈 음악인 출신으로 이후 한국 포크 음악에 큰 영향을 미친 강근식은, 군 복무중 휴가를 틈타 녹음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기타가 들려주는 유려하고 청명한 톤은 김민기의 절제되고 단아한 연주와 좋은 대조를 이루는데, 특히 "백구"에서 그의 즉흥 연주는 화음이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는 김민기의 술회에도 불구하고 한국 포크의 음악적 성취 중의 하나로 꼽히기에 모자람이 없다.

1970년대 청년문화의 배경에는 도시화, 산업화, 대학생 층의 폭증, 농촌 공동체의 몰락과 대도시 빈민촌의 난립 등이 맞물려 있었다. 그 시기의 초입에 나온 양희은의 노래들은 주위의 혼돈과 비참으로부터 애써 눈을 돌리려 하지 않지만, 그 속에서도 다른 무엇보다 천진한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소리로 들린다. 마치 난장이 일가의 꿈이 불도저에 밀려 갈갈이 찢겨나가기 전, 팬지꽃 틈에서 기타를 치던 영희처럼. 이후 수많은 곡절을 거치면서 한국 포크는 거칠게 말해 '서정성'과 '민중성'의 두 요소로 분해되지만, 이 음반은 양자가 공존했던 그리 길지 않은 순간을 놓치지 않고 담고 있다. 20021015

* 덧붙이는 말: 이 음반에는 두 개의 미스테리가 있다. 먼저, 음반 표지 뒷면에 '"저 부는 바람"과 "등대지기" 그리고 "가난한 마음"을 빼놓은 거의 모든 노래들은 김민기 군이 만든 것입니다'라는 친필 문구가 적혀 있는데, 막상 "가난한 마음"은 이 음반에 수록되어 있지 않다. 이 곡이 수록된 음반은 양희은의 [고운노래 모음 제3집](유니버살, KLS-71)인데(B면 세 번째 곡) 인데, '제 3집' 음반은 '제 2집' 이후 발표된 '신중현 작품집'에 수록된 곡과 다른 곡들을 뒤섞은 '짬뽕' 음반으로 보인다. 다른 하나는 음반 표지에 적혀 있는 수록곡의 리스트와 실제 LP의 수록곡 리스트가 다르다는 점이다. 실제로 재생되는 트랙의 순서는 LP '라벨'에 적혀 있다. 이런 점이 음반의 '버전'(초반, 재반...)에 따라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음을 밝혀 둔다.

수록곡
Side A
1. 아름다운 것들
2. 그 사이
3. 서울로 가는 길
4. 인형
5. 저 부는 바람
Side B
1. 새벽길
2. 백구
3. 등대지기
4. 아무도 아무데도
5. 작은 연못
* 음반 표지에 기재된 수록곡 순서
Side A
1. 그 사이
2. 인형
3. 서울로 가는 길
4. 저 부는 바람
5. 작은 연못
Side B
1. 백구
2. 새벽길
3. 등대지기
4. 아름다운 것들
5. 아무도 아무데도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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