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52024  이전 다음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7일차 1/13일 베네치아 밀라노를 거쳐 피렌체로

04:30분 아침 일찍 이태리 노부부가 일어나 내리려고 짐을 정리한다. 어수선하여 잠을 깼다. 담요를 제공하지 않아 그냥 옷을 덮고 잤다. 물어 볼 걸 아래층 할아버지도 그냥 자서 나도 따라서 그냥 옷을 덮고 잤다.

나의 도착 예정시간은 05:18분 아직 약 50분 남았다. 아직 내릴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나도 눈이 떠지니 할 수 없다. 다음 역 Padova에서 이태리 노부부와 그 위층 할아버지도 같이 내리며 나보고 계속 가란다. 우리 칸에는 나 혼자만 있다. 아래 침대에 내려갔다. 위 침대에 올라갔다 한다. 한참 가다 보니 베네치아에 내릴 시간이 가까워 진다. 어제 열차를 타고 얼마 안 있어 내일 아침에 준다고 열차표를 회수해 갔었다. 해서 기다리는데 5시가 다되었는데도 차표를 가져 올 생각을 안 한다. 갑자기 초조해 진다. 기우. 기차가 다음 정거장에 서려 한다. 지도로는 마지막 역이다. 옆 칸 사람에게 물어 보니 아직 베네치아가 아니란다. 한 정거장 더 가야 한단다. 이 때 승무원이 미는 것을 밀고 온다. 내 유레일 패스를 꺼내 준다. 벌써 시간은 6시 가까이 된다. 베네치아에는 두 역이 있다. 하나는 Mestre 역이고 다른 하나는 산타루치아 역이다.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가려면 산타루치아 역에서 내려야 한다.

드디어 베네치아 도착. 서울을 떠날 때 막내가 지도를 가리키며 아빠 물의 도시 베네치아 물의도시 베네치아 하던 생각이 난다. 막내가 보고 싶다. 다음에는 막내 아들이랑 가족도 데리고 와야지.

물의 도시 베네치아. 영어로 베니스. 셰익스피어 가 쓴 베니스의 상인 그 베니스다. 열차에서 내리니 한국인이 보인다. 이제는 어디 가나 한국인을 볼 수 있다. 역 밖으로 나가니 바로 물이다. 그리고 안개가 자옥하다. 진한 새벽안개다. 일단 밤을 자고 일어난 부스스한 얼굴이니 세수나 하고 좀 멀쩡하게 만들어야지. 세수하려고 화장실을 찾으니 저 멀리 건물 중앙쯤 옆에 화장실이 보인다. 얼른 가서 들어가려고 하니 동전을 넣고 들어가게 되어 있다. 이놈의 동네는 역에 있는 화장실이 모두 돈을 받는다. 그것도 적은 돈이 아닌 많은 돈을. 그런데 왼쪽에 자판기 같은 것이 있는데 복잡하다. 온통 이태리어로 쓰여있다. 영어는 하나도 없다. 한참을 뭐 하는 물건인지 생각해 보아도 잘 모르겠다. 입장료 티켓인가? 한 번 뭔지 1유로 넣고 눌러 보자. 1유로를 넣고 누르니 20센트, 10센트가 죽 나온다. 아 잔돈 교환기구나. 왜 이리도 복잡하게 적어 놓았노. 화장실 입구에 보니 동전 넣는 곳이 있다. 자세히 보니 0.7 유로라고 쓰여있다. 20센트 3개 그리고 10 센트 1개를 넣으니 문이 그제서야 열린다. 용변을 보고 나서 세수를 하려 하니 출입구에서 계속 삐 소리가 난다. 나가보니 어떤 할아버지가 못 들어오고 있다. 내가 들어오는 법 70센트 넣는 법을 가르쳐준다. 내가 이 곳 사람을 도와주다니.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세면대에서 면도하고 세수하고 머리는 감을 수가 없어 머리에 무스를 바른다. 나이를 한 살이라도 적게 보이게 해야지. 세수하고 역으로 나오니 상쾌하다. 역에서 빵 하나와 카푸치노 커피를 사서 먹는다. 이 곳 애들은 식당에서 우아하게 먹는 애들 빼고는 다 그렇게 서서 먹는다. 특히 아침에는 간단히 해결한다. 저녁은 거하게 먹지만. 역에 두리번 두리번 거리니 짐을 맡기는 표지판이 보인다. 유인 보관소이다. 배낭을 자물쇠로 잠그고 짐을 맡긴다. 5시간에 3.50 유로다. 로마 첫 날 짐 갖고 돌아 다닌 생각하니 끔찍하다. 앞으로 그런 곰 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지. 짐을 맞기고 나니 어깨가 가뿐하다.

어디로 가야 하지. 책을 꺼내 다시 보자. 시험에서 Open Book으로 시험 보는 것 같다. 인생이 Open Book이 아닌가? 살아가다 모르는 것이 있으면 책 찾아보고 도움 받고 그대로 하고, 또 모르면 아는 사람에게 물어 보고 그 모든 것을 종합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고. 인생이란 그러한 이벤트들의 연속이 아니던가? 그리고 그 이벤트 마다 점수가 나온다. 돈을 많이 번 사람은 그 돈 점수가 좋은 것 이고, 건강한 사람은 건강 점수가 좋은 것이고. 인생은 끊임없는 공부의 연속이다. 사회가 모두 다 시험장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책에 다 있는데도 그대로 안 한다는 것이다. 본 대로 가르쳐 준 대로 안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잘 못되면 남 탓을 한다.

다시 역으로 들어와 책을 펴고 나폴레옹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격찬한 성마르코 광장과 베니치아의 상징 리알토 다리로 가는 방법을 공부해 보니 간단 하다. 그냥 골목마다 붙어 있는 노란 화살표만 따라 가면 된단다. 아침 7시가 아직 안되었다. 뿌연 안개 속을 걸어간다. 골목이 상당히 좁다.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골목이다. 뿌연 안개 속에 가로등이 골목 끝에 켜져 있다. 안개 속이라 희미하게 가로등 불빛이 발한다. 새벽 7시 전 아무도 없다. 한 참 걷다 보니 상대편에서 모자를 꾹 눌러쓴 중년 신사가 지나간다. 무엇을 하는 사람일까? 그 사람이 지나간 후 사람의 기척이 거의 없다. 조금 가다 보니 하이힐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이국의 어여쁜 아가씨가 지나간다. 그리곤 이내 사방이 조용해 진다. 나의 발자국 소리만 내 귓가에 들린다. 이국 땅 안개 낀 좁은 골목길 가로등 불 빛만이 안개에 명멸하고 있는 좁은 골목길을 걸러가는 이 기분 영락없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스토리가 멋있지 않아 그렇지 분위기는 영화에서 보는 것 이상이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답게 새벽 공기가 차다. 그렇다고 영하는 아니고. 모자 달린 옷이라 모자를 쓴다. 좁은 골목 길에서 만났던 사람들 그들은 나를 보고 어떻게 생각했을까? 왠 동양인이야 이른 새벽에 아니면 저 동양인은 뭐 하러 왔을까? 아니면 무념무상. 그래 아무 생각 한 했겠지. 그냥 한 인간이 지나가는 정도로. 뭐 중요한 것 아니니까. 동양인이 가든 말든 그네들의 일상이니까. 나야 일상에서 탈출하여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지만. 나는 나라는 유일한 존재이고 이 곳에 처음 왔으니 모든 것이 신기할 따름이지. 물속에 있는 도시가 신기하고, 안개 낀 좁은 골목이 신기하고 나와 정반대로 걸어오는 사람들이 신기함을 넘어 신비롭기까지 하니까. 그들은 나를 위한 훌륭한 조연들. 나는 주인공.

아 노란 화살표가 안 보인다. 그 화살표를 놓치면 안 되는데.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가 보니 벽에 붙어 있는 화살표가 보인다. 다시 화살표를 따라 가자. 이정표가 없으면 한 번 들어가면 도저히 혼자의 힘으로는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미로.

아침 7시를 교회 종소리가 알려준다. 우리나라 같으면 아침 7시면 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와 하루 일과를 시작하려고 분주한데 이 동네는 너무 조용하다. 도대체 몇 시에 일어나는 거야. 한 참 동안을 골목을 이정표를 따라가다 보니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환한 불 빛도 보인다. 괜히 반가와 진다. 뭔가 허고 가보니 도매 시장인 것 같다. 생선을 진열하고기 위하여 얼음을 생선 진열대에 채우고 있다. 수산시장이다. 수산시장 옆에 청과물 시장도 있다. 싱싱한 과일들이 진열되어 있다. 조용한 도시 한 복판에 환한 불 빛 그리고 도시의 아침을 위하여 준비하는 사람들 이 도시의 살아 숨쉬는 심장 같다.


자옥한 안개 속 리알토 다리에 무사히 도착. 다리 밑으로 물은 흐르고 다리에는 세계 각종 언어들로 낙서가 되어 있고 한글도 쉽게 찾을 수 있고 누구누구 왔다 감 리알토 다리를 건너 조금 가니 S Marco 성당이 보인다. 성당 입구에 무척 많은 비둘기들이 앉아 있다. 내가 성당으로 들어가도 날아 갈 줄을 모른다. 내가 비켜서 상당 출입 문 쪽으로 들어간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성당 문은 굳게 닫혀있다. 다시 나와서 비둘기가 앉아있는 입구를 쳐다보고 있으니 성당 안에서 나이 가 많은 할머니가 한 분 나오 신다. 비둘기들이 할머니 주위에 모여든다. 참 신기하다. 잠시 후 할머니께서 비둘기 모이를 준다. 그 시간에 그 할머니는 매일 같이 비둘기 들에게 모이를 주시었고 오늘도 비둘기들은 그 할머니가 주는 모이를 먹기 위하여 그 성당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비둘기 할머니 돌아가셔도 천당에 가시겠지. 모르긴 몰라도 무슨 일 이 있어도 비둘기들이 꼭 모시고 갈 꺼야.


그 큰 성 마르코 광장에 아무도 없다 안개만이 자옥하고 광장의 불 및 만이 안개에 희미하게 빛난다. 나도 모르게 밀려오는 적막감, 그 적막감을 이기지 못하고 이리저리 광장을 헤멘다. 베네치아의 운송수단은 모두 배다 길에는 차가 다닐 수 없는 조그만 골목이라 배로 모든 것은 운송한다. 심지어 택시도 배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 베네치아의 물로 가까이 가서 물이나 한 번 보자. 생각보다 깨끗하다.

베네치아를 보며 폼페이가 생각났다. 영화 같은 것에서 보면 중세의 성안에는 큰 공터가 있고 그 공터에서 물건을 팔고 사는 행위 각 종 퍼포먼스들이 일어나고 그런데 베네치아는 그러한 공간들이 주택가에는 거의 없다. 좀은 골목 옆으로는 모두 건물이다. 폼페이도 길 옆으로는 모두 건물이다. 휴식을 취하거나 사람들이 집합 할 수 있는 그러한 공터들이 없다. 그러한 공터들 조차 벽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인가? 폼페이도 장이 서는 장소가 집과 집 사이의 네모진 공간에서 이루어 졌었다고 한다. 건물과 좁은 길 이것이 전부이다. 가다 보면 귀퉁이에 좁은 공터가 있고 수돗물이 설치 되어 있긴 하지만 이것은 협소해서 진정한 공터라고 말하기는 어렵고 이 곳은 건물과 골목들 뿐이다. 아침 8시 사람들이 배에서 내린다. 통근 버스가 아니고 통근 배이겠지. 사람들이 무리를 지어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아마 출근하는 가 보다. 8시까지 출근인가?


안개가 심하다. 안개가 걷히길 기대하며 주변에 볼 만한 것들은 걸어 다니면 본다. 도저히 안개가 걷힐 것 같지가 않다. 빨리 안가 걷히는 것을 포기하고 돌아가는 것이 현명한 판단일 것이다. 8시가 넘어 다시 산타루치아 역으로 돌아온다. 약 3시간 동안의 베네치아 여행. 지구상에 이렇게 사는 동네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제 아말피에서는 절벽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오늘 베네치아에서는 물 위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 참 이상한 사람들이다.

안개가 걷히려면 오후에나 가능 할 것 같아 안개 걷힌 베네치아는 포기하고 역에서 밀라노 행 열차를 확인해 보니 09:14문 밀라노행 열차가 있다. 밀라노 12:55분 도착. 3유로(예매를 안하고 그냥 타도 된다.)주고 예매하고 유인 보관소에 맡겨 놓은 짐을 찾고 생수를 1.3 유로 주고 한 통 사고 가치에 오르려다 보니 열차표 개찰을 안 했다. 나폴리 갈 때 생각이 나서 다시 열차 앞까지 뛰어 가서 개찰을 한 후 IC806 열차에 올라 탄다. 베네치아여 안녕 나는 이제 밀라노로 간다.

기차는 Padova를 지나 Vicenza 현재시간은 10:20 아직도 안개가 안 걷혔다. 베네치아 떠난지도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차창 밖으로 고속도로가 보인다. 차들이 전조등을 켜고 다닌다. 다니는 차가 많지는 않다. 주중이라 그렇겠지. 차창에 기대어 밖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하얀 세상이 나타난다. 집들도 하얗고 나무도 하얗고 온 세상이 하얗다. 눈이 온 것이다. 이탈리아 북쪽은 남쪽하고 기후 면에서도 많이 틀리다. 아말피에서는 바다에서 수영하는 아줌마도 있었는데 이 곳 북쪽은 눈이 있다. 아침을 일찍 먹어서 인지 배가 고프다. 어제 2유로를 주고 산 빵을 꺼내 먹는다. 말라서 인지 맛이 별로 없다. 바삭바삭하기도 하고 크로와상 2개로 간식 해결.

12:30분 열차는 아직도 열심히 달린다. 밀라노로 가고 있다. 차창 밖은 아직도 안개가 걷히지 않았다. 밀라노의 여정이 걱정이 된다.

밀라노 거의 다 온 것 같다. 중간 역에 섰다. 중년 부인이 내 앞자리에 앉는다. 그냥 보기에도 옷이 비싸 보인다. 이것이 밀라노 패션인가? 드디어 밀라노에 도착. 역 밖으로 나가 역을 보니 역이 무척 크고 웅장하다. 책을 찾아보니 두우모 성당까지는 지하철을 타고 가야 한단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 지하철을 탔다. 나폴리와는 도시가 정반대다. 도시도 깨끗하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깨끗하고 선진 도시이다. 아코디언 소리가 들려온다. 우리나라에도 있는 지하철에서 구걸하는 사람이다. 아코디언을 키며 차량 사이를 오고 가며 구걸을 한다. 두우모 광장에 도착했다. 세계에서 4번째로 크다는 두우모 성당 고딕 양식. 외부 지붕에 장식한 뾰족한 탑은 수도 없이 많다. 두우모 광장에 스케이트장을 만들어 놓았다.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 주말이면 사람들이 많겠지. 두우모 성당 주변도 화려하다. 비둘기와 사진 찍는 사람도 있고 젊은이들이 모여있는 광장 사람들이 무척 많다. 두우모 성당에 들어 가려 하니 짐 수색을 한다. 열어 보란다. 열어 보여주니 들어 가란다. 들어 가서 한 바퀴 돌고 바로 나와 근처에 있는 화장실에 가보니 화장실에 양변기가 없다. 쪼그려 앉는 화장실이다. 베네치아에서도 그랬듯이 남자 화장실에 소변기도 없다. 이 곳은 소변기 없는 남자 화장실도 많다. 처음 들어 오면 좀 당황하게. 밀라노 여행을 마치고 이제 피렌체로 가야 한다. 오늘 일정은 빠듯하다. 도시에 잠시 내려 조금 보고 다시 열차 타고 다음 도시로 가고 힘든 일정이다. 좀 더 시간을 갖고 이탈리아 북부도 보아야 하는데 일단 이탈리아 북부는 주마간산 격이다.


15:00에 출발하는 피렌체행 유로스타가 있다. 도착시간이 조금 빠르다. 창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여직원이 조그만 탁자를 놓고 서서 기차시간을 안내를 한다. 피렌체를 간다고 하니 기차시간을 찾아 설명을 해 준다. 유레일 패스가 있어도 ES(유로스타)를 타려면 12 유로를 더 내야 한단다. 뭐 급한 것도 없고 다음 열차는 IC(InterCity) 유레일패스로 그냥 타도 된단다. 도착시간이 차이가 난다. 10분 있다가 IC를 타자.

15:10발 나폴리행 IC595 열차 나폴리 가는 중간에 피렌체에서 내려야 한다. 피렌체 도착 예정시각 18:26 1등석에 올라 탄다. 우리 칸 1등석으로 내자리 쪽3개 내 앞에 3개 합이 6개 내 앞에 이태리 아저씨가 앉아 있고 대각선 문 쪽에 동양계 청년이 앉아 있다. 조금은 불량스러워 보인다. 봉지에서 바나나를 꺼내 더니 바나나를 먹는다. 식사를 못한 것 같다. 화장실에 가야 하는데 짐 때문에 갈 수가 없다. 짐을 다 갖고 가기도 그렇고 짐을 놓고 가자니 불안하고 짐을 잃어버리면 끝장이니까. 승무원이 검표하러 와서 표를 보여 달란다. 그 청년이 표를 보여주자 이 표는 2등석 표라 2등석 칸으로 가란다. 나보고 중국어로 뭐라고 한다. 그 청년은 내가 중국인인 줄 알았나 보다. 그래서 나는 당신 말을 알아 들을 수 가 없고 당신은 2등석 표이니 2등석으로 가야 한다고 손 짓으로 가리켜 주고 승무원이 내 표를 확인하고는 그 청년을 다른 칸으로 데리고 간다 그 중국 청년이 떠나고 나니 마름이 놓인다.

앞자리에 앉은 아저씨는 직장인 같다. 경계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내 앞자리에 있는 아저씨가 눈을 뜨고 있다. 빨리 화장실에 갔다 와야지. 이탈리아 북부 평야가 무척 넓다. 산이 거의 보이지가 않는다. 비옥한 농토 부지런하고 돈 많은 밀라노 같은 도시는 남부의 게으르고 가난한 사람들과 비교가 된다. 내가 창가에 앉아있고 내 앞에는 이태리 아저씨 그리고 조금 가다 보니 이태리 중년 부인이 개 집에 애완견을 갖고 우리 칸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개 집을 내려 놓더니 문을 열어 놓는다. 애완견 이름은 뭔지 잘 모르겠고 내가 애완견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개가 개 집에서 조용히 나온다. 주인이 머리를 쓰다듬어 주니 가만히 있는다. 조금 있다가 다시 제 집으로 들어간다. 참 순하다. 개 집안에서 답답하면 잠시 나와서 바람 쏘이고 다시 들어가 조용히 있고 그 주인은 책을 보고 있고. 개까지 문 앞에서 지키고 있고 1등석이고 이제는 도둑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마음 푹 놓고 있으려니 잠이 든다. 16:25분 Parma 역에 기차가 정차한다. 기나긴 평야를 지나 나타난 조그만 소도시 아파트도 보이고, 시내버스도 보이고, 시가지도 보인다. 겉에서 보기에 조그만 아기자기한 소도시다. 깨끗한 도시 전원 도시일까? 제법 사람들이 많이 탄다. 여기저기 자리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6명 정원에 우리 칸에 3명 아직은 여유롭다.

갑자기 소란스러워 진다. 수녀님들 2명과 할머니 한 분이 우리 칸으로 들어왔다. 한 명의 수년님은 목에 보호대를 하고 있고 우리 칸이 예약한 좌석번호 인가보다. 그 순한 개는 주인 따라 다른 칸으로 가고 우리 칸은 수녀님들로 일행이 바뀌었다. 갑자기 우리 칸이 시끄러워진다. 할 말이 뭐가 그리 많은지 조용히 가면 심심 하겠지. 현재 시간 17:10분 약 1시간 정도 남았다. 열차는 피렌체를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수녀님들이 쵸코렛을 먹으면서 나에게도 한 조각 먹어보라고 권한다. 먹는 것에 대한 인심이란 동양이나 서양이나 같은 것 같다. 어제 저녁 이탈리아 할머니 생각이 나서 그라체라고 하고 한 조각 집어 든다. 내 앞에 있던 사람은 노 그라체 라고 하고 사양한다. 저녁 6시 반 피렌체 역에 도착한다. 다행히 피사가는 열차가 바로 있다. 바로 갈아 타고 피사로 간다.

피사에는 피사의 사탑이 없다.

20:00 피사 도착 피렌체에서 피사까지 약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피렌체에서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가야 한다. 피렌체에서 23:10분 발 그러니까 적어도 저녁 9시 기차는 타야한다. 그래야 10시 반에 피렌체에 도착하고 쿠셋 열차표 사고 타야 하니까 시간이 필요하다. 바로 역 앞인지 알고 나가보니 안 보인다. 어두워 다시 역으로 돌아와 책을 펴보니 3번 이나 A반을 타고 마리꼴리 역에서 내리란다. 3번을 타고 가다 보니 꺼꾸로 가고 있다. 공항이다. 다 왔으니 내리란다. 일단 내려 B 반 버스를 보니 B반에도 마리꼬리라고 적혀있다. 다음 차를 타고 가니 다시 역을 지나친다. 얼마 안 머니 빨리 갔다 오면 되겠지. 묻지도 않고 창 밖을 보고 있으려니 차가 시내를 벗어난다. 이거 큰일났다. 이렇게 멀지가 않을 텐데. 조금 있으면 나타나겠지. 안 보인다. 순간 이거 잘못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멀리 왔다. 2Km라고 책에 나와 있었는데 피사의 사탑은 포기하고 일단 내려 반대편에서 오는 버스를 타고 다시 역으로 돌아가야지 잘하면 열차 시간은 맞출 수 있을 것 같다. 반대편 내가 버스에서 내린 쪽에서 사람이 나에게 손짓을 한다. 차가 없다는 신호 같다. 설마 정류장 표시가 되어 있는데 차가 오겠지. 조그만 시골 마을이다.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물어보니 영어를 못한다. 대충 몸짓 발짓으로 표시하니 알아듣는 것 같은 데 잘 모른 단다. 그러다가 정류장에 있는 버스 시간표를 보니 밤 8시에 차가 막차이다. 현재시간 8시 40분 이크 막차가 가고 이제 차가 없다. 큰일이다. 앞이 깜깜하다. 역까지 어떻게 가야 하나. 그리고 여기는 또 도대체 어디인가. 택시를 타야지 비싸도 상관없다. 이마당에.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가 보이지 않는다. 주택가이어서 택시가 들어오지 않는다. 그리고 모두 자가용이 있으니 택시 탈 이유도 없고. 교통수단이 모두 단절되었다. 별 생각이 다 든다. 이제 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여행자 보험이라도 들고 오는 건데. 우리집 식구들은 어떡하지. 성당을 기웃거려 봐도 답이 없다. 지나가는 차에게 손을 들어 본다. 서주지 않는다. 앞이 막막하다. 그냥 걸어서라도 가야지 별 수가 없다. 얼마나 걸릴지도 모르겠고. 버스가 오던길을 반대로 터벅터벅 걷는다. 삼거리가 나타난다. 이정표를 보니 피사가는 길이 표시되어 있다. 좋다. 피사로 걸어가자. 한참을 어두운 길을 걸어 가다 보니 무섭기도 하다. 여기까지 와서 봉변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집에 까지는 돌아 갈 수 있을 지, 뒷 골목으로 한 참을 걷다 보니 공장이 나온다. 공장 정문에 불이 켜져 잇고 가까이 가니 공장 근무하는 아저씨가 있다, 버스에서 만난 할머니 이 후로 처음 보는 사람이다. 책에서 이태리어로 역은 기억하고 있다. 스타찌오네, 나는 그아저씨에게 스타찌오네 라고 하니 그 아저씨가 가르켜 준다. 오른 쪽 길로 가서 가서 신호등에서 다시 오른 쪽으로 가란다. 신호등에서 오른 쪽 길이 애매하다. 신호등에 승용차가 신호에 대기하고 서있어 다시 물어보니 이 길이 맞는단다. 한 참을 도 걸으니 기차길이 보인다. 왜 그리 반가운 지 조금만 더 가면 된다. 기차 길을 따라 가다보니 역이 나타난다. 휴 살았다. 피렌체가는 열차 시간을 보니 막차가 10시 30분에 있다. 지금 시간 9시 50분 한 시간 10분을 역을 찾아 헤 메이면서 걸은 셈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사람들에게 물어 보아야 하는데 유럽에 좀 익숙해 졌다고 물어 보지 않은

것이 사고의 발단이다

두 번째 문제점은 너무 일정을 무리하게 잡은 것이다. 하루에 3개 도시를 보겠다는 욕심이

화를 자초한 것이다. 무리하게 잡지 말고 밀라노에서 더 있다가

밀라노에서 인터라켄으로 바로 출발 하였으면 무리하지 않고 편했을 텐데.

교훈 1) 아는 길도 물어가라.

2) 여행은 여유를 갖고 하자

두 가지의 값진 교훈을 얻고 10:30분 발 피렌체행 열차를 탄다. 다시 피렌체로 돌아 와보니 어느새 밤 12가 가까워 진다. 피렌체의 자정 밤 풍경 술먹고 사람들이 싸운다. 가다보니 역 바닥에는 병이 깨져있다. 역 앞 잔디밭에서는 젊은이들이 삼삼오오 앉아서 술을 먹고 있다. 밤도 늦고 마땅히 갈 데도 없고 마침 수첩에 적혀 있는 피렌체 민박집에 전화를 한다.

여보세요 여행객인데요 혹시 방있어요 ?

지금은 방이 없고 다른 집을 소개 해 주께요

잠깐만요. 좀 적을 준비 좀 하고요

전화번호가 ###-#### 에 전화 해 보세요

감사합니다.

다시 전화 건다.

거기 민박집이지요

혹시 방 있어요. 오늘 하루 잘 건데

예 있어요 어디세요?

역에예요

##번 플랫폼 앞에 계세요

예 알았어요 기다릴게요

한참을 기다리니 어느 아주머니가 오셨다. 따라가니 민박집이 나온다. 출입문 옆에 컴퓨터가 있고 그 옆에 침대가 하나 있다. 그 곳에서 자란다. 컴퓨터로 내일 기차 시간표를 확인하니 피렌체에서 07:08분 기차를 타고 밀라노에서 10:25분 Spiez행 기차를 타면 된다. 내일은 일찍 스위스 인터라켄으로 출발하여야 한다. 하루를 단축하려고 했는데 단축이 안되었다. 대충 씻고 깊은 잠에 골아 떨어진다.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

8일차(1/14) : 스위스로 (왠 사무실 분위기야)

아침 일찍 6시에 나폴리에서 산 알람 시계가 나의 잠을 깨운다.. 어제 늦게 도착하여 방에는 누가 있는지도 모르겠고 모두 잠에 떨어져있다. 조용히 일어나 화장실에 가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나오니 밥하는 아주머니가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려고 하신다. 이 집 주인이 아니란다. 이집 주인은 따로 있고 이 분은 이 민박 집에서 밥을 해 주는 사람이란다. 피렌체는 안보고 가느냐고 묻는다. 어제 봤다고 대충 둘러대고 오늘 가야 한다고 대답하고 아침 일찍 집을 나서려니 과일을 챙겨 주신다. 사과 한 개와 귤 3개. 나는 배낭에 넣고 고맙다는 인사 말과 함께 성급히 역으로 향한다..

피렌체 역 6시 30분 도착. 열차 표를 사야 한다. ES(유로스타) 라서 돈을 더 주어야 한다 12유로를 더 주고 열차표를 사고 밖으로 나오려니 조그만 실내 분수가 있다. 그 실내 분수에는 과자 부스러기와 옷가지 등이 들어가 있다. 청소하는 청소부가 잠자리채 같은 것으로 그 오물들을 걷어내고 있다. 그리고 밖으로 나왔다. 역 앞 잔디 밭에는 밤새 발생한 쓰레기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밤새 무슨 일들이 벌어졌는지 맥주병, 컵 등 쓰레기가 가득하다. 청소부 아저씨가 청소부차를 옆에 대 놓고 열심히 치우고 있다.

7시 8분 밀라노 행 새벽 열차를 탄다.

밀라노 10시 도착예정 유로스타라 3시간이 안 걸린다. 열차 안이다. 내 앞 우측 사람은 잠을 잔다. 피곤하겠지. 신문을 보고 있는 사람도 있다. 내 왼쪽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컴퓨터를 하고 있다. 소니 노트북이다. 파워 포인트다. 오늘 프리젠테이션이 있는가 보다. 맨 뒷 장은 일정 같고 그 전장은 그래프가 있는 것을 보니 기대효과쯤 되는 것 같다. 저 앞에 보이는 동양인이 있었는데 승무원이 데리고 갔다. 칸을 잘못 탄 나 보다. 어떤 사람은 엑셀로 작업을 하고 있고. 꼭 사무실에 온 기분이다. 내가 출장 와 있는 착각이 든다. 오늘 방문할 회사는 어디지? 아니야 나는 지금 휴가 중이야. 조금 있으니 비행기 기내식 같은 서비스다. 신문과 음료를 제공한다. 아침 신문이다. 나는 까막눈이 읽을 줄도 모르는 신문 사양한다. 오렌지 주스를 시켰다. 오렌지 주스가 없다는 것 아무거나 달라니 망고 주스를 준다. 땅콩하고 그리고 물수건도 준다. 안내방송이 나온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잠시 후 영어 방송이 나온다. 다음 도착 역 과 내리 실 때는 앞에 있는 봉투에 넣어 밖의 쓰레기통에 버려달라는 멘트 그래도 조금은 아는 말이 나오니 반갑다. 유로스타 1등석은 우리나라 우등 고속버스와 같은 좌석구조이다. 틀린 점은 서로 보고 앉아 가는 것이다. 등을 젖히려고 손잡이에 있는 단추를 누르니 등받이가 제쳐지는 것이 아니고 의자가 앞으로 나온다. 의에 등받이가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시스템이다. 우리나라 KTX와 같은 시스템이다. 열차 서비스가 한 참 잇더니 한 번 더 온다. 이번에는 물과 쿠키를 시켜서 먹고 있으니 옛날 울산 출장 다닐 때 생각이 난다. 아침 7시 울산행 비행기를 타면 음료수와 조그만 빵을 주었는데 피곤해서 그 것도 먹어 본 것이 몇 번 안 된다. 여행하는 것도 피곤한가 보다 오른쪽 윗입술이 터졌다. 어제 야간 열차를 타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원래는 쿠셋을 타고 인터라켄으로 가기로 했었는데. 밀라노에 거의 다 와간다. 어제와 같이 안개가 많다. 아침 9시다. 내 대각선 앞에 있는 사람이 전하를 건다. 중간 중간 들리는 단어로 보아 회사 사람과 통화하고 있다. 회사 일을 보고 있는 것이다. 전화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그리고 노트 북은 기본으로 갖고 탄다. 4명이 들어가는 밀폐된 방도 있다. 비밀 업무회의도 충분하겠다. 나만 빼고는 모두 넥타이를 맨 직장인들. 나만 혼자 캐주얼이다.

유로스타 1등석 피렌체에서 밀라노 구간의 아침 모습 갑자기 회사를 생각하게 한다.

10시가 조금 넘어 밀라노 역에 도착했다. 1등석은 왜 맨 뒤에 배치해 놓았을까? 한참을 걷는다. 왜 그리 먼지 뛰다 걷다 해도 끝이 없다. 갈아 타는 기차 시간이 10:25분이다. 빨리 타야 한다. 어제 유로스타 생각하고 돈을 더 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창구에 문의하기로 하고 매표소로 가니 마침 사람이 적은 줄이 있다. 그 줄에 서서 물어보니 옆 창구로 가란다. 바로 옆 줄에 줄을 서서 기다리다 내 차례가 와서 물어보니 여기는 국내선이니 옆 구역에 있는 국제선 창구로 가란다. 나와서 옆을 보니 국제선 창구가 보인다. 국제선 창구에 가서 보니 7분 남았다. 앞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도착지 메모와 유레일 패스 그리고 신용카드를 주었다. 그냥 타면 된단다. 5분 남았다. 2층까지 가야 한다. 2층 기차 타는 곳으로 뛰어 가보니 2번 플랫폼이 안 보였다. 전호가 적은 쪽으로 가보니 2 번이 보인다. Basel 10:25분 다른 가차 서 있는 것보다 한참 멀리 떨어져 서있다. 뛰다가 걷다가 가까스로 올라 탔다. 타고 자리 잡으니 기차가 출발 20분 남겨 놓고 매표소 4번 헤매고 뛰고 뛰어 기차에 탑승 다행이다. 이 기라 놓쳤으면 한 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옆에 11:25분 기차가 서있다.

기차는 스위스를 향해서 달린다.

이탈리아여 안녕 나는 스위스로 간다.

11:20 멀리 눈 덮인 산이 보인다. 저곳이 알프스인가

11:40분 Stresa도착

12:00 꽤 북쪽으로 왔나 보다. 땅에 눈이 쌓여 있다. 마을에 가끔씩 마을묘지가 보인다. 조그맣고 주택가에 붙어 있다.

12:05 Domodossola도착

12:30 제복입은 사람들이 온다.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본다. Korea에서 왔다고 하니 여권을 보여 달란다. 입국 심사인가보다. 처음으로 국가간 이동이다.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여권을 보여 주니 여권을 받아보더니 고맙다는 인사말과 함께 다른 방으로 간다. 이것으로 입국 심사 끝. 미국 같이 도장이나 찍어주지 그런 것도 없다. 또 조금 있으니 승무원이 와서 표를 보여 달란다. 표를 주니 날짜에 스탬프를 찍고 준다. 오늘 사용한 유레일 패스 날자 칸을 다시 사용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스탬프를 찍는 것 같다. 처음에는 연필로 쓰고 지우고 하면서 다닌 사람도 있다고 한다. 불법이지만. 얼마 안 있어 굴을 통과하니 온통 눈이다. 스위스로 들어온 것이다. 굴을 통과하자 바로 Brig역에 정차한다. 스위스는 4개 국어를 사용하는데 75% 이상이 독일어를 사용한다,


아 기차는 인터라켄으로 바로 가는 것이 아니고 Spiez에서 인터라켄으로 가는 기차로 갈아타야 한다. Spiez에 13:50분경 도착 내려서 14:17분 인터라켄가는 기차로 갈아 타아 한다. 20분 조금 더 남았다. 내려 기차를 갈아타고 15시 가까이 되어 인터라켄에 도착한다. 숙소를 결정하여야 한다. 숙소는 아이거 북벽이 바로 보인다는 그린델발트 유스호스텔이 좋겠다. 유스에 전화를 거니 도미토리가 있단다. 그리로 정하고 인터라켄에 내리어 카페에 들어가 저녁을 해결하고 앞에 있는 슈퍼 구경을 한 다음 그린델발트로 가는 가차에 올라 1등석으로 가서 앉는다. 유레일패스가 있으니 하고. 그런데 승무원이 와서 표를 보자고 한다. 유레일패스를 보여주니 여기는 유레일 패스 구간이 아니란다. 그리고는 자기에게 표를 사면 된단다. 물어보니 8 Sfr 그냥 산다. 8,000원이 조금 안 되는 돈 다른 곳에 가지 말고 이 곳에만 있으란다. 알고 보니 여기가 1등석이라 1등석 요금을 받았고 다른 칸은 2등석이라 1등석이 있으라는 이야기인 것이다. 지나친 배려. 사람이 나 혼자 밖에 없다. 심심하다. 본의 아니게 1등석을 타고 그린델발트까지 간다. 목을 보니 목도리가 없다 어디선가 흘린 것 같다. 이제 추울 텐데 어쩌지. 할 수 없다 그냥 버텨야지.

그린덴발트에서 내려 작은 수첩에서 그린덴발트를 찾아본다. 집에서 출발 할 때 그린델발트 유스호스텔 약도를 그려왔다. 고개가 있는데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산으로 올라가다가 보니 길이 아니다. 왼쪽 길로 가다가 이상해서 지나가는 아가씨에게 약도를 보여 주고 물으니 잘 모르는데 일단 따라와 보란다. 율플라우요흐는 언제 올라 가느냐고 묻는다. 내일 올라 간다고 하니 좋겠단다. 약도에 있는 그린덴발트 역으로 다시 내려왔다.

다시 내려 역으로 돌아와 역 매표소에서 물으니 앞에 가면 이정표가 있단다. 역 앞에 나가보니 좌측으로 가라고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 표지판을 보고 좌측으로 걸아 가다가 이 동네 사는 사람 같은 사람에게 물어 보니 영어를 못하신다. 메모해 온 Gaggi Siige를 물으니 아는 것 같다. 죽 가서 오른 쪽으로 올라가란다. 독일어로 하는데도 다 이해가 간다. 바디 랭귀지로만으로. 가리켜 준 대로 언덕을 한 참 올라가니 현대식 건물이 나타난다. 이 건물 빼고는 거의 다 전통양식이다.

예약을 안 했는데요. 도미토리 있습니까?

didnt 입니까 did 입니까?

제대로 발음이 안된 것 같다. 대충 듣지. 다시 하게 만들어

didnt 예요. didnt

아까 전화 한 사람이예요

예 맞아요

맞는다고 하고 방을 배정 받는다.

올라오는 길이 무척 힘드네요

운동 되고 좋지요

운동하는 것 같이 팔을 앞뒤로 흔든다.

Dinner를 하겠습니까

밖에 나가기도 그렇고 해서 그냥 하겠다고 하자.

예 저녁까지 해 주세요

신용카드도 됩니까?

예 되어요

신용카드로 계산을 한다. 계산을 하고 보니 Dinner가 10 Sfr이다. 저녁은 잘 나오겠지 하고 그린델발트 시내를 내려간다. 눈앞에 아이거 북벽이 들어 온다. 숨이탁 멈춘다.


저녁시간이 돌아와 식사를 하러 내려가니 숙소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내려와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다. 배식대에 섰다. 스프를 준다. 나는 메인도 같이 주는 줄 알고 서있으니 갖고 가서 먹고 다시 오란다. 메인 음식은 스프를 다 먹은 후에 준단다. 스프를 갖고 자리에 앉으려니 자리에 이름이 써 있는 카드가 놓여있다. 예약된 것이겠지. 자리에 앉아야 하는데 자리가 없다. 주방에서 나오더니 내 자리를 찾아준다. 내 앞에 외국인이 앉아있다. 방마다 한 테이블씩 배정이 되었나 보다. 옆에 테이블은 방에 묵는 사람 전체가 다 식사를 하는 모양이다. 무척 재미있게 떠들며 유쾌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 우리 방은 나와 내 앞에 있는 사람 둘인가 보다. 나머지는 모두 먹으로 나가고 없고 처음이라 어떻게 하는 지 방법을 모르겠다. 앞에 앉은 Roommate에게 처음이라고 말을 하고 스프를 다 먹고 다시 배식대 앞으로 갔다. 메인 음식을 준다. 메인 음식을 한 접시 가져와 내 자리에 조심스레 앉아 먹기 시작한다. 먹고 싶은 대로 먹는 가보다 연신 새로 가져와 맛있게 먹는다. 나는 별로 맛이 없다. 내 앞에 앉은 사람도 더 갖다 먹는다. 별로 맛은 없으나 그런대로 먹을 만 하다. 한 접시를 먹고 있으려니 앞에 앉은 사람이 다 먹고 잔밥 처리하는 곳에 있는 행주를 갖다 식탁을 깨끗하게 닦고 간다. 유심히 봐 놓아야지. 똑같이 해야 하니까.

Room에는 가족끼리 온 팀도 많다. 할아버지 할머니부터 애들까지 3대가 왔나 보다. 어릴 때부터 이런 곳에서 자연스럽게 공동체 생활을 배우는 그들. 우리 테이블 옆에는 완전 파티 분위기다. 젊은 애들이라 먹기도 잘도 먹는다. 음식을 계속 갔다 먹는다. 내 옆에 앞에 테이블도 마찬가지다. 서로 경쟁이나 하는 듯이 즐겁게 식사를 즐긴다. 문화의 이질감일까 그네들의 문화를 옆에서 한 이방인이 보는 것 같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Eyes Wide Shut에서 탐 크루즈가 가면 파티에 가서 이문화를 처음 접하고 받는 충격 같은 거 뭐 그보다는 못하지만 직접 옆에서 보는 유럽인들의 젊은 문화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공동체 생활, 우리도 지금은 무슨 무슨 캠프다 해서 많이 도입이 되어 있다. 약간은 그 성격이 틀리지만. 하여간 저녁을 많이 먹고 그린델발트에 밤거리나 구경하러 내려 가자.

언덕이 가팔라서 올라올 때가 겁난다. 상점은 모두 문을 닫고 불을 꺼 놓았다. 6:30분이면 문을 닫는다고 유리에 씌어져 있다. 이렇게 빨리 문을 닫고 집에 가서 가족이랑 저녁을 같이 먹고 시간을 보낸다. 적당히 일하고 돈은 많이 벌고 선진국답다. 문을 열어 놓은 곳은 음식점과 술집뿐이다. 길을 따라 집들은 계속된다. 한 참을 걸으며 구경하다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앞에 아이거 북벽이 보이고 산 밑 마을에는 평화로이 불빛이 아름답게 빛난다. 아이거 북벽 중간쯤에도 불빛이 반짝이는데 저기에도 사람이 사나 아니면 산을 정복하러 등산을 하고 있는 중인가 궁금하다. 설마 저 산 중간에는 사람이 살지 않겠지. 유스호스텔의 시설은 좋다. 샤워를 하고 자리에 눕는다. 8명 도미토리 인데 내 옆 한 자리 비고 다 찼다. 나와 저녁 먹은 룸메이트는 내 위층이다. 중앙에 있는 침대에는 애인 사이인지 젊은 남녀가 즐겁게 이야기 하더니 같이 잔다. 나도 어색 했던 저녁 식사를 생각하며 잠자리에 눕는다.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

9일차(1/15) : 융프라우요흐에서 사발면을 먹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 6시가 좀 지난 시간이다. 우리 룸 애들은 일어날 줄을 모른다. 일어나서 화장실을 갔다 오니 내 위층에서 잠을 잔, 어제 같이 저녁을 우아(?)하게 같이 저녁을 먹은 룸메이트가 슬리퍼가 바뀌었단다. 얼른 보니 한 쪽이 내 것이 아니다. 어두운 곳이라 미처 못보고 신고 나온 것 같다. 미안하다 하고 바꿔 바로 신고 간단히 샤워를 하고 짐을 챙기고 이불보와 침대시트, 벼게 보를 챙기어 아래 층으로 내려와 마고 일어난 이불보 등을 반납하고 식당으로 가보니 아까 그 룸메이트가 벌써 와있다. 대충 눈치로 내가 할 행동들을 생각해 보고 간단히 빵과 오렌지 주스를 갖고 나의 룸메이트 앞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키를 Reception에 반납하고 배낭을 메고 그린델발트 역으로 향하여 뚜벅 뚜벅 걸어 내려간다. 역에서 융프라우가는 티켓을 끊고 기차에 올라탄다. 스키를 타러 가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스키화를 신고 스키는 열차 중간에 마련된 장소에 놓고 자리에 앉아 간다. 자리가 모자라 서있는 사람까지 있다. 이 곳에서 스키를 타면 좋을 텐데 아쉬움만 따른다. 내려서 스키나 타고 놀다 갈까 라는 생각이 굴뚝같다. 스키는 인스부르크가서 시간 있으면 타야지 하며 그냥 융플라우에 오른다. 중간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율플라우 정상으로 가는 아래 톱니바퀴 달린 빨간 기차로 갈아타란다. 빨간 기차로 갈아타고 드디어 융플라우에 오른다. 좌우로 펼쳐지는 장관 이 곳은 신이 만들어 놓은 대자연의 신비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한국사람이 무척 많다. 한국어 안내 방송도 해준다. 한국인이 얼마나 많으면 한국어 방송까지 해 주는가? 우리 기차에도 단체로 온 한국인이 많다. 기차가 굴 속에 들어가더니 중간에 정차 했다. 한국인 관광 가이드가 빨리 나가서 사진 찍고 오라고 자기 손님들에게 말한다. 나도 그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간다. 나가서 유리로 바라보는 산은 웅장하다. 날씨가 참 좋다. 구름 한 점 없고 해도 떴다. 기차가 가고 있다 보면 가금 쿵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빙하가 금이 가는 소리란다,

드디어 융플라우 정상이다. 이렇게 쉽게 올라오다니 그리고 이렇게 따뜻하게 구경할 수 있다니 인간의 욕심이 대단하다. 한국인, 일본인 간간히 중국인 들도 보인다. 깃발을 따라 다니는 사람들. 역 입구에서는 사발면을 판다. 장사가 무척 잘된다. 전체 매상의 반이 사발면이라지 아마. 매상 1위란다. 7 Sfr 무척 비싸다. 융플라우는 밖에 나갈 수 있는 분이 두 개가 있다. 스핑크스 전망대와 그리고 밑에. 스핑크스 전망대 밖을 나갔다.


무척 춥다. 어제 잃어버린 목도리 생각이 간절하다. 간절하면 어찌하겠는가 이미 내의 소유물이 아닌 걸. 화창한 날씨 정명에 보이는 만년설이 덮여 있는 높은 산봉우리. 이 곳이 정녕 유럽에서 가장 높은 융플라우란 말인가. 내려와 또 다른 밖에 나갈 수 있는 곳을 찾아 밖에 나갔다. 발 밑에는 빙하가 계곡을 덮고 있다.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있다. 갑자기 밀려드는 적막감. 경외감. 저 눈 덮인 산속에 나 혼자 서 있으면 어떠한 생각이 들까. 이 곳에서 눈 덮인 산과 빙하만 보고 있는데도 태고의 자연을 간직한 저 산에 빠져드는 것을.

배낭을 메고 다녔더니 현기증이 난다. 아래 역으로 내려와 잠시 앉아 쉰다. 한국인들이 컵라면을 사먹는다. 종업원에게 가서 융플라우 왕복 티켓이 있으면 컵라면을 준다는데 라고 하니 내 티켓은 안된 단다. 잠시 후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다시 가서 물어 보니 무료로 컵라면 주는 티켓은 따로 있다고 그 티켓을 보여준다. 배도 출출 하여 나도 컵라면을 하나 사서 먹고 있으려니 관광객이 기차를 타러 죽 빠진다. 갑자기 조용해진다. 여기 저기 구경하다 기차 출발 기차시간을 보니 다음 기차는 12:45분 현재시간 11:50분 5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조용한 융플라우 정상에서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다. 관광객이 떠나고 난 조용한 융플라우 정상 적막감이 좋다. 간간이 독어만 들린다. 화장실을 갔다 오고 어제 아침에 피렌체 민박집에서 넣어 준 사과를 물에 씻어 먹으니 맛있다. 융플라우의 따사로운 겨울 태양 빛 아래서 글을 쓴다. 무공해 햇볕이라고나 할까. 구석에 앉아 아침에 샤워하고 닦은 수건을 배낭에 덮어 무공해 햇볕에 말린다.

융플라우 역 앞에는 일본 빨간 우체통이 서있다. 얼마나 일본인들이 많이 왔으면 우체통까지 갔다 놓았을까?


갑자기 사람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열차 시간이 가까워 진 모양이다. 한국말도 들린다. 중국말도 들린다. 일본말도 들린다. 역에서 안내방송을 한다. 출발 10분 남았다고, 현재 시간을 보니 12:45분

12:40분 열차 탑승 45분 출발 기차가 클라이네 샤이덱에 도착한다. 여기서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역에 가서 물어보니 내 표로는 그린델발트까지 못 간단다. 인터라켄까지는 못 가는 표란다. 아 나의 실수 인터라켄에서 표를 끊던가 아니면 그린델발트에서 클라이네 샤이덱까지 끊던가 했어야 했는데 그린델발트에서 그냥 무심코 왕복 티켓을 끊은 것이 잘못이다. 참고로 융플라우 왕복은 인터라켄에서 두 개의 길이 있는데 하나는 그린델발트로 해서 클라이네샤이덱 가는 길하고 하나는 라우터부르넨을 거쳐 가는 길이 있다. 올라갈 때와 내려 갈때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 두 가지를 다 볼 수 있다. 눈물을 머금고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인터라켄가는 표를 다시 끊고 기차를 탄다.

스키장에서 안전사고 또는 구조를 위하여 헬기가 기다리고 있다.


기차 안에는 스키어들이 타서 기차가 만원이다. 깡통을 흔들며 웃고 떠든다. 매우 좋아하는 모습들 이다. 내 옆자리와 앞자리에는 스위스 사람들이 앉았다. 내 옆의 스위스 할아버지가 나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 South냐고 다시 묻는다. 그리고는 North는 여행 나오기 어렵겠지 라고 말한다. 알면서 왜 묻는 거야. 자기는 타이완과 베이징은 가봤단다. 내가 서울은 1,0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라고 하니 스위스는 700만 밖에 안 된다고 서울보다 적은 인구라고 한다. 이 곳은 거의 다 스키다. 보드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 젊은이 들은 거의 보드 타는데. 스키장이 매우 환상적이다. 일정한 슬로프가 없다. 그냥 아무 곳으로나 내려오면 된다. 제일 긴 코스는 200Km나 된단다. 시속 100Km로도 2시간을 내려가는 거리이니 언제 다 내려가나. 어찌되었든 스키의 천국이다. 마을 골목까지도 스키 타고 내려온다. 스키 타고 그냥 숙소로 들어가는 것이다. 옆 할아버지께서 스키 탈 줄 아느냐고 물어본다. 조금 탄다고 하니 스키장에서 나가 스키 타는 모습을 못 봤다고 농담을 한다. 다음에 오면 꼭 타고야 말 것이라고 그 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니. 꼭 보겠단다. 언제 왔냐고 해서 어제 왔고 오늘 내려가서 루체른으로 간다고 하니 루체른을 못 알아 듣는다. 다시 루체른하니 아 루쓴한다. 이 곳은 4개 국어를 사용하다 보니 다 부르는 말이 틀린 가 보다. 하여튼 오늘 간다고 하니 무지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하루 더 묵고 가란다. 이 곳 무척 좋단다.

차표를 검사하러 검표원이 온다. 어제 나에 1등석 기차표를 끊어준 그 검표원이다. 아는 척한다. 내 표에 구멍을 내고 간다. 얄미운 검표원

인터라켄에 내려 16:08분 루체른 행 열차를 탄다. 이 번에는 유레일패스를 안쓰고 2등석 기차표를 샀다. 29 Sfr 4만원 미만은 그냥 차표를 사는 것이 유리하다. 하루에 약 4만원 정도 하니까. 루체른에는 18:04분 도착 예정이다. 루체른으로 가는 길 안개가 심하다. 저녁이 되니 호수에서 나오는 안개다. 앞에 할머니가 앉았다. 사과 하나를 다 드시더니 책과 돋보기를 꺼내 독서를 하신다. 그 연세에 기차 안에서 독서까지 하다니. 안개가 자옥하여 밖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없었으면 상당히 예쁜 풍경이었을 텐데 아쉽다. 조금 가다 보니 안개가 조금 걷히고 언덕 밑으로 조용한 마을이 보인다. 불 빛이 평화롭다. 도로에는 차들이 안전 거리를 지켜가며 질주하고 있다. 현재시간 오후5시20분 9 to 5 이니까 다섯 시 퇴근 후 집에 가는 모양이다.

산 속에 조그만 마을에 불이 들어온다. 마을 한 복판에 높은 교회가 보인다. 마을에 교회가 있어 그 모습이 더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산 속에 있는 집들. 우리나라에서도 여행을 하다 보면 시골 집에서 저녁에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나오면 그렇게 평화스러워 보였었는데 인간에게 저녁이 갖는 의미는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하루 일을 마치고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는 시간. 그런데 지금 우리의 서울은 어떤가. 잠을 자기 전까지 쉴새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아니 잠을 자고 있는 시간에도 어디엔가는 또 다른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 우리들의 휴식은 정녕 어디에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이 것이 자본주의 인가. 자본주의를 처음 만든 유럽은 왜 우리의 삶과 틀린 것인가.

기차는 Giswill역에 정차한다. 할아버자 할머니가 플랫폼에서 떠나는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손을 입술에 대었다가 다시 기차를 향해 손을 내민다. 자식이 부모에게 들렸다 가는 가보다. 이내 기차는 플랫폼을 빠져나간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언제나 애틋하다. 떠나는 자식을 지켜보는 부모님의 마음. Giswill 참 아름다운 도시 같다. 다음에 와서 시간 있으면 한 번 들려 보아야지. 꽤 큰 도시 같기도 하고.

내자리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스키화를 신고 있다. 아주 집에서 스키화를 신고 출발을 하나보다. 계속 기차 타고 해서 걸어 다니는 것이 많지 않을 테니까. 우리는 다 싸서 지고 다니는데. 하여튼 여기 사람들은 스키화를 신고 다니는 것이 별로 안 불편한 가보다. 스키화가 좋은 스키화인가?

어둠이 짙어 진다. 거의 다 왔다 보다. 시계를 보니 앞으로 약 40분 남았다. 좀 일직 출발하는 건데 융플라우에서 좀 지체 했던 것 같다. 스위스는 호수가 무척 많다. 창 밖 어두워도 호수가 보이고 저 멀리 육지 그 마을의 집에서 나오는 불 빛이 호수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다. 여섯 시가 되었는데 밖은 완전히 어두워 있다. 역시 겨울이라 밤이 일찍 오나 보다.

루체른에 도착. 빨리 숙소를 정해야 한다. 항상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첫 번째 할 일이 숙소를 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가장 힘 드는 일이다. 순간의 선택이 하루 밤을 좌우하니. 오픈북 책을 찾아 보니 Tourist Hotel in Luzern 이 있다. 나폴리에서 보았던 경찰공무원 아저씨가 여기서 묵었다는 생각이 난다. 좋아 오늘은 이 곳에서 자는 거야. 그런데 약도가 없다. 어떻게 찾아가야 하지.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어 물어 보자.

여보세요 투어리스트 호텔이죠?

예약은 안 했는데. 도미토리 방 있어요

예 있어요

어떻게 찾아가면 돼요?

어디예요?

역이예요

main street에서 호수로 나와 호수를 따라 왼쪽으로 두 번째 우든브리지를 건너 왼쪽으로 100미터만 오시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길을 못 찾으면 다시 전화 하겠습니다.

두 번째 우든브리지에서 건너 왼쪽이라. 한 번 찾아 보자. 지나가는 행인에게 main street를 물으니 앞에 보이는 것이 main street란다. 길로 나오니 바로 강이다. 왼 쪽으로 나무다리가 보인다. 다시 한 참을 가니 두 번째 나무다리가 나와 건너 왼쪽으로 보니 호텔 같은 것이 보인다. 호텔을 쉽게 찾았다. Reception에 도착하니 안대를 한 애꾸눈 청년이 반갑게 맞아 준다. 애꾸눈이 재미있다. 방값을 물으니 33Sfr이란다. 방값 33sfr을 지불하고 방 키를 받아 방에 들어간다.

오늘은 어떠한 사람들이 있을까? 10명 정도 도미토리다 방이 무척 크다. 들어가며 오른쪽 2층 침대가 있고 2층에 인도인이 앉아 있다. 꼭 인도에서 명상하는 것 같이. 아래에 유럽인이 있었는데 몸집이 무척 크다. 참 특이한 방이다. 어디에서 잘까 잠시 고민이 든다. 왼쪽으로 2층 침대 2개가 있다. 아래층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이 짐을 정리하고 있다.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듯 하다. 아무래도 2층이 안전할 것 같아 대학생이 자리를 잡은 반대편 침대 2층으로 올라간다. 출입문 왼 편으로 수도꼭지가 하나 있고 조그만 책상이 놓여 있다. 배낭에 저녁에 먹다 남은 빵이 조금 있어 그 책상에 앉아 먹는다. 버리기도 아까워 의자에 앉자 먹고 있고 있으려니 유럽청년과 인도사람이 루체른 시내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또 다른 유럽청년이 나가고 같이 이야기 하던 유럽청년도 루체른 야경을 구경한다고 나간다. 인도사람이 나에게 말을 건다. 자기는 인도에서 왔다고 그리고 나는 Korea에서 왔다고 하고 서로 이야기 하다가 그 인도 사람이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가 좋단다. 슈트트가르트도 좋고. 그 중에서 인스부르크가 무척 좋단다. 특히 유스호스텔이 무척 좋단다. 그 큰 방에 둘이 잤단다. 원래는 독일에서 자고 당일치기로 갈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인스부르크에서 1박을 하기로 일정을 수정한다. 이런 곳에서 여행객들이 하는 이야기는 거의 지금까지 여행 했던 경험담이다. 한 참을 이야기 하고 나도 야경을 보러 나간다. 밤 8시인데 길거리가 한산하다.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아 쇼윈도만 불을 켜 놓았다. 레스토랑과 술집만 문을 열어 장사하고 있다. 젊은 애들이 왔다 갔다 한다. 머리와 복장이 불량하다. 영화에서 보는 펑키 스타일의 복장. 좀 잘 산다 하는 나라 애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부모가 잘 살고 나라가 잘 살면 애들은 다른 방향으로 발달하는 것 같다.

강에는 백조 들이 많다. 꼬마 애 들이 백조한테 장난을 한다. 모이를 주며 강밖으로 유인하고 강 밖으로 나온 백조를 보며 좋아한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꼬마 애들의 개구쟁이는 노릇은 비슷한 가 보다. 언덕 위에 성이 보이는데 조명을 하여 신비롭게 보인다.


어디에 선가 악대의 연주 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가보니 빨간 옷을 입은 한 무리의 악대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골목을 행진하고 있다.


좀 시내를 구경하다 다시 숙소에 들어와 보니 내가 2층에 잠을 풀어 놓았고 내 침대 아래층에서 자는 사람이 느낌에 한국사람인 것 같다. 나는 샤워 하고 잠이 든다. 한 참을 자다 밖이 시끄러워 깨어보니 밤 12시다. 옆 방에 애들이 노는 소리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잠을 잔다. 모포가 좀 추운 것 같아 내 잠바를 더 덮고 잠이 든다. 따뜻하다.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

10일차(1/16) : 리기산 정상에서 악대의 음악을 듣다.

아침에 잠이 깨어 시계를 보니 아침 6시다. 침대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다 7시 다되어 일어난다. 아래층 중년 여인은 벌써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고 없다. 나는 간단히 세수를 하고 짐을 챙겨 식당으로 간다. 지금 시각 7시 30분. 식당에는 이미 사람들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다. 한국말도 들린다. 여행 책자에 나와 있어 아마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 많이 들리나 보다. 식사를 하고 Reception에 가니 어제 저녁에 있던 그 애꾸눈 청년이 있다. 리기산을 어떻게 가느냐고 물어보니 친절히 가르쳐 준다. 그리고 내려 올 때는 케이블카를 타란다. 적극 추천한다.

유레일 패스 있어요? 그 애꾸눈이 물어본다.

예 있어요

여기서도 할인해서 표를 끊을 수가 있어요

얼마예요

전체 다해서 29Sfr이예요

그리고 유레일 패스로 유람선은 무료로 탈 수가 있어요

유레일 패스에 오늘 날자를 써야 되나요

어차피 오늘 기차 탈 거잖아요.

빈에가는 야간 쿠셋을 오늘 날자로 끊으면 된다. 어차피 내일은 빈을 관광하고 모레 아침에 빈을 떠날 것이니까.

돈은 없고 카드만 있는데요

카드도 돼요 어제 방값은 카드가 안 된다고 해 놓고 리기산 교통권은 카드가 된단다.

그러면 한 장 주세요. 그리고 유람선은 어디에서 타요

역 앞 선착장에서 타면 돼요

감사합니다

나는 숙소에서 나와 짐을 지고 역에 도착하여 코인라커에 짐을 넣고 선착장으로 가보니 악대가 와서 유람선을 기다리고 있다. 옆을 보니 어제 내 침대 아래칸에서 잤던 사람이 있다. 먼저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오셨어요 하니 그렇단다. 그래서 같이 오늘 여행하게 되었다. 유람선 2층이 1등석이다. 2층에 올라가니 입구에 뷔페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같이 일행은 강릉에서 선생님을 하신단다. 중학교 국어 선생님이란다. 그 선생님이 뷔페에 가서 과일을 몇 개 가져와 같이 먹다가 반대편 창가로 자리를 옮긴다. 그 뷔페가 8Sfr이란다. 한 참 뒤 직원이 와서 계산을 한다. 우리는 같이 8Sfr을 지불한다. 또 얼마를 호수를 감상하고 있는데 다 왔다는 것이다. 도착한다. 우리는 리기가는 열차로 갈아 탄다.

리기가는 두 대의 열차가 있다. 여행객에게는 앞의 열차를 타란다. 뒤 열차는 같이 온 악대에게 예약이 된 것 같다. 이상한 복장을 한 악대. 악기도 무척 많다. 악대 대원도 한 20명이 넘는 것 같다. 우리는 앞의 열차에 올라 탄다.

창가에 스위스 마을 분들이 앉아 있다. 우리가 중간에 앉고 창가에 앉으신 스위스 분들이 자리를 바꾸자고 한다. 고마우시기도 하시지 우리는 사양했지만 결국은 자리를 바꿔 우리가 창가로 가서 앉아 창 밖을 보며 리기산에 오른다. 또 얼마를 가다 보니 우리 옆자리 가운데 자리 사람이 내린다. 우리 반대편 좌석에 또 한 한국인이 있어 같이 자리 동석을 요청하여 4명이 일행이 되어 여행을 하게 된다. 새로 일행이 된 여행객은 모녀 지간이고 딸이 학교 선생님이란다. 어머님을 모시고 이렇게 먼 유럽까지 오다니 효녀임에 틀림없다. 우리 넷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행이 되었다. 마을에는 안개가 끼어 날씨가 흐리다. 날씨가 안 개이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이 많이 된다. 안개 낀 산을 한참을 올라가니 안개(구름)을 뚫고 열차가 올라간다. 순간 우리 열차 밑으로 하얀 운해가 좍 깔린다.

모두 탄성을 지른다. 환상적인 그림같은 풍경이 우리 열차 밑으로 펼쳐진다. 이루 형용 할 수 없는 운해의 아름다움 그 위에 알프스의 장엄한 산들이 병풍같이 솟아 있고 솟아 있는 산들은 흰 눈이 덮여 있다.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러한 풍경들 정말로 혜택 받은 나라 맞다. 산과 호수로 인해 벌어들이는 관광 수입. 나라 잘 만나서 편하게 사는 국민들. 시내에는 저녁 6시만 되면 문을 닫는 상점들. 음식점과 술집만이 문을 열고 영업하고. 우리는 밤 늦게 까지도 하나라도 더 팔겠다고 문을 열고 장사하는 나라. 휴일에도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나라. 우리보다도 조금 일하고 더 잘사는 나라. 더 행복한 나라. 잘사는 국민.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벌써 열차는 리기산 정상에 오른다.

리기산 정상 날씨는 너무 좋다. 춥지가 않다. 바람이 안 불고 햇볕이 나서 더 더욱 좋다. 화창한 봄 날씨다. 그러나 눈은 녹지 않고. 스위스 호수도 얼지 않는다. 1월에도 유람선이 다닌다. 간이 올라온 밴드가 음악을 연주한다. 언덕 위에 사람 둘이 춤을 춘다. 신났다. 사람들이 죽 서서 음악을 들으며 흥겨워 어깨를 들썩이고 몸을 자연스럽게 흔든다. 산상 음악회 이 화창한 겨울 한 가운데서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하는 저들 아마 루체른 시에서 관광객을 위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아는 노래들이 나온다. 진주의 난 괜찮아 노래도 나온다. 원래 디스코 음악이었고 원제는 Gloria Gaynor의 I Will Survive 우리나라 진주라는 가수가 난 괜찮아로 번안하여 부른 노래다.


난 괜찮아 - 진주 1집
니가 떠나면 남겨진 내가 눈물로 수 없이 많은 밤을 지셀거라
너는 믿고 있겠지만 네게 미안하겠지만 난 괜찮아 너를 동정하지는 마
난 괜찮아 난 괜찮아 그대가 나의 전부일 생각은 마
아무리 약해 보이고 아무리 어려보여도 난 괜찮아 나는 쓰려지지 않아
난 괜찮아 뒤돌아 가 그대의 사랑 같은 사랑 원하지 않아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꿈결 같아도 영원토록 변치 않을 수 없다면 난 괜찮아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마 너의 동정 따위는 내겐 필요 않아
나는 너는 잊을 거야 모두 잊고야 말거야 꼭 할거야 너를 지워버릴 거야
그냥 그렇게 떠나 돌아보지마 더 이상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는 마
누구나 한번쯤은 다 격는 이별뿐이야 난 괜찮아 자꾸만 돌아보지 마
난 괜찮아 난 괜찮아 그대가 나의 전부일 생각은 마
아무리 약해 보이고 아무리 어려보여도 난 괜찮아 나는 쓰려지지 않아
난 괜찮아 뒤돌아 가 그대의 사랑 같은 사랑 원하지 않아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꿈결 같아도 영원토록 변치않을 수 없다면 난 괜찮아
아무리 약해 보이고 아무리 어려보여도 난 괜찮아 나는 쓰려지지 않아
난 괜찮아 뒤돌아 가 그대의 사랑 같은 사랑 원하지 않아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꿈결 같아도 영원토록 변치 않을 수 없다면 난 괜찮아

맑은 공기, 맑은 하늘, 경쾌한 음악. 무엇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아가의 자는 모습이 평화롭다.


우리는 각 자 준비 해온 점심을 양지 바른 탁자에 남아 꺼내어 먹는다. 케밥을 가지고 오신 강릉 선생님, 퐁뒤를 가지고 오신 모녀 우리는 조금씩 나눠 먹으니 그 맛이 꿀 맛이다. 역시 식사는 여럿이 같이 하는 것이 제일이다. 그것도 해 맑은 알프스 산 정상에서 맛있는 점심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을 먹고 우리는 내려가는 길은 어머님과 같이 오신 선생님이 걸어서 내려가잖다. 기차를 타지 않고 눈길을 걸어서 내려가기로 결정을 하고 걸어서 내려간다. 옆에 산에는 눈들이 쌓여 있고 스키어들이 스키를 탄다. 나도 타고 싶은데. 다음으로 미루고 같이 내려간다. 공기 상쾌하고, 춥지도 않고, 경치 좋고 마음까지 시원하다. 중간 역 까지 걸어 내려온다. 역에서 모녀는 잘 가라는 인사와 함께 헤어져 다른 방향으로 가고 나와 다른 선생님은 호텔에서 추천한 케이블카를 타고 가기로 한다. 케이블카 타는 곳에 가보니 문이 닫혀 있어 케이블카를 타는 건물을 헤메인다. 식당 종업원의 도움으로 승차장을 찾아보니 아까 우리가 왔던 곳이다. 서서 잠깐 기다리니 케이블카가 온다. 케이블카 앞에 서서 내려간다. 무척 가파른 경사다. 내려가는 기분이 청룡열차 탄 기분이다. 케이블카로 내려와 보니 선착장이 보이지 않는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릴 따라온다. 우리가잘 못 가는지도 모르는데. 가다 보니 선착장이 보인다. 선착장에서 몇 시에 출발하는 지 물어보니 직접 배 타는 곳에 걸린 시계를 보여준다. 남은 시간 앞으로 30분. 밖에 나가 사진을 찍는다. 잘 나와야 할 텐데. 온다는 시간에 유람선 한 대가 온다. 사람들이 줄을 조금 서 있다. 타려고 물어 보니 아니란다. 다음에 오는 배에 타란다. 이어서 오는 유람선을 탔다.

안개 낀 호수, 아름다운 스위스 집들 완벽한 조화 한편의 그림이다. 루체른에 와서 카펠교를 지나 시내를 한 바퀴 돌고 빈사의 사자상을 보고 그 선생님은 인터라켄으로 가야 한다고 떠나고 이제 또 나 혼자 남았다. 혼자 국립 박물관에 들어가려 하니 10 Sfr을 내란다. 호텔에서 찍은 스탬프를 보여 줬더니 8Sfr을 내란다.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안보기로 결정을 한다. 현재시간 15:30분 다시 박물관에서 나와 역으로 들어가 짐을 찾고 쮜리히행 16:10분 열차를 탄다. 약 50분 소요이니까 17:00에 쮜리히에 도착한다. 상공업과 금융의 중심지 쮜리히 그러나 스위스의 수도는 아니란다. 쮜리히에 도착 오늘 저녁 쿠셋을 타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야 한다. 표를 예매하기 위하여 시간표를 보니 열차 시간표에서 못 찾겠다. 창구에 가서 문의하기로 하고 Express창구에서 물어보니 대기 표를 뽑아주며 안에 티케팅룸에 들어가서 기다리란다. 안에 사무실이 있고 일반적인 창구 처럼 유리로 가려져 있지 않고 오픈된 창구이다. 내 차례가 되어 빈에 간다고 하니 친절하게 표를 준다. 쮜리히 22:35 출발 빈에 08:35분 도착 표를 48Sfr을 더 주고 구입하고 나니 저녁 6시 아직 4시간이나 남았다. 아침에 비상금으로 찾았던 50Sfr을 주고 나니 2Sfr을 거슬러 준다. 지하 1층에 내려가 코인라커에 징을 보관하려고 보니 5Sfr이다. 루체른은 4Sfr이었는데 여기가 1Sfr이 더 비싸다. 그래도 일단 짐을 코인라커에 넣고 표를 받아 복대에 넣고 시내 구경을 나간다.

오픈북 책을 펴고 보니 쮜리히는 주요 볼거리는 역 중심으로 모여 있다. 한 두 시간이면 도보로 가능 할 것 같다. 일단 큰길로 나가 호수로 가기 위하여 역 직원에게 물으니 앞에 보이는 길로 똑바로 가란다. 선진국답게 거리가 깨끗하다. 전차들이 많이 다닌다. 매연이 안 생겨 좋겠다. 승용차도 많지 않고. 옆에 큰 호수도 있고 도시가 크지만 그래도 공기는 쾌적한 도시이다. 반호프 St.로 한참 동안을 걸어가니 큰 호수가 보인다. 호수에서 사진을 찍고 또 한참 가다 다리를 건넌다. 지도를 보니 나의 생각과 완전히 틀리다. 귀신에 홀린 것처럼. 전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맞게 가고 있다고 나와 있다. 그렇다고 지도를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인터넷에서 출력해 온 글을 읽어 보아도 동일하게 나와 있다. 시내를 한 바퀴 돌아 다리를 건너면 바로 역이라고 내가 역에서 걸어 나온 거리가 얼마나 되는데. 내가 방향을 잃은 것 같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천천히 구경이나 하고 시간되고 모르겠으면 물어 보아야지. 역시 이 곳도 밤 거리가 조용하다. 불 켜진 곳을 구경하고 소위 볼거리라고 하는 것들은 조명을 해 놓았다. 여기 저기 스산한 밤거리를 건다 보니 다리가 하나 나온다 다리를 건너니 바로 내가 내린 역. 시내를 호수를 끼고 강으로 해서 작게 한 바퀴 돌은 것이다.

주머니에 있는 스위스 돈을 다 털어 카페에서 맛있는 빵을 하나 사먹고 지하 상점들을 구경하고 올라오니 아는 사람이 보인다. 어제 같은 호텔에서 묵었던 그 인도인이다. 반갑게 인사하고 아까 내가 빵 사먹은 그 카페로 가서 복도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하다가 인도 전통 차가 있는데 맛있으니 먹어 보자는 것이다. 좋다고 하니 카페 매장 직원에게 뜨거운 물을 부탁한다. 그런데 뜨거운 물도 돈을 내란다. 3.5Sfr인가 그런데 우리가 갖고 있는 돈이 전부 다해서 그 돈이 안되었다. 이제 떠나는 입장에서 스위스 프랑을 다 쓰고 없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불가이니까. 한 참 실랑이를 하다 기어코 뜨거운 물 한잔을 사온다, 컵 두 개랑. 우리는 물이 너무 비싸다고 스위스를 헐뜯고 우리나라는 무료라고 종업원에 스위스 불평을 이야기고 하니 재미있다. 스위스 사람들은 자국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하다던데. 똑 같은 딸기가 슈퍼에 있고 하나는 스위스산 하나는 이태리산 스위스산이 3배가 비싸도 스위스 사람들은 스위스산 딸기를 사 먹는단다. 그 인도사람은 사진작가란다. 파노라마 사진을 주로 찍는 단다. 인도에 스튜디오에 근무하고 명함을 받고 이야기 하다 보니 또 아는 얼굴이 나타난다. 어제 같은 방에서 잤던 어린 학생이다. 물어보니 미국에서 대학 다니는 학생이란다. 뉴욕 위에 있단다. 그리고 무척 쾌활하다. 더는 안 물어 보고 우리는 같이 서로의 여행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차 시간이 가까워져 서로 잘 가라는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그리고 나는 쿠셋에 오른다. 아까 4인용 1층을 달라고 해서 내 방에 들어가 보니 아무도 없다. 침대 시트도 내 침대만 있다. 6인용 쿠셋은 사람이 많은데 여기는 좀 더 비싼가 보다. 열차가 출발할 때까지 아무도 안 와 나 혼자 4인용 쿠셋을 다 사용한다. 조금 있으니 턱에 이상하게 수염을 기른 젊은 애가 왔다 갔다 하며 서비스를 한다. 나폴리에서 베네치아 갈 때는 물, 슬리퍼, 물티슈등 많이 주었는데 여기는 물 하나 밖에 안 준다. 조금 가니 나이 지극한 승무원이 와서 유레일패스와 여권을 회수해 가며 내일 아침 식사와 커피가 제공 된단다. 무료로. 먹겠냐고 묻는다, 당연히 먹어야지. 복도에 220V 콘센트가 있다. 벌써 디지털 카메라 배터리 하나를 다 쓰고 두 번째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데 잘 되었다. 지금까지 직은 사진을 다운 받고 건전지를 충전하기 위하여 복도에 꽂아 놓았다. 갑자기 뭐가 떨어지는 소라가 났다. 큰 배낭을 짊어진 아가씨가 지나가다 걸려서 빠졌다. 나가서 다시 꽂았다. 턱 수염을 재미있게 기른 승무원이 와서 뭐냐고 묻는다. 디지털카메라 배터리라고 하니 신기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쳐다보다 간다.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충전이 안 끝났다. 빼서 짐에 넣어 놓고 잠이나 자자. 그 넒은 4인용 쿠셋에서 칸에서 혼자 잠을 잔다. 기차는 빈을 향해 씩씩하게 달려가고 있다. 은하철도 999같이.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