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맑지 못하다.
아침에 해 뜨는 것은 포기하자.
오래간만에 아침 늦잠을 즐긴다.
-
구름이 수평선 저너머로 두텁게 드리워져있고
그 구름 사이로 이미 뜬 해가 얼굴을 빼꼼이 내민다.
-
-
상쾌한 아침 공기를 가르며 승용차는 해안선을 따라 달린다.
좌로는 바다가 파도를 철석이고 있고
사람도 없는 쓸쓸하지만 상쾌한 바닷가.
매일같이 수많은 사람 틈 속에서 바삐 움직이다
오래간 만에 맞는 느림의 미학
서울 도심같이 바쁘지도 않다.
눈에 펼쳐지는 풍경도 자연 그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냥 자연 그대로 우리의 곁에 있다.
우로 경포호수가 보인다.
달이 다섯개가 뜬다는 그 경포호수
하늘의 달이요
호수의 달이요
바다의 달이요
술잔의 달이요
그리고
님의 눈에 비친 달이요
그런데 해안 언덕에서 바다에서 뜨는 보름달은
보는 이를 황홀하게 만든다.
바다는 호수와 같이 작아지고
떠오르는 달은 그 작은 바다를 금빛 줄로 물들인다.
보름달과 바다와 나
나와 달을 이어주는 바다에 비치는 달 빛
아 그 아름다움이란 언어의 부족함이 한스럽다.
언제나 다시 보게 될까?
이제 두타산으로 가자.
7번 국도를 따라 가다
다시 해안도로로
묻고 물어 두타산으로
객지에서는 세계 어느 곳이나 묻는 것이 최고다.
아무리 지도를 보아도 잘 답이 안나온다.
두타산 입구 차들이 밀린다.
주차료 내고 주차장으로 주차장에 차가 많을 줄 알았는데
아직 차 댈 곳이 많다.
좋은 곳에 차를 대고
자 이제 올라가자.
두타산 입구에서 김밥을 사고 막걸리를 한 통 사고
올라간다.
두타산
두타 : 불교 용어로서 범어에서 유래한 것인데,
'버린다, 닦는다, 떨어버린다, 씻는다’ 등의 뜻을 담고 있다.
출가수행자가 세속의 모든 욕심이나 속성을 떨쳐버리고
몸과 마음을 깨끗이 닦으며 참기어려운 고행을 능히 참고 행하는 것을
두타 또는 고행자라고 한다
아래 주차장에서는 산삼심기 대회가 열린다고 한다.
오늘은 삼화사에서 수륙대제가 열리는 날이라고 한다.
수륙대제라
연합뉴스에 이렇게 쓰여져 있다.
-------------------------------
(동해=연합뉴스) 유형재 기자 = 강원 동해시 삼화사(주지 원명스님)에서 26일
국행수륙대재(國行水陸大齋)를 개최한다.
17일 삼화사와 동해시에 따르면 조선의 개국 과정에서 억울한 죽음을 당한 고혼(孤魂)과
비명에 죽어간 왕씨(王氏) 및 왕족의 천도 등을 위해 조선 태조 때 삼화사를 비롯해
전국의 3개 사찰에서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씩 18년 간 열리던 국행수륙대재를 열기로 했다.
삼화사는 그동안 단절됐던 국행수륙대재를 2005년부터 매년 10월에 봉행하고 있으며,
수륙대재의 의례를 담은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天地冥陽水陸齋儀纂要)'에 따라 재현하고 있다.
또 산사음악회와 국화전시회, 삼보일배 등 일반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대중성 있는 부대행사도 마련했다.
삼화사와 동해시는 국행수륙대재 재현 봉행에 앞서 24일부터 이틀 간 뉴동해관광호텔에서
각계의 전문가 14명이 참여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삼화사와 수륙대제'라는 주제로
역사적, 문화적, 학술적 가치를 재조명한다.
한편 수륙대재는 물과 육지에서 헤매는 무주고혼(無主孤魂)의 천도를 위해
공양(供養)을 드리는 불교의식, 수륙도량 또는 수륙법회라고도 한다.
---------------------------------
관음사로 오른다.
산이 무척 가파르다.
숨이 탁탁 막힌다.
두타산의 경사는 유명하다.
그래서 골 때리는 산이라는 별명도 붙어있다.
관음사 잠간 들렸다 가자
두타산의 정면이 눈앞에 펼쳐진다.
보이는 것이 산밖에 없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앞에 있는 산의 위압감
나를 압도한다.
커다란 힘이 나를 누르는 것 같다.
작은 산과 다른 점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산이 좋다.
산을 보고 있으면 긴장감이 돈다.
아 나의 산이여
"묵언"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여기가 두타산인걸
자리잡고 점심을 먹고
이제 하산
하늘문으로 가는 길
엄청난 경사다.
거의 수직에 가깝다.
하늘문
아래 계곡이 피마름골이다.
임진왜란 시 전사자의 피가 많이 흘러
피마름골이라고 했다고 한다.
쌍폭을 지나 용추폭포로
가물어서 그런지 물이 많지는 않다.
폭포를 보고
이제 본격적으로 하산
한참을 내려가니
다시 삼화사
아직도 수륙대재를 하고 있다.
길가에 시가 걸려있다.
"바다는 빈 달을 바람에 헹구고 있었다."
멋진 싯구다.
2박3일의 가을의 추억을 뒤로 하고 서울로 향한다.