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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차(1/15) : 융프라우요흐에서 사발면을 먹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 6시가 좀 지난 시간이다. 우리 룸 애들은 일어날 줄을 모른다. 일어나서 화장실을 갔다 오니 내 위층에서 잠을 잔, 어제 같이 저녁을 우아(?)하게 같이 저녁을 먹은 룸메이트가 슬리퍼가 바뀌었단다. 얼른 보니 한 쪽이 내 것이 아니다. 어두운 곳이라 미처 못보고 신고 나온 것 같다. 미안하다 하고 바꿔 바로 신고 간단히 샤워를 하고 짐을 챙기고 이불보와 침대시트, 벼게 보를 챙기어 아래 층으로 내려와 마고 일어난 이불보 등을 반납하고 식당으로 가보니 아까 그 룸메이트가 벌써 와있다. 대충 눈치로 내가 할 행동들을 생각해 보고 간단히 빵과 오렌지 주스를 갖고 나의 룸메이트 앞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하고 키를 Reception에 반납하고 배낭을 메고 그린델발트 역으로 향하여 뚜벅 뚜벅 걸어 내려간다. 역에서 융프라우가는 티켓을 끊고 기차에 올라탄다. 스키를 타러 가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스키화를 신고 스키는 열차 중간에 마련된 장소에 놓고 자리에 앉아 간다. 자리가 모자라 서있는 사람까지 있다. 이 곳에서 스키를 타면 좋을 텐데 아쉬움만 따른다. 내려서 스키나 타고 놀다 갈까 라는 생각이 굴뚝같다. 스키는 인스부르크가서 시간 있으면 타야지 하며 그냥 융플라우에 오른다. 중간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율플라우 정상으로 가는 아래 톱니바퀴 달린 빨간 기차로 갈아타란다. 빨간 기차로 갈아타고 드디어 융플라우에 오른다. 좌우로 펼쳐지는 장관 이 곳은 신이 만들어 놓은 대자연의 신비를 고이 간직하고 있다. 한국사람이 무척 많다. 한국어 안내 방송도 해준다. 한국인이 얼마나 많으면 한국어 방송까지 해 주는가? 우리 기차에도 단체로 온 한국인이 많다. 기차가 굴 속에 들어가더니 중간에 정차 했다. 한국인 관광 가이드가 빨리 나가서 사진 찍고 오라고 자기 손님들에게 말한다. 나도 그 말을 듣고 밖으로 나간다. 나가서 유리로 바라보는 산은 웅장하다. 날씨가 참 좋다. 구름 한 점 없고 해도 떴다. 기차가 가고 있다 보면 가금 쿵쿵 하는 소리가 들린다. 빙하가 금이 가는 소리란다,

드디어 융플라우 정상이다. 이렇게 쉽게 올라오다니 그리고 이렇게 따뜻하게 구경할 수 있다니 인간의 욕심이 대단하다. 한국인, 일본인 간간히 중국인 들도 보인다. 깃발을 따라 다니는 사람들. 역 입구에서는 사발면을 판다. 장사가 무척 잘된다. 전체 매상의 반이 사발면이라지 아마. 매상 1위란다. 7 Sfr 무척 비싸다. 융플라우는 밖에 나갈 수 있는 분이 두 개가 있다. 스핑크스 전망대와 그리고 밑에. 스핑크스 전망대 밖을 나갔다.


무척 춥다. 어제 잃어버린 목도리 생각이 간절하다. 간절하면 어찌하겠는가 이미 내의 소유물이 아닌 걸. 화창한 날씨 정명에 보이는 만년설이 덮여 있는 높은 산봉우리. 이 곳이 정녕 유럽에서 가장 높은 융플라우란 말인가. 내려와 또 다른 밖에 나갈 수 있는 곳을 찾아 밖에 나갔다. 발 밑에는 빙하가 계곡을 덮고 있다. 아무도 없고 나 혼자 있다. 갑자기 밀려드는 적막감. 경외감. 저 눈 덮인 산속에 나 혼자 서 있으면 어떠한 생각이 들까. 이 곳에서 눈 덮인 산과 빙하만 보고 있는데도 태고의 자연을 간직한 저 산에 빠져드는 것을.

배낭을 메고 다녔더니 현기증이 난다. 아래 역으로 내려와 잠시 앉아 쉰다. 한국인들이 컵라면을 사먹는다. 종업원에게 가서 융플라우 왕복 티켓이 있으면 컵라면을 준다는데 라고 하니 내 티켓은 안된 단다. 잠시 후 사람이 없는 틈을 타서 다시 가서 물어 보니 무료로 컵라면 주는 티켓은 따로 있다고 그 티켓을 보여준다. 배도 출출 하여 나도 컵라면을 하나 사서 먹고 있으려니 관광객이 기차를 타러 죽 빠진다. 갑자기 조용해진다. 여기 저기 구경하다 기차 출발 기차시간을 보니 다음 기차는 12:45분 현재시간 11:50분 50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조용한 융플라우 정상에서 모처럼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낸다. 관광객이 떠나고 난 조용한 융플라우 정상 적막감이 좋다. 간간이 독어만 들린다. 화장실을 갔다 오고 어제 아침에 피렌체 민박집에서 넣어 준 사과를 물에 씻어 먹으니 맛있다. 융플라우의 따사로운 겨울 태양 빛 아래서 글을 쓴다. 무공해 햇볕이라고나 할까. 구석에 앉아 아침에 샤워하고 닦은 수건을 배낭에 덮어 무공해 햇볕에 말린다.

융플라우 역 앞에는 일본 빨간 우체통이 서있다. 얼마나 일본인들이 많이 왔으면 우체통까지 갔다 놓았을까?


갑자기 사람들의 목소리가 많이 들린다. 열차 시간이 가까워 진 모양이다. 한국말도 들린다. 중국말도 들린다. 일본말도 들린다. 역에서 안내방송을 한다. 출발 10분 남았다고, 현재 시간을 보니 12:45분

12:40분 열차 탑승 45분 출발 기차가 클라이네 샤이덱에 도착한다. 여기서 기차를 갈아타야 한다. 역에 가서 물어보니 내 표로는 그린델발트까지 못 간단다. 인터라켄까지는 못 가는 표란다. 아 나의 실수 인터라켄에서 표를 끊던가 아니면 그린델발트에서 클라이네 샤이덱까지 끊던가 했어야 했는데 그린델발트에서 그냥 무심코 왕복 티켓을 끊은 것이 잘못이다. 참고로 융플라우 왕복은 인터라켄에서 두 개의 길이 있는데 하나는 그린델발트로 해서 클라이네샤이덱 가는 길하고 하나는 라우터부르넨을 거쳐 가는 길이 있다. 올라갈 때와 내려 갈때는 다른 방향으로 가야 두 가지를 다 볼 수 있다. 눈물을 머금고 클라이네샤이덱에서 인터라켄가는 표를 다시 끊고 기차를 탄다.

스키장에서 안전사고 또는 구조를 위하여 헬기가 기다리고 있다.


기차 안에는 스키어들이 타서 기차가 만원이다. 깡통을 흔들며 웃고 떠든다. 매우 좋아하는 모습들 이다. 내 옆자리와 앞자리에는 스위스 사람들이 앉았다. 내 옆의 스위스 할아버지가 나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다. 코리아에서 왔다고 하니 South냐고 다시 묻는다. 그리고는 North는 여행 나오기 어렵겠지 라고 말한다. 알면서 왜 묻는 거야. 자기는 타이완과 베이징은 가봤단다. 내가 서울은 1,0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라고 하니 스위스는 700만 밖에 안 된다고 서울보다 적은 인구라고 한다. 이 곳은 거의 다 스키다. 보드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 젊은이 들은 거의 보드 타는데. 스키장이 매우 환상적이다. 일정한 슬로프가 없다. 그냥 아무 곳으로나 내려오면 된다. 제일 긴 코스는 200Km나 된단다. 시속 100Km로도 2시간을 내려가는 거리이니 언제 다 내려가나. 어찌되었든 스키의 천국이다. 마을 골목까지도 스키 타고 내려온다. 스키 타고 그냥 숙소로 들어가는 것이다. 옆 할아버지께서 스키 탈 줄 아느냐고 물어본다. 조금 탄다고 하니 스키장에서 나가 스키 타는 모습을 못 봤다고 농담을 한다. 다음에 오면 꼭 타고야 말 것이라고 그 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니. 꼭 보겠단다. 언제 왔냐고 해서 어제 왔고 오늘 내려가서 루체른으로 간다고 하니 루체른을 못 알아 듣는다. 다시 루체른하니 아 루쓴한다. 이 곳은 4개 국어를 사용하다 보니 다 부르는 말이 틀린 가 보다. 하여튼 오늘 간다고 하니 무지 아쉬워하는 표정이다. 하루 더 묵고 가란다. 이 곳 무척 좋단다.

차표를 검사하러 검표원이 온다. 어제 나에 1등석 기차표를 끊어준 그 검표원이다. 아는 척한다. 내 표에 구멍을 내고 간다. 얄미운 검표원

인터라켄에 내려 16:08분 루체른 행 열차를 탄다. 이 번에는 유레일패스를 안쓰고 2등석 기차표를 샀다. 29 Sfr 4만원 미만은 그냥 차표를 사는 것이 유리하다. 하루에 약 4만원 정도 하니까. 루체른에는 18:04분 도착 예정이다. 루체른으로 가는 길 안개가 심하다. 저녁이 되니 호수에서 나오는 안개다. 앞에 할머니가 앉았다. 사과 하나를 다 드시더니 책과 돋보기를 꺼내 독서를 하신다. 그 연세에 기차 안에서 독서까지 하다니. 안개가 자옥하여 밖이 도저히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없었으면 상당히 예쁜 풍경이었을 텐데 아쉽다. 조금 가다 보니 안개가 조금 걷히고 언덕 밑으로 조용한 마을이 보인다. 불 빛이 평화롭다. 도로에는 차들이 안전 거리를 지켜가며 질주하고 있다. 현재시간 오후5시20분 9 to 5 이니까 다섯 시 퇴근 후 집에 가는 모양이다.

산 속에 조그만 마을에 불이 들어온다. 마을 한 복판에 높은 교회가 보인다. 마을에 교회가 있어 그 모습이 더 아름다운지도 모르겠다. 산 속에 있는 집들. 우리나라에서도 여행을 하다 보면 시골 집에서 저녁에 굴뚝에서 연기가 피어나오면 그렇게 평화스러워 보였었는데 인간에게 저녁이 갖는 의미는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하루 일을 마치고 평화로운 휴식을 취하는 시간. 그런데 지금 우리의 서울은 어떤가. 잠을 자기 전까지 쉴새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아니 잠을 자고 있는 시간에도 어디엔가는 또 다른 세상이 돌아가고 있다. 우리들의 휴식은 정녕 어디에서 찾아야 한단 말인가. 이 것이 자본주의 인가. 자본주의를 처음 만든 유럽은 왜 우리의 삶과 틀린 것인가.

기차는 Giswill역에 정차한다. 할아버자 할머니가 플랫폼에서 떠나는 기차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손을 입술에 대었다가 다시 기차를 향해 손을 내민다. 자식이 부모에게 들렸다 가는 가보다. 이내 기차는 플랫폼을 빠져나간다.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언제나 애틋하다. 떠나는 자식을 지켜보는 부모님의 마음. Giswill 참 아름다운 도시 같다. 다음에 와서 시간 있으면 한 번 들려 보아야지. 꽤 큰 도시 같기도 하고.

내자리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스키화를 신고 있다. 아주 집에서 스키화를 신고 출발을 하나보다. 계속 기차 타고 해서 걸어 다니는 것이 많지 않을 테니까. 우리는 다 싸서 지고 다니는데. 하여튼 여기 사람들은 스키화를 신고 다니는 것이 별로 안 불편한 가보다. 스키화가 좋은 스키화인가?

어둠이 짙어 진다. 거의 다 왔다 보다. 시계를 보니 앞으로 약 40분 남았다. 좀 일직 출발하는 건데 융플라우에서 좀 지체 했던 것 같다. 스위스는 호수가 무척 많다. 창 밖 어두워도 호수가 보이고 저 멀리 육지 그 마을의 집에서 나오는 불 빛이 호수에 반사되어 빛나고 있다. 여섯 시가 되었는데 밖은 완전히 어두워 있다. 역시 겨울이라 밤이 일찍 오나 보다.

루체른에 도착. 빨리 숙소를 정해야 한다. 항상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첫 번째 할 일이 숙소를 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가장 힘 드는 일이다. 순간의 선택이 하루 밤을 좌우하니. 오픈북 책을 찾아 보니 Tourist Hotel in Luzern 이 있다. 나폴리에서 보았던 경찰공무원 아저씨가 여기서 묵었다는 생각이 난다. 좋아 오늘은 이 곳에서 자는 거야. 그런데 약도가 없다. 어떻게 찾아가야 하지.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어 물어 보자.

여보세요 투어리스트 호텔이죠?

예약은 안 했는데. 도미토리 방 있어요

예 있어요

어떻게 찾아가면 돼요?

어디예요?

역이예요

main street에서 호수로 나와 호수를 따라 왼쪽으로 두 번째 우든브리지를 건너 왼쪽으로 100미터만 오시면 됩니다

예 알겠습니다. 길을 못 찾으면 다시 전화 하겠습니다.

두 번째 우든브리지에서 건너 왼쪽이라. 한 번 찾아 보자. 지나가는 행인에게 main street를 물으니 앞에 보이는 것이 main street란다. 길로 나오니 바로 강이다. 왼 쪽으로 나무다리가 보인다. 다시 한 참을 가니 두 번째 나무다리가 나와 건너 왼쪽으로 보니 호텔 같은 것이 보인다. 호텔을 쉽게 찾았다. Reception에 도착하니 안대를 한 애꾸눈 청년이 반갑게 맞아 준다. 애꾸눈이 재미있다. 방값을 물으니 33Sfr이란다. 방값 33sfr을 지불하고 방 키를 받아 방에 들어간다.

오늘은 어떠한 사람들이 있을까? 10명 정도 도미토리다 방이 무척 크다. 들어가며 오른쪽 2층 침대가 있고 2층에 인도인이 앉아 있다. 꼭 인도에서 명상하는 것 같이. 아래에 유럽인이 있었는데 몸집이 무척 크다. 참 특이한 방이다. 어디에서 잘까 잠시 고민이 든다. 왼쪽으로 2층 침대 2개가 있다. 아래층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어린 학생이 짐을 정리하고 있다.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는 듯 하다. 아무래도 2층이 안전할 것 같아 대학생이 자리를 잡은 반대편 침대 2층으로 올라간다. 출입문 왼 편으로 수도꼭지가 하나 있고 조그만 책상이 놓여 있다. 배낭에 저녁에 먹다 남은 빵이 조금 있어 그 책상에 앉아 먹는다. 버리기도 아까워 의자에 앉자 먹고 있고 있으려니 유럽청년과 인도사람이 루체른 시내에 대하여 이야기 하고 있다. 또 다른 유럽청년이 나가고 같이 이야기 하던 유럽청년도 루체른 야경을 구경한다고 나간다. 인도사람이 나에게 말을 건다. 자기는 인도에서 왔다고 그리고 나는 Korea에서 왔다고 하고 서로 이야기 하다가 그 인도 사람이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가 좋단다. 슈트트가르트도 좋고. 그 중에서 인스부르크가 무척 좋단다. 특히 유스호스텔이 무척 좋단다. 그 큰 방에 둘이 잤단다. 원래는 독일에서 자고 당일치기로 갈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인스부르크에서 1박을 하기로 일정을 수정한다. 이런 곳에서 여행객들이 하는 이야기는 거의 지금까지 여행 했던 경험담이다. 한 참을 이야기 하고 나도 야경을 보러 나간다. 밤 8시인데 길거리가 한산하다.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아 쇼윈도만 불을 켜 놓았다. 레스토랑과 술집만 문을 열어 장사하고 있다. 젊은 애들이 왔다 갔다 한다. 머리와 복장이 불량하다. 영화에서 보는 펑키 스타일의 복장. 좀 잘 산다 하는 나라 애들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부모가 잘 살고 나라가 잘 살면 애들은 다른 방향으로 발달하는 것 같다.

강에는 백조 들이 많다. 꼬마 애 들이 백조한테 장난을 한다. 모이를 주며 강밖으로 유인하고 강 밖으로 나온 백조를 보며 좋아한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꼬마 애들의 개구쟁이는 노릇은 비슷한 가 보다. 언덕 위에 성이 보이는데 조명을 하여 신비롭게 보인다.


어디에 선가 악대의 연주 소리가 들린다. 가까이 가보니 빨간 옷을 입은 한 무리의 악대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골목을 행진하고 있다.


좀 시내를 구경하다 다시 숙소에 들어와 보니 내가 2층에 잠을 풀어 놓았고 내 침대 아래층에서 자는 사람이 느낌에 한국사람인 것 같다. 나는 샤워 하고 잠이 든다. 한 참을 자다 밖이 시끄러워 깨어보니 밤 12시다. 옆 방에 애들이 노는 소리다. 화장실을 다녀와서 다시 잠을 잔다. 모포가 좀 추운 것 같아 내 잠바를 더 덮고 잠이 든다. 따뜻하다.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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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차(1/16) : 리기산 정상에서 악대의 음악을 듣다.

아침에 잠이 깨어 시계를 보니 아침 6시다. 침대에서 엎치락 뒤치락 하다 7시 다되어 일어난다. 아래층 중년 여인은 벌써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고 없다. 나는 간단히 세수를 하고 짐을 챙겨 식당으로 간다. 지금 시각 7시 30분. 식당에는 이미 사람들이 와서 식사를 하고 있다. 한국말도 들린다. 여행 책자에 나와 있어 아마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 많이 들리나 보다. 식사를 하고 Reception에 가니 어제 저녁에 있던 그 애꾸눈 청년이 있다. 리기산을 어떻게 가느냐고 물어보니 친절히 가르쳐 준다. 그리고 내려 올 때는 케이블카를 타란다. 적극 추천한다.

유레일 패스 있어요? 그 애꾸눈이 물어본다.

예 있어요

여기서도 할인해서 표를 끊을 수가 있어요

얼마예요

전체 다해서 29Sfr이예요

그리고 유레일 패스로 유람선은 무료로 탈 수가 있어요

유레일 패스에 오늘 날자를 써야 되나요

어차피 오늘 기차 탈 거잖아요.

빈에가는 야간 쿠셋을 오늘 날자로 끊으면 된다. 어차피 내일은 빈을 관광하고 모레 아침에 빈을 떠날 것이니까.

돈은 없고 카드만 있는데요

카드도 돼요 어제 방값은 카드가 안 된다고 해 놓고 리기산 교통권은 카드가 된단다.

그러면 한 장 주세요. 그리고 유람선은 어디에서 타요

역 앞 선착장에서 타면 돼요

감사합니다

나는 숙소에서 나와 짐을 지고 역에 도착하여 코인라커에 짐을 넣고 선착장으로 가보니 악대가 와서 유람선을 기다리고 있다. 옆을 보니 어제 내 침대 아래칸에서 잤던 사람이 있다. 먼저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오셨어요 하니 그렇단다. 그래서 같이 오늘 여행하게 되었다. 유람선 2층이 1등석이다. 2층에 올라가니 입구에 뷔페가 마련되어 있다. 우리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같이 일행은 강릉에서 선생님을 하신단다. 중학교 국어 선생님이란다. 그 선생님이 뷔페에 가서 과일을 몇 개 가져와 같이 먹다가 반대편 창가로 자리를 옮긴다. 그 뷔페가 8Sfr이란다. 한 참 뒤 직원이 와서 계산을 한다. 우리는 같이 8Sfr을 지불한다. 또 얼마를 호수를 감상하고 있는데 다 왔다는 것이다. 도착한다. 우리는 리기가는 열차로 갈아 탄다.

리기가는 두 대의 열차가 있다. 여행객에게는 앞의 열차를 타란다. 뒤 열차는 같이 온 악대에게 예약이 된 것 같다. 이상한 복장을 한 악대. 악기도 무척 많다. 악대 대원도 한 20명이 넘는 것 같다. 우리는 앞의 열차에 올라 탄다.

창가에 스위스 마을 분들이 앉아 있다. 우리가 중간에 앉고 창가에 앉으신 스위스 분들이 자리를 바꾸자고 한다. 고마우시기도 하시지 우리는 사양했지만 결국은 자리를 바꿔 우리가 창가로 가서 앉아 창 밖을 보며 리기산에 오른다. 또 얼마를 가다 보니 우리 옆자리 가운데 자리 사람이 내린다. 우리 반대편 좌석에 또 한 한국인이 있어 같이 자리 동석을 요청하여 4명이 일행이 되어 여행을 하게 된다. 새로 일행이 된 여행객은 모녀 지간이고 딸이 학교 선생님이란다. 어머님을 모시고 이렇게 먼 유럽까지 오다니 효녀임에 틀림없다. 우리 넷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행이 되었다. 마을에는 안개가 끼어 날씨가 흐리다. 날씨가 안 개이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이 많이 된다. 안개 낀 산을 한참을 올라가니 안개(구름)을 뚫고 열차가 올라간다. 순간 우리 열차 밑으로 하얀 운해가 좍 깔린다.

모두 탄성을 지른다. 환상적인 그림같은 풍경이 우리 열차 밑으로 펼쳐진다. 이루 형용 할 수 없는 운해의 아름다움 그 위에 알프스의 장엄한 산들이 병풍같이 솟아 있고 솟아 있는 산들은 흰 눈이 덮여 있다.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러한 풍경들 정말로 혜택 받은 나라 맞다. 산과 호수로 인해 벌어들이는 관광 수입. 나라 잘 만나서 편하게 사는 국민들. 시내에는 저녁 6시만 되면 문을 닫는 상점들. 음식점과 술집만이 문을 열고 영업하고. 우리는 밤 늦게 까지도 하나라도 더 팔겠다고 문을 열고 장사하는 나라. 휴일에도 문을 열고 장사를 하는 나라. 우리보다도 조금 일하고 더 잘사는 나라. 더 행복한 나라. 잘사는 국민.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벌써 열차는 리기산 정상에 오른다.

리기산 정상 날씨는 너무 좋다. 춥지가 않다. 바람이 안 불고 햇볕이 나서 더 더욱 좋다. 화창한 봄 날씨다. 그러나 눈은 녹지 않고. 스위스 호수도 얼지 않는다. 1월에도 유람선이 다닌다. 간이 올라온 밴드가 음악을 연주한다. 언덕 위에 사람 둘이 춤을 춘다. 신났다. 사람들이 죽 서서 음악을 들으며 흥겨워 어깨를 들썩이고 몸을 자연스럽게 흔든다. 산상 음악회 이 화창한 겨울 한 가운데서 아름다운 음악을 선사하는 저들 아마 루체른 시에서 관광객을 위한 배려가 아닌가 싶다. 아는 노래들이 나온다. 진주의 난 괜찮아 노래도 나온다. 원래 디스코 음악이었고 원제는 Gloria Gaynor의 I Will Survive 우리나라 진주라는 가수가 난 괜찮아로 번안하여 부른 노래다.


난 괜찮아 - 진주 1집
니가 떠나면 남겨진 내가 눈물로 수 없이 많은 밤을 지셀거라
너는 믿고 있겠지만 네게 미안하겠지만 난 괜찮아 너를 동정하지는 마
난 괜찮아 난 괜찮아 그대가 나의 전부일 생각은 마
아무리 약해 보이고 아무리 어려보여도 난 괜찮아 나는 쓰려지지 않아
난 괜찮아 뒤돌아 가 그대의 사랑 같은 사랑 원하지 않아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꿈결 같아도 영원토록 변치 않을 수 없다면 난 괜찮아
그런 눈으로 바라보지마 너의 동정 따위는 내겐 필요 않아
나는 너는 잊을 거야 모두 잊고야 말거야 꼭 할거야 너를 지워버릴 거야
그냥 그렇게 떠나 돌아보지마 더 이상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는 마
누구나 한번쯤은 다 격는 이별뿐이야 난 괜찮아 자꾸만 돌아보지 마
난 괜찮아 난 괜찮아 그대가 나의 전부일 생각은 마
아무리 약해 보이고 아무리 어려보여도 난 괜찮아 나는 쓰려지지 않아
난 괜찮아 뒤돌아 가 그대의 사랑 같은 사랑 원하지 않아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꿈결 같아도 영원토록 변치않을 수 없다면 난 괜찮아
아무리 약해 보이고 아무리 어려보여도 난 괜찮아 나는 쓰려지지 않아
난 괜찮아 뒤돌아 가 그대의 사랑 같은 사랑 원하지 않아
아무리 아름다워도 아무리 꿈결 같아도 영원토록 변치 않을 수 없다면 난 괜찮아

맑은 공기, 맑은 하늘, 경쾌한 음악. 무엇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아가의 자는 모습이 평화롭다.


우리는 각 자 준비 해온 점심을 양지 바른 탁자에 남아 꺼내어 먹는다. 케밥을 가지고 오신 강릉 선생님, 퐁뒤를 가지고 오신 모녀 우리는 조금씩 나눠 먹으니 그 맛이 꿀 맛이다. 역시 식사는 여럿이 같이 하는 것이 제일이다. 그것도 해 맑은 알프스 산 정상에서 맛있는 점심을.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점심을 먹고 우리는 내려가는 길은 어머님과 같이 오신 선생님이 걸어서 내려가잖다. 기차를 타지 않고 눈길을 걸어서 내려가기로 결정을 하고 걸어서 내려간다. 옆에 산에는 눈들이 쌓여 있고 스키어들이 스키를 탄다. 나도 타고 싶은데. 다음으로 미루고 같이 내려간다. 공기 상쾌하고, 춥지도 않고, 경치 좋고 마음까지 시원하다. 중간 역 까지 걸어 내려온다. 역에서 모녀는 잘 가라는 인사와 함께 헤어져 다른 방향으로 가고 나와 다른 선생님은 호텔에서 추천한 케이블카를 타고 가기로 한다. 케이블카 타는 곳에 가보니 문이 닫혀 있어 케이블카를 타는 건물을 헤메인다. 식당 종업원의 도움으로 승차장을 찾아보니 아까 우리가 왔던 곳이다. 서서 잠깐 기다리니 케이블카가 온다. 케이블카 앞에 서서 내려간다. 무척 가파른 경사다. 내려가는 기분이 청룡열차 탄 기분이다. 케이블카로 내려와 보니 선착장이 보이지 않는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사람들이 우릴 따라온다. 우리가잘 못 가는지도 모르는데. 가다 보니 선착장이 보인다. 선착장에서 몇 시에 출발하는 지 물어보니 직접 배 타는 곳에 걸린 시계를 보여준다. 남은 시간 앞으로 30분. 밖에 나가 사진을 찍는다. 잘 나와야 할 텐데. 온다는 시간에 유람선 한 대가 온다. 사람들이 줄을 조금 서 있다. 타려고 물어 보니 아니란다. 다음에 오는 배에 타란다. 이어서 오는 유람선을 탔다.

안개 낀 호수, 아름다운 스위스 집들 완벽한 조화 한편의 그림이다. 루체른에 와서 카펠교를 지나 시내를 한 바퀴 돌고 빈사의 사자상을 보고 그 선생님은 인터라켄으로 가야 한다고 떠나고 이제 또 나 혼자 남았다. 혼자 국립 박물관에 들어가려 하니 10 Sfr을 내란다. 호텔에서 찍은 스탬프를 보여 줬더니 8Sfr을 내란다.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안보기로 결정을 한다. 현재시간 15:30분 다시 박물관에서 나와 역으로 들어가 짐을 찾고 쮜리히행 16:10분 열차를 탄다. 약 50분 소요이니까 17:00에 쮜리히에 도착한다. 상공업과 금융의 중심지 쮜리히 그러나 스위스의 수도는 아니란다. 쮜리히에 도착 오늘 저녁 쿠셋을 타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가야 한다. 표를 예매하기 위하여 시간표를 보니 열차 시간표에서 못 찾겠다. 창구에 가서 문의하기로 하고 Express창구에서 물어보니 대기 표를 뽑아주며 안에 티케팅룸에 들어가서 기다리란다. 안에 사무실이 있고 일반적인 창구 처럼 유리로 가려져 있지 않고 오픈된 창구이다. 내 차례가 되어 빈에 간다고 하니 친절하게 표를 준다. 쮜리히 22:35 출발 빈에 08:35분 도착 표를 48Sfr을 더 주고 구입하고 나니 저녁 6시 아직 4시간이나 남았다. 아침에 비상금으로 찾았던 50Sfr을 주고 나니 2Sfr을 거슬러 준다. 지하 1층에 내려가 코인라커에 징을 보관하려고 보니 5Sfr이다. 루체른은 4Sfr이었는데 여기가 1Sfr이 더 비싸다. 그래도 일단 짐을 코인라커에 넣고 표를 받아 복대에 넣고 시내 구경을 나간다.

오픈북 책을 펴고 보니 쮜리히는 주요 볼거리는 역 중심으로 모여 있다. 한 두 시간이면 도보로 가능 할 것 같다. 일단 큰길로 나가 호수로 가기 위하여 역 직원에게 물으니 앞에 보이는 길로 똑바로 가란다. 선진국답게 거리가 깨끗하다. 전차들이 많이 다닌다. 매연이 안 생겨 좋겠다. 승용차도 많지 않고. 옆에 큰 호수도 있고 도시가 크지만 그래도 공기는 쾌적한 도시이다. 반호프 St.로 한참 동안을 걸어가니 큰 호수가 보인다. 호수에서 사진을 찍고 또 한참 가다 다리를 건넌다. 지도를 보니 나의 생각과 완전히 틀리다. 귀신에 홀린 것처럼. 전혀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 같은데 맞게 가고 있다고 나와 있다. 그렇다고 지도를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인터넷에서 출력해 온 글을 읽어 보아도 동일하게 나와 있다. 시내를 한 바퀴 돌아 다리를 건너면 바로 역이라고 내가 역에서 걸어 나온 거리가 얼마나 되는데. 내가 방향을 잃은 것 같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천천히 구경이나 하고 시간되고 모르겠으면 물어 보아야지. 역시 이 곳도 밤 거리가 조용하다. 불 켜진 곳을 구경하고 소위 볼거리라고 하는 것들은 조명을 해 놓았다. 여기 저기 스산한 밤거리를 건다 보니 다리가 하나 나온다 다리를 건너니 바로 내가 내린 역. 시내를 호수를 끼고 강으로 해서 작게 한 바퀴 돌은 것이다.

주머니에 있는 스위스 돈을 다 털어 카페에서 맛있는 빵을 하나 사먹고 지하 상점들을 구경하고 올라오니 아는 사람이 보인다. 어제 같은 호텔에서 묵었던 그 인도인이다. 반갑게 인사하고 아까 내가 빵 사먹은 그 카페로 가서 복도에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하다가 인도 전통 차가 있는데 맛있으니 먹어 보자는 것이다. 좋다고 하니 카페 매장 직원에게 뜨거운 물을 부탁한다. 그런데 뜨거운 물도 돈을 내란다. 3.5Sfr인가 그런데 우리가 갖고 있는 돈이 전부 다해서 그 돈이 안되었다. 이제 떠나는 입장에서 스위스 프랑을 다 쓰고 없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불가이니까. 한 참 실랑이를 하다 기어코 뜨거운 물 한잔을 사온다, 컵 두 개랑. 우리는 물이 너무 비싸다고 스위스를 헐뜯고 우리나라는 무료라고 종업원에 스위스 불평을 이야기고 하니 재미있다. 스위스 사람들은 자국에 대한 프라이드가 대단하다던데. 똑 같은 딸기가 슈퍼에 있고 하나는 스위스산 하나는 이태리산 스위스산이 3배가 비싸도 스위스 사람들은 스위스산 딸기를 사 먹는단다. 그 인도사람은 사진작가란다. 파노라마 사진을 주로 찍는 단다. 인도에 스튜디오에 근무하고 명함을 받고 이야기 하다 보니 또 아는 얼굴이 나타난다. 어제 같은 방에서 잤던 어린 학생이다. 물어보니 미국에서 대학 다니는 학생이란다. 뉴욕 위에 있단다. 그리고 무척 쾌활하다. 더는 안 물어 보고 우리는 같이 서로의 여행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차 시간이 가까워져 서로 잘 가라는 인사를 하고 헤어진다. 그리고 나는 쿠셋에 오른다. 아까 4인용 1층을 달라고 해서 내 방에 들어가 보니 아무도 없다. 침대 시트도 내 침대만 있다. 6인용 쿠셋은 사람이 많은데 여기는 좀 더 비싼가 보다. 열차가 출발할 때까지 아무도 안 와 나 혼자 4인용 쿠셋을 다 사용한다. 조금 있으니 턱에 이상하게 수염을 기른 젊은 애가 왔다 갔다 하며 서비스를 한다. 나폴리에서 베네치아 갈 때는 물, 슬리퍼, 물티슈등 많이 주었는데 여기는 물 하나 밖에 안 준다. 조금 가니 나이 지극한 승무원이 와서 유레일패스와 여권을 회수해 가며 내일 아침 식사와 커피가 제공 된단다. 무료로. 먹겠냐고 묻는다, 당연히 먹어야지. 복도에 220V 콘센트가 있다. 벌써 디지털 카메라 배터리 하나를 다 쓰고 두 번째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데 잘 되었다. 지금까지 직은 사진을 다운 받고 건전지를 충전하기 위하여 복도에 꽂아 놓았다. 갑자기 뭐가 떨어지는 소라가 났다. 큰 배낭을 짊어진 아가씨가 지나가다 걸려서 빠졌다. 나가서 다시 꽂았다. 턱 수염을 재미있게 기른 승무원이 와서 뭐냐고 묻는다. 디지털카메라 배터리라고 하니 신기한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쳐다보다 간다.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충전이 안 끝났다. 빼서 짐에 넣어 놓고 잠이나 자자. 그 넒은 4인용 쿠셋에서 칸에서 혼자 잠을 잔다. 기차는 빈을 향해 씩씩하게 달려가고 있다. 은하철도 999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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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차(1/17) : 빈에 가는 열차 연착하다.

새벽 4시에 눈이 떠진다. 열차 안은 고요하다. 모두 깊은 잠에 빠진듯하다. 혼자 있는 열차 어제 충전하다 만 것 다시 충전이나 하자. 충전기를 꽂아 놓고 한참 있다 보니 파란 불이 들어 왔다. 충전이 다 끝났다. 일어나 충전기를 빼어 가방 안에 넣고 다시 침대 안으로 들어간다. 실내가 건조해서 코가 막힌다. 난방을 줄였는지 좀 추워 진 것 같다. 엎치락 뒤치락 하며 선 잠을 잔다. 얼마나 갔을까. 기차가 멈춘 것 같다. 시계를 보니 새벽 6시 이제나 저제나 출발을 하나 기다려도 출발할 낌새가 없다. 턱 수염이 재미있는 승무원이 돌아 다닌다. 나는 붙잡아 놓고 물어 보았다. 영어를 못한다. 손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설명한다.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메모장을 갔다 주니 기차를 그린다. 그리고 맨 앞에 기차를 X표를 한다. 기관차가 고장이 나서 못 간다는 내용이다. 한 2시간 정도 연착 한단다. 아무도 큰 소리로 항의하는 사람이 없다. 그냥 승무원 실에 가서 조용히 묻고 가곤 한다. 아침이 되느냐고 하니 된단다. 아침을 커피와 같이 시켜 먹고 나니 아침 해가 뜬다. 이국 멀리 와서 기차까지 연착이라니 참 여러 가지 경험한다. 좀 있다가 시계를 보니 9시 40분 도착예정이 8시 5분이니 상당히 연착되고 있다. 안내방송도 없다.

기차가 출발하니 독어로 안내 방송을 한다. 승무원이 종이를 하나 갔다 준다. 연착에 대한 보상에 관한 용지다. 나는 기재사항을 적고 승무원에게 물어보니 내려 역에 있는 Information에 가란다. 열차가 빈에 3시간이나 늦게 도착한다. 한국 아저씨가 와서 민박이 있단다. 알았다고 하고 역 안으로 들어가 Information에 연착 용지를 보여주니 종이 하나를 주더니 아래층으로 내려가란다. 무척 불친절하다. 아니 Information이 저렇게 불친절할 수가. 스위스 철도 매표소 직원과는 천지 차이다. 아래층에 내려가서 또 한 참을 기다리어 문의하니 나가서 접수 시키란다. 향 후에 우편으로 보내 준단다. 시간도 없다. 그냥 가자.

오늘 빈을 다 돌아 야 하는데 오전을 다 이렇게 보냈으니 시간이 촉박하다. 내일은 아침 일찍 짤스부르크로 가야 한다. 아저씨에게 잠깐 기다리라고 하고 인포메이션에서 나오니 아저씨가 없다. 시간이 없는데 숙소 찾느니 빨리 민박 집에 가서 짐 풀고 시내 구경을 하는 것이 나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민박집으로 간다. 역에서 가까웠다. 집에 가서 짐을 내려놓고 면도하고 세수하고 빨리 빈 시내로 나간다.

시간이 없으니 민박집 아저씨에게 물어 보았던 벨베데르 먼저 가자 차표를 사고 버스를 파고 10번째 내리라고 해서 손으로 정차하는 곳을 센다. 10번째다. 내리니 바로 궁전이 서있다. 들어가니 조그만 했다. 걸어서 궁전을 지나니 무척 큰 정원이 나왔다. 아 이게 진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월요일이라 사람은 별로 없고 외국이 몇 명 조깅하는 사람 몇 명이 전부다. 궁전을 한 바퀴 돌아 보고 돌아보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바쁜 걸음으로 거의 한 바퀴를 도는데 날씨가 차다. 스위스와는 많이 차이가 난다. 분수의 물도 다 꽁꽁 얼어 있다. 추워 옷에 달린 모자를 쓴다. 좀 낫다. 비둘기들은 발도 안 시러운가?


이제 쉰부른 궁전으로 가자. 지하철을 이용해야지. 지하철을 타고 쉰부른 궁전으로 향한다. 지하철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지하철 지도 만 있으면 탈 수 있다. 지하철에 걸려 있는 지도를 보고 위치를 파악한 다음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이 칸마다 연결 통로가 없다 분리가 되어 있다. 불이 나도 한 량만 타겠지. 의자는 쿠션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 지하철은 사람을 많이 태우기 위하여 의자가 창문으로 배치되어 있으나 이 곳 유럽은 우리나라 기차 같이 마주보고 앉게 되어 있다. 노약자 석은 있지만 우리나라같이 잘 지켜 지는 것 같지는 않다. 평일 오후라 그런지 사람은 별로 없다. 쉰부른 궁전이 다음 역이다. 내릴 준비를 해야지. 지하철이 서고 나는 열차에서 내린다. 이정표 대로 가니 공원이 나온다. 어 이 공원인가 이상하다. 공원을 본의 아니게 산책하다. 마침 사책을 나온 노 부부가 있어 물어보니 영어를 못하신다. 책을 보여주니 아주 천천히 독어로 설명해 주신다. 독어는 모르지만 손짓만 보아도 알 수 있을 것 같다. 길 건너 가면 있다는 내용인 듯 하다. 손가락에 의한 바디랭귀지의 위력 대단하다. 몸을 쓰지 않고 말로만 한다면 어림도 없다. 궁 안으로 들어가니 궁전이 모두 노란 금색이다. 베레데르에서 보았듯이 이 것이 전부가 아니겠지 하고 큰 궁전을 돌아 가니 이 번에는 생각 했던 대로 큰 정원이 나온다. 정원이라기 보다는 큰 공원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무척 크다. 양 옆으로 나무가 질서 정연하게 심어져 있고 궁전 정면은 화단으로 가꾸어져 있다. 겨울이라 꽃 같은 화려한 것이 없어 좀 겨울 냄새가 나지만 꽃이 피는 계절에는 무척 아름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 멀리 언덕 위에 또 다른 그리스 신전양식의 건물이 있는데 그 이름이 글로리테란다. 거기까지 꽤 멀다. 역시 바쁜 걸음으로 걸어서 올라가니 호수가 있고 역시 호수 물은 꽁꽁 얼어 있다. 얼음 위에 비둘기들이 앉아 있고 비둘기들은 춥지도 않나. 발도 안 시리나?

따뜻한 햇볕아래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겨울의 오후를 즐기고 있다.

쉰부른 궁전에 있는 사람은 크게 3가지로 분류가 된다. 첫 째는 관광객, 둘째는 조깅하는 사람, 셋째는 할아버지 할머니들 이렇게.


워낙 궁이 커서 조깅하는 데만도 한 바퀴를 다 돌려면 시간이 꽤 걸리겠다. 이 곳 궁의 개념은 큰 궁전 하나 그리고 부속 건물 몇 개 그리고 궁전 앞에 매우 큰 정원 단순하게 한 눈에 볼 수 있는 대 규모 정원을 크게 강조 한 것 같다. 큰 정원 좌우로는 나무로 조경을 잘 해 놓았다. 구석구석 볼 것들이 많은데 시간상 다 보지는 못하고 이제 시내로 들어 가야 한다.

춥기는 춥다. 분수가 다 얼어 동상이 불쌍하다.


서둘러 빠져 나와 빈 시내로 들어간다. 이제 어느 정도 여행에 적응되어 가나 아니면 유럽이 나를 적응시키나 이제는 그리 많이 불편하지 않다. 말이 안 통하면 안 통하는 대로 길을 모르면 묻고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 진 것을 느낀다. 오후 3시가 다 되었다. 이곳은 동쪽에 위치하여 해가 빨리 진다. 시청을 지키는 경찰이 Booth에 들어가 있다. 추우니 할 수 없겠지. 거수 경례 흉내를 내니 밖으로 나온다. 시청 위치를 물으니 친절하게 지도를 보며 설명해 준다. 이곳은 시청 뒤 쪽이다. 그래서 내가 혼란을 일으켰나 보다. 자세히 설명을 듣고 고맙다는 인사를 독일어로 하고 나니 다시 바로 Booth로 들어간다. 이 추운 날씨에 밖에 나오기 싫겠지. 날씨가 쌀쌀하다. 스위스에서 잃어버린 목도리 생각이 간절하다. 시청 앞이다. 공사가 한창이다. 무슨 공사인가 하고 봤더니 스케이트장 공사이다. 밀라노에서 보고 이 곳 시청 앞에서 보고 우리나라 시청 앞의 스케이트장 생각이 난다. 그런데 공사가 좀 크다. 스케이트장을 다시 크게 만드나 보다. 스케이트로 시청 앞 도로를 따라 한 바퀴 돌 수 있는 구조로 보인다. 시청사는 뾰족한 구조인 고딕 양식으로 되어 있다. 시청사를 지나 궁정극장, 국회의사당, 그리고 자연사 박물관 미술사 박물관을 가야 하는데 미술사 박물관은 월요일은 휴관이라고 알고 있어 자연사 박물관만 들어간다. 입구에서 걸어 들어가니 큰 공룡의 뼈가 나를 반긴다.


한 바퀴 돌아 보고 나와 오페라 극장으로 간다. 유럽의 구시가 들이 그리 크지 않다. 거의 다 모여 있어 중요한 것들은 빨리 볼 수 있다. 샤갈 전을 열고 있다. 샤갈전을 가고 싶었는데 일단 포기하자. 구궁전을 한 바퀴 돌고 나니 해가 넘어가 어둑어둑해 진다.5시 인데도 날씨가 추워 사람들의 발걸음이 총총걸음이다. 서둘러 숙소로 돌아 가자.

민박집 아저씨가 사람들을 많이 데려 왔다. 아는 얼굴이 있다. 로마 민박집에 같은 방에 있었던 학생이다. 반갑게 인사하고 어디 갔다 오느냐고 물으니 체코 프라하에서 온단다. 체코는 물가가 싼데 이 곳은 비싸단다. 나는 스위스보다는 싸다고 이야기 해주고 저녁식사를 하고 야경을 보러 가려고 민박집 주인 아저씨에게 말하니 도나우 강을 가려고 물어 보니 야경이 좋은 데가 있단다. 우리 방에 연인이 한 쌍이 있다. 여자는 러시아에서 8개월 전부터 러시아어를 공부하고 있고 남자는 XX역 근처에 있는 회사에 다닌단다. 어느 회사인지는 더 이상 못 물어 보겠다. 혹시 난처해 지면 안되니까.

지하철을 타고 가니 높은 탑이 하나 보인다. 아래층에서 올라 가는데 5유로란다. 우리 일행 5명은 표를 사서 탑에 올라간다. 크게 볼 거리는 없다.


괜히 올라 왔다고 서울 탑보다 못하다고 불평하고 빈의 야경과 도나우 강을 보고 내려온다.

길에는 차들이 많지 않다. 이 정도는 돼야지. 서울은 차가 너무 많다. 여기에는 교통방송이 필요 없을 것이다. 교통방송이 있을 필요가 없다. 매일 차가 원활히 소통된다는 얘기만 해야 하니 누가 듣겠는가. 우리 서울에는 인구도 많고 차도 무척 많다. 오스트리아도 전체 인구가 800만이 안 된다. 서울보다 훨씬 적은 인구다.

도나우 강에 비친 야경을 이야기 한 것인데 민박집 아저씨가 빈 야경인 줄 알고 잘 못 가리켜 주셨다. 내려와 보니 올라 갈 때 사진을 찍어 놓고 사기를 바라고 있다. 살 이유가 없어 안 산다. 그런데 그 주위에 비엔나 유엔사무소가 있다. 초 현대 건물이다. 그 유엔 사무소 무척 크다. 어떻게 가야 할 지 모르겠다. 하여튼 그냥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곳으로 가보자. 우리 5명은 이 곳 저 곳 기웃기웃 하며 걷는다. 가다 보니 길이 막혀 있고 또 가다 보니 작은 골목길도 나온다. 옆에는 아파트 같은 건물이 서 있다.

조용한 카페가 나온다.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다. 지하철 철길이 보인다. 조금만 가면 된다. 도나우 강가의 밤 거리를 거닐고 싶었는데 밤도 깊어오고 날씨도 춥고 걷기도 많히 걸어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로 하고 지하철 역을 찾는다. 한 바퀴 도니 지하철역이 나와 지하철역으로 들어간다. 날씨가 춥다. 스위스는 따뜻했는데 이 곳 빈은 춥다. 그것도 밤이 되니 더 추워진다. 다시 숙소로 돌아 온다. 간단히 씻고 방바닥에 있는 매트리스에 몸을 눕힌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지 짤스부르크 가려면. 이 것으로 오늘 일정 마무리다. 나머지 빈은 다음에 다시 와서 봐야지. 많은 부분들을 남겨 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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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차(1/18) : 무척 친절한 인스부르크 아주머니.

이제 여행도 얼마 안 남았다. 내일하고 모레 2일 남았다. 처음에는 막막 하더니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 아침 일찍 일어나 역에 가서 오늘이 며칠인지 물어 본다. 18일 맞는 단다. 빵으로 간단히 아침식사를 하고 07시 출발 짤스부르크 행 1등석에 오른다. 직장인 들이 탄다. 유럽의 아침 열차 1등석에서 피렌체에서 이미 본 풍경이다. 내 옆 좌석에는 젊은 여자와 나이 많은 회사원이 업무 미팅을 하고 있다. 젊은 여자가 고객인가 보다. 자세와 분위기를 보니 대충 감이 온다. 남자가 열심히 무언가를 설명을 한다. 여자는 열심히 듣고 간간히 질문을 한다.

승무원이 올 때가 된 것 같은 데 혹시 피렌체에서 탔을 때 같이 돈을 더 내야 하는 것은 아닌 지. 얼마 후 승무원이 와서 표를 보자고 한다. 표를 보여 주었더니 오늘 날짜에 스탬프를 찍어 주고 고맙다고 하고 간다. 이제 유레일 패스도 2일 남았다. 지금 계산해 보면 5일 이면 적당한데 6일을 선택하여 하루가 많다. 원래는 독일을 거점으로 그 주위 두 개 도시를 갔다 오려고 했는데 오늘 인스부르크에서 하루를 자면 내일 독일로 가는 데는 구태여 패스를 사용 하지 않아도 되는 구간이다. 오늘 짤스부르크를 보고 내일 인스부르크를 보고 열차로 내일 저녁에 독일로 들어간다. 대충 이런 계획이다. 기차는 짤스부르크로 향한다. 현재시간 08:20분 앞으로 1시간 반이 남았다. 기차 좌석 탁자 밑에 230V 콘센트가 있다. 다음에 타면 배터리 충전해야지. 기차가 09시 48분에 짤스부르크 역에 도착 예정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그런지 피곤함이 밀려온다. 잠시 의자에 눈을 붙이고 나니 짤스부르크에 도착한다. 눈을 비비고 일어나 내려서 코인라커를 찾아 짐을 넣고 동전을 넣으려 보니 2유로 스위스에 반도 안 된다. 스위스는 4-5유로였었는데. 먼저 사운드 오브 뮤직 촬영지인 미라벨 정원에 간다. 국내 여행 책자에 자세히 가는 방법이 있어 쉽게 찾아 갈 수 있었는데 그냥 지도 보고 다른 길로 해서 간다. 책에는 두 번째 터널에서 좌 회전해서 똑바로 가면 된다고 나와 있다.


미라벨 정원

사운드 오브 뮤직하고 도시하고 생각을 연결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영화를 다시 보고 올 걸 하는 생각이다. 오래 전에 보아 더 그런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어렴픗이 생각이 난다. 먼 기억을 되살려. 옆에는 유럽 여행객이 와서 가이드가 열심히 설명을 한다. 학생들도 여럿 와서 보고. 우리나라 관광객은 없다. 어렸을 때 일이다. 길 옆 벽에 사운드 오브 뮤직이라는 영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친구들과 가면서 저런 영화는 재미 없어 그냥 보여 주어도 안 본다고 친구들과 얘기 한 것 이 생각이 난다. 어렸을 때는 그런 영화는 여자 애들이나 보는 영화이고 남자들은 싸우는 영화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 했었으니까. 특히 반공 영화에 공산당을 무찌르는 장면에서 박수치고 영화보고 나오면 괜히 힘이 생기는 것 같고. 아니면 중국영화 칼 싸움하는 영화를 보아야 영화를 본 것 같고. 그리고 그 후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우연히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게 되었는데 큰 감동을 받았다. 그 아름다운 음악들.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자연. 그래서 이 곳에 오게 된 것이다.

영화의 위력은 대단하다. 그 오래 되었는데도 사람들이 기억을 하고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곳을 이렇게 찾으니. 호엔짤스부르크성에 가려고 가다 보니 길을 잘 못 든 것 같다. 물어 보니 오던 길로 다시 가야 한단다. 가리켜준 대로 다시 되돌아 와 가까스로 올라가는 길을 찾고 올라간다. 사람들도 여럿 올라간다. 등산열차도 있는데 다 그냥 걸어 올라간다. 들어가는 문이 있다. 사람들이 들어간다. 그래서 표 파는 아저씨에게 그냥 올라가도 되느냐고 손짓 하였더니 안 된단다. 표를 사서 올라 가란다.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올라 가니 성안으로 들어간다. 성은 아름답거나 예쁘지는 않지만 투박한 멋이 있다. 중앙에는 펌프가 있고 옛날에 사용한 것 같다. 가다 보니 중앙에 옛날 대포가 시내 방향으로 조준되어 있다. 옛날 전쟁 시 사용한 것 같은 데 이 대포 몇 개 가지고 적을 물리 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이 곳 저 곳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멀티비전 이라는 방이 있어 들어 가보니 사름은 없고 빔 프로젝트만 짤스부르크 관광안내를 하고 있다. 관광객을 위함이겠지. 위층에는 박물관이 있다. 돈을 받는다. 특별히 들어 갈 필요를 안 느껴 안 들어간다. 곳곳에 암벽을 깎아 만든 흔적이 보인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온 헬브른 궁전에 가려고 지도를 보니 얼마 안 먼 것 같다. 조금 가다 보니 배가 고파 온다. 코너에 가까이 가니 스낵이 있고 안에 사람이 많다. 가만히 보니 KEBAP이라고 간판에 되어 있다. 줄을 서 있다. 나도 호기심에 들어가 같이 줄을 선다. 줄을 서있다 나갔다 다시 들와 줄을 서 있으니 주인이 나에게 무엇을 주문 하겠냐고 물어 본다. 내가 들어 왔던 것을 기억하고 뒤에서 줄을 서 있는데도 나에게 먼저 물어 본다. 같은 유색 인종이라고 나에게 잘 대해 주는 것인가. 메뉴 판을 보고 맨 위에 있는 것을 주문한다. 그리고 콜라 하나 KEBAP이 2.8 유로 콜라가 1.8 유로 합이 4.6 유로 비싸지 않다. 이 안에는 남녀노소 다 있다. 나도 같이 그들에 끼어 먹는다. 맛있다. 어떤 할머니는 와인과 같이 먹는다. 무척 잘 팔린다. 동네 애들도 와서 사 먹는다.


배를 채웠으니 다시 헬부른 궁전이나 가 볼까. 한 참을 걸었는데 보이지가 않는다. 지나가는 대학생에게 물어 보니 차를 타고 가야 한단다. 일단 포기하고 그 학생이 가리켜 준 곳으로 가다 보니 짤스부르크 대학이 나온다. 방학이라 조용하다. 가끔씩 학생들이 보인다. 저멀리에는 알프스가 산 꼭대기가 하얗게 서있다 참 경치가 좋은 대학이다. 건물들도 높은 건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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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앞에서 본 알프스 ]

대학 캠퍼스를 지나 다시 짤스부르크 시내로 들어온다.

짤스부르크는 모짜르트가 태어난 곳이란다. 가는 곳마다 모짜르트 사진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음악이 아닌 쵸코렛 선전에서 모짜르트가 쵸코렛 광고 모델로 다시 태어 난 것을 보니 재미있다. 모짜르트가 먹던 쵸코렛이라는 상품이 되어 어느 가게를 가도 다 있다. 모짜르트와 쵸코렛. 쵸코렛 같이 달콤한 음악을 모짜르트는 만든 것인가?

짤스부르크야 이제 어느 정도 지리를 아니 자유롭다. 여행이란 처음엔 도착하여 막막하다가 조금 돌아 다니면 익숙해지고 익숙해 지려하면 떠나야 한다. 이제 짤스부르크도 떠나야 한다. 화장실이 필요하여 화장실을 찾으니 콘테이너 박스에 화장실이라고 적혀 있다. 여기는 덜 깨끗하겠지 하고 들어가니 역보다 더 깨끗하다. 나오며 돈 통이 있어 주머니에 있는 동전을 하나 넣고 간다. 90년 초 미국 갔던 생각이 난다. 약 14년 전 출장 갔었으니까 승용차를 rent하여 태평양을 보려고 캘리포니아를 벗어나 바닷가로 나 왔다. 그 큰 길이 시원하게 포장이 되어 있고 차들도 별로 없고 해안은 조용하기만 하고 중간 쯤에 차를 세워 놓고 태평양을 바라보며 구경하다. 화장실이 가고 싶어 옆을 보니 간이 화장실이 있어 들어가며 우리나라 생각만 하고 우리나라 같으면 완전히 동 떨어진 곳에 사람도 별로 오지 않는 곳에 위치한 간이 화장실 들어가기가 겁나는 그런 화장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들어가 보니 이 건 너무 깨끗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두루마리 화장지도 가지런히 걸려 있고. 내가 선진국이라는 곳에 가서 겪은 문화 충격이었다. 그 때 생각이 났다. 우리나라도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시내 슈퍼가 싸다. 슈퍼에 들려 먹을 것 좀 산다. 여행 도중에 배고프면 안되니까. 비상식량은 준비한다. 요구르트, 빵, 쵸코렛, 음료수 배낭이 무겁다. 너무 많이 샀나.이 것 저 것 몇 개 사면 배낭이 적어 꽉 찬다. 오는 길에 보니 한국인 3명이 가고 있다. 남자 2명에 여자 한 명. 나이가 꽤 들어 보인다. 여행이 재미있는 모양이다. 물론 재미있겠지.

역에 도착하여 기차 시간을 메모하고 있으려니 아까 봤던 사람들이 와서 도착 시간표를 보고 열차시간이 없다고 한다. 내가 그 쪽은 도착이고 옆 에 있는 시간표가 출발이라고 알려준다. 나도 이제 유럽에 익숙해 지나보다. 처음에 나도 당황했었으니까. 뮌헨을 간단다. 나보다 일찍 떠난다. 내 열차는 또 연착을 한다. 20분 늦는다고 시간표에 나온다. 밖이 춥다. 짐을 찾고 갈 곳을 찾으니 대합실이 보인다. 대합실에는 2명 있다. 내가 들어가고 조금 있으니 꽉 찬다. 기차 기다리다 연착되니 다 들어와 기다리나 보다. 드디어 기차가 도착한다. 기차에 올라 아침에 보아 놓았던 자리에 콘센트가 있는 자리에 앉아 디지털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한다. 이 심심하다. 사 온 요구르트를 먹으니 맛이 이상하다. 빵도 맛이 이상하다. 무언가 향료를 넣었는데 내 입 맛에 안 맞는다. 반 먹고 버린다. 옆 자리를 보니 노트북을 켜 놓고 무언가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내 옆 자리 창가에 앉은 사람은 아주 사무실을 차렸다. 그 큰 탁자에 문서를 하나 가득 벌려 놓고 무언가를 열심히 작성 하고 있다. 계속 근무 중이다. 어느 곳에서든 자기의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는 인간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인간들. 정시에 퇴근하고 밖에서 자기 일을 하는 인간들.

이제 인스부르크다. 원래 일정에는 여기서 자는 것이 없었는데 그 인도인의 추천으로 오게 되었다. 안 그랬으면 지금쯤 독일에 가 있을 텐데. 예정은 16:31분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는데 20분 연착하여 16:51분에 도착한다. 인스에 내려 유스에 가기 위해 표를 사려고 차표 파는 기계에서 이것 저것 아무리 만져도 기계가 작동을 안 한다. 이것 저것 만지다 화면을 만지니 드디어 기계가 작동한다. 터치 스크린이다. 쓰여 있는 말이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다. 영어를 누르니 그래도 알 것 같다. 성인 1회 1.6 유로 책에는 1.5 유로 최근 조사를 안 한 것 같다. 내일 것까지 차표 두 장을 산다. 인스부르크 이 번에는 책에 잘 안 나와 있다. 오픈 북이 어렵다. 유스호스텔에 가려면 길 건너라고 쓰여 있는데 길 건너 물어보니 술 냄새가 나는 아저씨가 자세히 가리켜 준다. 길을 몇 번 건너 다시 한번 물어 가까스로 찾는다. 길을 건너기는 건넜다. 책이 맞는 건가? 정류장에서 어떤 아줌마가 옆에 있어 다시 한 번 물어보니 맞는단다. 객지에서는 물어 보는 것이 최고다. 말이 안 통하면 책을 펴서 보여주던지 글을 써 보여주면 된다. 버스가 와 버스를 타고 표를 찍으니 기계가 고장이 났다. 아까 그 아주머니가 친절하게도 내 표를 버스 앞에 있는 곳에 까지 가서 직접 표를 Check하고 주신다. 마침 자리가 나서 배낭이 무거워 자리에 앉으니 따라 앉으신다. 한 참을 가니 다음 정차 하면 내려야 한단다. 그리고는 직접 출입문까지 가서 벨을 눌러 준다. 아니 이렇게 친절한 아줌마가 있다니 여행객에 대한 최고의 배려. 고맙다고 정중히 인사하고 내린다. 내려서 반대편을 보니 유스가 보였다.


길을 건너 유스호스텔에 들어가 방을 배정 받고 키를 받아 방을 찾는다. 처음에는 방을 잘 못 찾아 들어가니 침대가 다 찼다. 다시 나와 방 번호를 확인 해 보니 내 방이 아니다. 숙소가 무척 크다. 오른쪽 건물로 들어가니 내 방이 나온다. 방에 들어가니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이가 혼자 있다. 어디서 왔느냐고 하니까 오스트리아 사람이란다. 스키 타러 왔단다. 맥주를 한 잔 해 기분이 좋은 지 킥킥거리는 웃음 소리가 특이하다. 말끝마다 웃는다. 혼자 스키 타러 와 친구도 사귀고 하나 보다. 라디오를 켜 놓아 물어보니 크리스마스 선물 받았단다. 연필꽂이 라디오다. 통의 한 쪽 면이 라디오다. 칙칙 거리며 팝송이 흘러 나온다. 상당히 호의적이다. 지금까지 다니면서 나를 경계하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모두들 상당히 호의적이다. 같은 여행자들끼리의 서로를 위하는 마음에서일까? 우리도 산에 힘들게 산행을 하다 오가는 사람을 만나면 서로 즐겁게 인사하는 뭐 그런 것이라고 할까. 잠시 Pub에 술 마시러 간단다. 같이 가자고 하여 나는 샤워하고 할 일이 있어 못 간다고 하니 혼자 나가며 라디오를 듣겠냐고 한다. 오래간 만에 들어보는 라디오 소리라 듣고 싶어 그냥 켜 놓으라고 하니. 자신의 다른 짐만 정리 해 놓고 밖으로 나간다. 예의 바른 청년이다. 이제 이방에는 나 혼자 밖에 없다. 6인용 도미토리에 2명이 잔다. 그것도 같이 있던 애는 술 마시러 나가고 나 혼자. 갑자기 라디오에서 오래간 만에 들어보는 음악이 나온다. 내가 어렸을 때 듣던 음악인데.

노래 제목은 Song Sung Blue 가수는 Neil Diamond 노래다.

Song Sung Blue ( Neil Diamond )

Song sung blue
Everybody knows one
Song sung blue
Every garden grows one

Me and you are subject to the blues now and then
But when you take the blues and make a song
You sing them out again
Sing them out again

- 이하 생략 -

그 조그만 라디오에서 음악이 칙칙 거리면서 잘도 나온다. 그 옛날 조그만 라디오를 갖고 밤 늦게 음악을 듣던 생각이 난다. 형님이 사다 주신 큰 모노 녹음기가 신기하여 밤 늦게 잠도 자지 않고 내 방에서 팝송을 녹음하여 듣던 생각이 난다. 지금은 MP3가 있어 듣고 싶은 노래는 언제든지 들을 수 있지만. 그 당시만 해도 생각도 상상 할 수 없었지. 요즈음 젊은 애들이 음반을 사지 않는 이유는 MP3보다는 핸드폰 때문이란다.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 옛날에는 음반이나 테이프를 샀었는데 요즈음은 그 돈이 전부 핸드폰 요금으로 나간단다. 그래서 음반 살 돈이 없어 음반을 못 산단다. 어느 정도 일리는 있는 말이다.

샤워를 하고 유스 호스텔이 큰 것 같으니 한 번 돌아 볼까. 1층에는 빨래를 할 수 있는 세탁기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조리대, TV 시청실, 세미나 실 등 꽤 넓다. 사람도 별로 없다. 세미나 실에는 학생으로 보이는 몇 명의 중학교 정도의 학생들이 분임토의를 하고 있다. 그 옆 방 TV 시청각 실은 비었다. 밖을 나가니 조용했다. 가끔 차만 지나가고 내 방 학생이 간다고 간 Pub을 찾아 보니 없다. 어디로 간 걸까. 눈이 내린다. 날씨가 안 좋다. 내일은 개여야 할 텐데. 다시 숙소로 들어오니 대학생으로 학생들이 로비에 모여 이야기하며 놀고 있다. 그런데 실내에서 담배를 피운다. 이 곳 유럽에는 담배는 상당히 자유롭다. 아무 곳이나 그냥 피운다. 우리나라는 공공장소에서는 담배를 안 피우는데. 옛날에는 아무데서나 담배 피웠었다. 시내버스 안에서도 피우고 기차에서도 피우고 공항에서도 피우고. 사무실에서도 피우고 하루는 사무실에서 담배를 못 피우게 한 적이 있었다. 그 다음 날 출근하니 사무실 공기가 깨끗해 갑자기 안개가 걷힌 것 같았다. 눈이 좋아진 것 같고. 그 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방으로 돌아와 메모 수첩을 갖고 TV 시청각 실로 가서 그 동안 지나온 일정을 정리한다. 꼭 연수 들어온 기분이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조용히 정리를 하고 있으니 여유도 생기고 좋다. 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모처럼 만에 느껴보는 밤의 한가로움이다. 이 분위기를 혼자 즐기자. 어느 정도 정리가 된다. 그냥 밤을 새워 이 곳에서 무엇인가를 적고 싶다. 그러나 내일을 위하여 들어 가서 자야지. 내방에 들어가니 나 혼자다. 한참을 자다 보니 인기척 소리가 난다. 그 애가 들어 오나 보다.

Posted by 날으는종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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