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차 1/13일 베네치아 밀라노를 거쳐 피렌체로
04:30분 아침 일찍 이태리 노부부가 일어나 내리려고 짐을 정리한다. 어수선하여 잠을 깼다. 담요를 제공하지 않아 그냥 옷을 덮고 잤다. 물어 볼 걸 아래층 할아버지도 그냥 자서 나도 따라서 그냥 옷을 덮고 잤다.
나의 도착 예정시간은 05:18분 아직 약 50분 남았다. 아직 내릴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나도 눈이 떠지니 할 수 없다. 다음 역 Padova에서 이태리 노부부와 그 위층 할아버지도 같이 내리며 나보고 계속 가란다. 우리 칸에는 나 혼자만 있다. 아래 침대에 내려갔다. 위 침대에 올라갔다 한다. 한참 가다 보니 베네치아에 내릴 시간이 가까워 진다. 어제 열차를 타고 얼마 안 있어 내일 아침에 준다고 열차표를 회수해 갔었다. 해서 기다리는데 5시가 다되었는데도 차표를 가져 올 생각을 안 한다. 갑자기 초조해 진다. 기우. 기차가 다음 정거장에 서려 한다. 지도로는 마지막 역이다. 옆 칸 사람에게 물어 보니 아직 베네치아가 아니란다. 한 정거장 더 가야 한단다. 이 때 승무원이 미는 것을 밀고 온다. 내 유레일 패스를 꺼내 준다. 벌써 시간은 6시 가까이 된다. 베네치아에는 두 역이 있다. 하나는 Mestre 역이고 다른 하나는 산타루치아 역이다.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가려면 산타루치아 역에서 내려야 한다.
드디어 베네치아 도착. 서울을 떠날 때 막내가 지도를 가리키며 ‘아빠 물의 도시 베네치아 물의도시 베네치아’ 하던 생각이 난다. 막내가 보고 싶다. 다음에는 막내 아들이랑 가족도 데리고 와야지.
물의 도시 베네치아. 영어로 베니스. 셰익스피어 가 쓴 ‘베니스의 상인’ 그 베니스다. 열차에서 내리니 한국인이 보인다. 이제는 어디 가나 한국인을 볼 수 있다. 역 밖으로 나가니 바로 물이다. 그리고 안개가 자옥하다. 진한 새벽안개다. 일단 밤을 자고 일어난 부스스한 얼굴이니 세수나 하고 좀 멀쩡하게 만들어야지. 세수하려고 화장실을 찾으니 저 멀리 건물 중앙쯤 옆에 화장실이 보인다. 얼른 가서 들어가려고 하니 동전을 넣고 들어가게 되어 있다. 이놈의 동네는 역에 있는 화장실이 모두 돈을 받는다. 그것도 적은 돈이 아닌 많은 돈을. 그런데 왼쪽에 자판기 같은 것이 있는데 복잡하다. 온통 이태리어로 쓰여있다. 영어는 하나도 없다. 한참을 뭐 하는 물건인지 생각해 보아도 잘 모르겠다. 입장료 티켓인가? 한 번 뭔지 1유로 넣고 눌러 보자. 1유로를 넣고 누르니 20센트, 10센트가 죽 나온다. 아 잔돈 교환기구나. 왜 이리도 복잡하게 적어 놓았노. 화장실 입구에 보니 동전 넣는 곳이 있다. 자세히 보니 0.7 유로라고 쓰여있다. 20센트 3개 그리고 10 센트 1개를 넣으니 문이 그제서야 열린다. 용변을 보고 나서 세수를 하려 하니 출입구에서 계속 삐 소리가 난다. 나가보니 어떤 할아버지가 못 들어오고 있다. 내가 들어오는 법 70센트 넣는 법을 가르쳐준다. 내가 이 곳 사람을 도와주다니.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세면대에서 면도하고 세수하고 머리는 감을 수가 없어 머리에 무스를 바른다. 나이를 한 살이라도 적게 보이게 해야지. 세수하고 역으로 나오니 상쾌하다. 역에서 빵 하나와 카푸치노 커피를 사서 먹는다. 이 곳 애들은 식당에서 우아하게 먹는 애들 빼고는 다 그렇게 서서 먹는다. 특히 아침에는 간단히 해결한다. 저녁은 거하게 먹지만. 역에 두리번 두리번 거리니 짐을 맡기는 표지판이 보인다. 유인 보관소이다. 배낭을 자물쇠로 잠그고 짐을 맡긴다. 5시간에 3.50 유로다. 로마 첫 날 짐 갖고 돌아 다닌 생각하니 끔찍하다. 앞으로 그런 곰 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지. 짐을 맞기고 나니 어깨가 가뿐하다.
어디로 가야 하지. 책을 꺼내 다시 보자. 시험에서 Open Book으로 시험 보는 것 같다. 인생이 Open Book이 아닌가? 살아가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책 찾아보고 도움 받고 그대로 하고, 또 모르면 아는 사람에게 물어 보고 그 모든 것을 종합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인생이란 그러한 이벤트들의 연속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 이벤트 마다 점수가 나온다. 돈을 많이 번 사람은 그 돈 점수가 좋은 것 이고, 건강한 사람은 건강 점수가 좋은 것이고. 인생은 끊임없는 공부의 연속이다. 사회가 모두 다 시험장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책에 다 있는데도 그대로 안 한다는 것이다. 본 대로 가르쳐 준 대로 안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잘 못되면 남 탓을 한다.
다시 역으로 들어와 책을 펴고 나폴레옹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격찬한 성마르코 광장과 베니치아의 상징 리알토 다리로 가는 방법을 공부해 보니 간단 하다. 그냥 골목마다 붙어 있는 노란 화살표만 따라 가면 된단다. 아침 7시가 아직 안되었다. 뿌연 안개 속을 걸어간다. 골목이 상당히 좁다.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골목이다. 뿌연 안개 속에 가로등이 골목 끝에 켜져 있다. 안개 속이라 희미하게 가로등 불빛이 발한다. 새벽 7시 전 아무도 없다. 한 참 걷다 보니 상대편에서 모자를 꾹 눌러쓴 중년 신사가 지나간다.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그 사람이 지나간 후 사람의 기척이 거의 없다. 조금 가다 보니 하이힐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이국의 어여쁜 아가씨가 지나간다. 그리곤 이내 사방이 조용해 진다. 나의 발자국 소리만 내 귓가에 들린다. 이국 땅 안개 낀 좁은 골목길 가로등 불 빛만이 안개에 명멸하고 있는 좁은 골목길을 걸러가는 이 기분 영락없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스토리가 멋있지 않아 그렇지 분위기는 영화에서 보는 것 이상이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답게 새벽 공기가 차다. 그렇다고 영하는 아니고. 모자 달린 옷이라 모자를 쓴다. 좁은 골목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들은 나를 보고 어떻게 생각했을까? “왠 동양인이야 이른 새벽에” 아니면 “저 동양인은 뭐 하러 왔을까?” 아니면 “무념무상”. 그래 아무 생각 한 했겠지. 그냥 한 인간이 지나가는 정도로. 뭐 중요한 것 아니니까. 동양인이 가든 말든 그네들의 일상이니까. 나야 일상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지만. 나는 나라는 유일한 존재이고 이 곳에 처음 왔으니 모든 것이 신기할 따름이지. 물속에 있는 도시가 신기하고, 안개 낀 좁은 골목이 신기하고 나와 정반대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신기함을 넘어 신비롭기까지 하니까. 그들은 나를 위한 훌륭한 조연들. 나는 주인공.
아 노란 화살표가 안 보인다. 그 화살표를 놓치면 안 되는데.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 보니 벽에 붙어 있는 화살표가 보인다. 다시 화살표를 따라 가자. 이정표가 없으면 한 번 들어가면 도저히 혼자의 힘으로는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미로.
아침 7시를 교회 종소리가 알려준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침 7시면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하루 일과를 시작하려고 분주한데 이 동네는 너무 조용하다.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는 거야. 한 참 동안을 골목을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니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환한 불 빛도 보인다. 괜히 반가와 진다. 뭔가 허고 가보니 도매 시장인 것 같다. 생선을 진열하고기 위하여 얼음을 생선 진열대에 채우고 있다. 수산시장이다. 수산시장 옆에 청과물 시장도 있다. 싱싱한 과일들이 진열되어 있다. 조용한 도시 한 복판에 환한 불 빛 그리고 도시의 아침을 위하여 준비하는 사람들 이 도시의 살아 숨쉬는 심장 같다.
자옥한 안개 속 리알토 다리에 무사히 도착. 다리 밑으로 물은 흐르고 다리에는 세계 각종 언어들로 낙서가 되어 있고 한글도 쉽게 찾을 수 있고 ‘누구누구 왔다 감’ 리알토 다리를 건너 조금 가니 S Marco 성당이 보인다. 성당 입구에 무척 많은 비둘기들이 앉아 있다. 내가 성당으로 들어가도 날아 갈 줄을 모른다. 내가 비켜서 상당 출입 문 쪽으로 들어간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성당 문은 굳게 닫혀있다. 다시 나와서 비둘기가 앉아있는 입구를 쳐다보고 있으니 성당 안에서 나이 가 많은 할머니가 한 분 나오 신다. 비둘기들이 할머니 주위에 모여든다. 참 신기하다. 잠시 후 할머니께서 비둘기 모이를 준다. 그 시간에 그 할머니는 매일 같이 비둘기 들에게 모이를 주시었고 오늘도 비둘기들은 그 할머니가 주는 모이를 먹기 위하여 그 성당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비둘기 할머니 돌아가셔도 천당에 가시겠지. 모르긴 몰라도 무슨 일 이 있어도 비둘기들이 꼭 모시고 갈 꺼야.
그 큰 성 마르코 광장에 아무도 없다 안개만이 자옥하고 광장의 불 및 만이 안개에 희미하게 빛난다. 나도 모르게 밀려오는 적막감, 그 적막감을 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광장을 헤멘다. 베네치아의 운송수단은 모두 배다 길에는 차가 다닐 수 없는 조그만 골목이라 배로 모든 것은 운송한다. 심지어 택시도 배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 베네치아의 물로 가까이 가서 물이나 한 번 보자. 생각보다 깨끗하다.
베네치아를 보며 폼페이가 생각났다. 영화 같은 것에서 보면 중세의 성안에는 큰 공터가 있고 그 공터에서 물건을 팔고 사는 행위 각 종 퍼포먼스들이 일어나고 그런데 베네치아는 그러한 공간들이 주택가에는 거의 없다. 좀은 골목 옆으로는 모두 건물이다. 폼페이도 길 옆으로는 모두 건물이다. 휴식을 취하거나 사람들이 집합 할 수 있는 그러한 공터들이 없다. 그러한 공터들 조차 벽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인가? 폼페이도 장이 서는 장소가 집과 집 사이의 네모진 공간에서 이루어 졌었다고 한다. 건물과 좁은 길 이것이 전부이다. 가다 보면 귀퉁이에 좁은 공터가 있고 수돗물이 설치 되어 있긴 하지만 이것은 협소해서 진정한 공터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이 곳은 건물과 골목들 뿐이다. 아침 8시 사람들이 배에서 내린다. 통근 버스가 아니고 통근 배이겠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아마 출근하는 가 보다. 8시까지 출근인가?
안개가 심하다. 안개가 걷히길 기대하며 주변에 볼 만한 것들은 걸어 다니면 본다. 도저히 안개가 걷힐 것 같지가 않다. 빨리 안가 걷히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8시가 넘어 다시 산타루치아 역으로 돌아온다. 약 3시간 동안의 베네치아 여행. 지구상에 이렇게 사는 동네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 아말피에서는 절벽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오늘 베네치아에서는 물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안개가 걷히려면 오후에나 가능 할 것 같아 안개 걷힌 베네치아는 포기하고 역에서 밀라노 행 열차를 확인해 보니 09:14문 밀라노행 열차가 있다. 밀라노 12:55분 도착. 3유로(예매를 안하고 그냥 타도 된다.)주고 예매하고 유인 보관소에 맡겨 놓은 짐을 찾고 생수를 1.3 유로 주고 한 통 사고 가치에 오르려다 보니 열차표 개찰을 안 했다. 나폴리 갈 때 생각이 나서 다시 열차 앞까지 뛰어 가서 개찰을 한 후 IC806 열차에 올라 탄다. 베네치아여 안녕 나는 이제 밀라노로 간다.
기차는 Padova를 지나 Vicenza 현재시간은 10:20 아직도 안개가 안 걷혔다. 베네치아 떠난지도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차창 밖으로 고속도로가 보인다. 차들이 전조등을 켜고 다닌다. 다니는 차가 많지는 않다. 주중이라 그렇겠지. 차창에 기대어 밖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하얀 세상이 나타난다. 집들도 하얗고 나무도 하얗고 온 세상이 하얗다. 눈이 온 것이다. 이탈리아 북쪽은 남쪽하고 기후 면에서도 많이 틀리다. 아말피에서는 바다에서 수영하는 아줌마도 있었는데 이 곳 북쪽은 눈이 있다. 아침을 일찍 먹어서 인지 배가 고프다. 어제 2유로를 주고 산 빵을 꺼내 먹는다. 말라서 인지 맛이 별로 없다. 바삭바삭하기도 하고 크로와상 2개로 간식 해결.
12:30분 열차는 아직도 열심히 달린다. 밀라노로 가고 있다. 차창 밖은 아직도 안개가 걷히지 않았다. 밀라노의 여정이 걱정이 된다.
밀라노 거의 다 온 것 같다. 중간 역에 섰다. 중년 부인이 내 앞자리에 앉는다. 그냥 보기에도 옷이 비싸 보인다. 이것이 밀라노 패션인가? 드디어 밀라노에 도착. 역 밖으로 나가 역을 보니 역이 무척 크고 웅장하다. 책을 찾아보니 두우모 성당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한단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 지하철을 탔다. 나폴리와는 도시가 정반대다. 도시도 깨끗하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깨끗하고 선진 도시이다. 아코디언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이다. 아코디언을 키며 차량 사이를 오고 가며 구걸을 한다. 두우모 광장에 도착했다. 세계에서 4번째로 크다는 두우모 성당 고딕 양식. 외부 지붕에 장식한 뾰족한 탑은 수도 없이 많다. 두우모 광장에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놓았다.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많겠지. 두우모 성당 주변도 화려하다. 비둘기와 사진 찍는 사람도 있고 젊은이들이 모여있는 광장 사람들이 무척 많다. 두우모 성당에 들어 가려 하니 짐 수색을 한다. 열어 보란다. 열어 보여주니 들어 가란다. 들어 가서 한 바퀴 돌고 바로 나와 근처에 있는 화장실에 가보니 화장실에 양변기가 없다. 쪼그려 앉는 화장실이다. 베네치아에서도 그랬듯이 남자 화장실에 소변기도 없다. 이 곳은 소변기 없는 남자 화장실도 많다. 처음 들어 오면 좀 당황하게. 밀라노 여행을 마치고 이제 피렌체로 가야 한다. 오늘 일정은 빠듯하다. 도시에 잠시 내려 조금 보고 다시 열차 타고 다음 도시로 가고 힘든 일정이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이탈리아 북부도 보아야 하는데 일단 이탈리아 북부는 주마간산 격이다.
15:00에 출발하는 피렌체행 유로스타가 있다. 도착시간이 조금 빠르다. 창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여직원이 조그만 탁자를 놓고 서서 기차시간을 안내를 한다. 피렌체를 간다고 하니 기차시간을 찾아 설명을 해 준다. 유레일 패스가 있어도 ES(유로스타)를 타려면 12 유로를 더 내야 한단다. 뭐 급한 것도 없고 다음 열차는 IC(InterCity) 유레일패스로 그냥 타도 된단다. 도착시간이 차이가 난다. 10분 있다가 IC를 타자.
15:10발 나폴리행 IC595 열차 나폴리 가는 중간에 피렌체에서 내려야 한다. 피렌체 도착 예정시각 18:26 1등석에 올라 탄다. 우리 칸 1등석으로 내자리 쪽3개 내 앞에 3개 합이 6개 내 앞에 이태리 아저씨가 앉아 있고 대각선 문 쪽에 동양계 청년이 앉아 있다. 조금은 불량스러워 보인다. 봉지에서 바나나를 꺼내 더니 바나나를 먹는다. 식사를 못한 것 같다. 화장실에 가야 하는데 짐 때문에 갈 수가 없다. 짐을 다 갖고 가기도 그렇고 짐을 놓고 가자니 불안하고 짐을 잃어버리면 끝장이니까. 승무원이 검표하러 와서 표를 보여 달란다. 그 청년이 표를 보여주자 이 표는 2등석 표라 2등석 칸으로 가란다. 나보고 중국어로 뭐라고 한다. 그 청년은 내가 중국인인 줄 알았나 보다. 그래서 나는 당신 말을 알아 들을 수 가 없고 당신은 2등석 표이니 2등석으로 가야 한다고 손 짓으로 가리켜 주고 승무원이 내 표를 확인하고는 그 청년을 다른 칸으로 데리고 간다 그 중국 청년이 떠나고 나니 마름이 놓인다.
앞자리에 앉은 아저씨는 직장인 같다. 경계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내 앞자리에 있는 아저씨가 눈을 뜨고 있다. 빨리 화장실에 갔다 와야지. 이탈리아 북부 평야가 무척 넓다. 산이 거의 보이지가 않는다. 비옥한 농토 부지런하고 돈 많은 밀라노 같은 도시는 남부의 게으르고 가난한 사람들과 비교가 된다. 내가 창가에 앉아있고 내 앞에는 이태리 아저씨 그리고 조금 가다 보니 이태리 중년 부인이 개 집에 애완견을 갖고 우리 칸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개 집을 내려 놓더니 문을 열어 놓는다. 애완견 이름은 뭔지 잘 모르겠고 내가 애완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개가 개 집에서 조용히 나온다. 주인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가만히 있는다. 조금 있다가 다시 제 집으로 들어간다. 참 순하다. 개 집안에서 답답하면 잠시 나와서 바람 쏘이고 다시 들어가 조용히 있고 그 주인은 책을 보고 있고. 개까지 문 앞에서 지키고 있고 1등석이고 이제는 도둑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마음 푹 놓고 있으려니 잠이 든다. 16:25분 Parma 역에 기차가 정차한다. 기나긴 평야를 지나 나타난 조그만 소도시 아파트도 보이고, 시내버스도 보이고, 시가지도 보인다. 겉에서 보기에 조그만 아기자기한 소도시다. 깨끗한 도시 전원 도시일까? 제법 사람들이 많이 탄다. 여기저기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6명 정원에 우리 칸에 3명 아직은 여유롭다.
갑자기 소란스러워 진다. 수녀님들 2명과 할머니 한 분이 우리 칸으로 들어왔다. 한 명의 수년님은 목에 보호대를 하고 있고 우리 칸이 예약한 좌석번호 인가보다. 그 순한 개는 주인 따라 다른 칸으로 가고 우리 칸은 수녀님들로 일행이 바뀌었다. 갑자기 우리 칸이 시끄러워진다. 할 말이 뭐가 그리 많은지 조용히 가면 심심 하겠지. 현재 시간 17:10분 약 1시간 정도 남았다. 열차는 피렌체를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수녀님들이 쵸코렛을 먹으면서 나에게도 한 조각 먹어보라고 권한다. 먹는 것에 대한 인심이란 동양이나 서양이나 같은 것 같다. 어제 저녁 이탈리아 할머니 생각이 나서 ‘그라체’라고 하고 한 조각 집어 든다. 내 앞에 있던 사람은 ‘노 그라체’ 라고 하고 사양한다. 저녁 6시 반 피렌체 역에 도착한다. 다행히 피사가는 열차가 바로 있다. 바로 갈아 타고 피사로 간다.
피사에는 피사의 사탑이 없다.
20:00 피사 도착 피렌체에서 피사까지 약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피렌체에서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가야 한다. 피렌체에서 23:10분 발 그러니까 적어도 저녁 9시 기차는 타야한다. 그래야 10시 반에 피렌체에 도착하고 쿠셋 열차표 사고 타야 하니까 시간이 필요하다. 바로 역 앞인지 알고 나가보니 안 보인다. 어두워 다시 역으로 돌아와 책을 펴보니 3번 이나 A반을 타고 마리꼴리 역에서 내리란다. 3번을 타고 가다 보니 꺼꾸로 가고 있다. 공항이다. 다 왔으니 내리란다. 일단 내려 B 반 버스를 보니 B반에도 마리꼬리라고 적혀있다. 다음 차를 타고 가니 다시 역을 지나친다. 얼마 안 머니 빨리 갔다 오면 되겠지. 묻지도 않고 창 밖을 보고 있으려니 차가 시내를 벗어난다. 이거 큰일났다. 이렇게 멀지가 않을 텐데. 조금 있으면 나타나겠지. 안 보인다. 순간 이거 잘못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멀리 왔다. 2Km라고 책에 나와 있었는데 피사의 사탑은 포기하고 일단 내려 반대편에서 오는 버스를 타고 다시 역으로 돌아가야지 잘하면 열차 시간은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반대편 내가 버스에서 내린 쪽에서 사람이 나에게 손짓을 한다. 차가 없다는 신호 같다. 설마 정류장 표시가 되어 있는데 차가 오겠지. 조그만 시골 마을이다.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물어보니 영어를 못한다. 대충 몸짓 발짓으로 표시하니 알아듣는 것 같은 데 잘 모른 단다. 그러다가 정류장에 있는 버스 시간표를 보니 밤 8시에 차가 막차이다. 현재시간 8시 40분 이크 막차가 가고 이제 차가 없다. 큰일이다. 앞이 깜깜하다. 역까지 어떻게 가야 하나. 그리고 여기는 또 도대체 어디인가. 택시를 타야지 비싸도 상관없다. 이마당에.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가 보이지 않는다. 주택가이어서 택시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모두 자가용이 있으니 택시 탈 이유도 없고. 교통수단이 모두 단절되었다. 별 생각이 다 든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여행자 보험이라도 들고 오는 건데. 우리집 식구들은 어떡하지. 성당을 기웃거려 봐도 답이 없다. 지나가는 차에게 손을 들어 본다. 서주지 않는다. 앞이 막막하다. 그냥 걸어서라도 가야지 별 수가 없다.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겠고. 버스가 오던길을 반대로 터벅터벅 걷는다. 삼거리가 나타난다. 이정표를 보니 피사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다. 좋다. 피사로 걸어가자. 한참을 어두운 길을 걸어 가다 보니 무섭기도 하다. 여기까지 와서 봉변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집에 까지는 돌아 갈 수 있을 지, 뒷 골목으로 한 참을 걷다 보니 공장이 나온다. 공장 정문에 불이 켜져 잇고 가까이 가니 공장 근무하는 아저씨가 있다, 버스에서 만난 할머니 이 후로 처음 보는 사람이다. 책에서 이태리어로 역은 기억하고 있다. 스타찌오네, 나는 그아저씨에게 ‘스타찌오네’ 라고 하니 그 아저씨가 가르켜 준다. 오른 쪽 길로 가서 가서 신호등에서 다시 오른 쪽으로 가란다. 신호등에서 오른 쪽 길이 애매하다. 신호등에 승용차가 신호에 대기하고 서있어 다시 물어보니 이 길이 맞는단다. 한 참을 도 걸으니 기차길이 보인다. 왜 그리 반가운 지 조금만 더 가면 된다. 기차 길을 따라 가다보니 역이 나타난다. 휴 살았다. 피렌체가는 열차 시간을 보니 막차가 10시 30분에 있다. 지금 시간 9시 50분 한 시간 10분을 역을 찾아 헤 메이면서 걸은 셈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야 하는데 유럽에 좀 익숙해 졌다고 물어 보지 않은
것이 사고의 발단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너무 일정을 무리하게 잡은 것이다. 하루에 3개 도시를 보겠다는 욕심이
화를 자초한 것이다. 무리하게 잡지 말고 밀라노에서 더 있다가
밀라노에서 인터라켄으로 바로 출발 하였으면 무리하지 않고 편했을 텐데.
교훈 1) 아는 길도 물어가라.
2) 여행은 여유를 갖고 하자
두 가지의 값진 교훈을 얻고 10:30분 발 피렌체행 열차를 탄다. 다시 피렌체로 돌아 와보니 어느새 밤 12가 가까워 진다. 피렌체의 자정 밤 풍경 술먹고 사람들이 싸운다. 가다보니 역 바닥에는 병이 깨져있다. 역 앞 잔디밭에서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술을 먹고 있다. 밤도 늦고 마땅히 갈 데도 없고 마침 수첩에 적혀 있는 피렌체 민박집에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여행객인데요 혹시 방있어요 ?”
“지금은 방이 없고 다른 집을 소개 해 주께요”
“잠깐만요. 좀 적을 준비 좀 하고요”
“ 전화번호가 ###-#### 에 전화 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다시 전화 건다.
“거기 민박집이지요”
“예”
“혹시 방 있어요. 오늘 하루 잘 건데”
“예 있어요 어디세요?”
“역에예요”
“##번 플랫폼 앞에 계세요”
“예 알았어요 기다릴게요”
한참을 기다리니 어느 아주머니가 오셨다. 따라가니 민박집이 나온다. 출입문 옆에 컴퓨터가 있고 그 옆에 침대가 하나 있다. 그 곳에서 자란다. 컴퓨터로 내일 기차 시간표를 확인하니 피렌체에서 07:08분 기차를 타고 밀라노에서 10:25분 Spiez행 기차를 타면 된다. 내일은 일찍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출발하여야 한다. 하루를 단축하려고 했는데 단축이 안되었다. 대충 씻고 깊은 잠에 골아 떨어진다.
'해외여행 > 유럽여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5일차 1/11일 폼페이의 만찬 (0) | 2005.05.15 |
---|---|
6일차 1/12일 쏠렌토의 할머님들 (0) | 2005.05.15 |
8일차(1/14) : 스위스로 (왠 사무실 분위기야) (0) | 2005.05.15 |
9일차(1/15) : 융프라우요흐에서 사발면을 먹다. (1) | 2005.05.15 |
10일차(1/16) : 리기산 정상에서 악대의 음악을 듣다. (0) | 2005.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